우리 동네 황씨(77~81)

-이문구-  

◆ 소설 읽기  

● 줄거리

가족들이 TV를 보느라 이웃들과의 교류조차 뜸해진 것이 못마땅한 김씨는 저녁에 마실을 나간다. 마을 회관 앞에는 팬티 한 장이 바지랑대에 걸려 있다. 이 팬티는 황선주의 것으로 그는 넓은 땅을 가지고 소작을 부치며 고리대금업을 할 뿐만 아니라 조합을 이용하여 자신의 새우젓 등을 비싸게 파는 인물로 마을에서 평판이 좋지 않다. 마을에서 수재민을 돕기 위해 성금이나 쌀, 장, 의복 등을 내놓기로 했는데 그는 자신의 헌 속옷을 내놓은 것이다. 황 씨의 이런 고약한 행위에 격분한 마을 사람들은 황 씨의 속옷을 바지랑대에 보란 듯이 걸어 놓았다. 마을 회관에 모인 마을 사람들은 타이어를 태우며 이야기를 나누고 타이어를 빼돌리지는 않는지 감시하러 온 면의 계장과 이 서기가 합세한다. 면의 계장은 자신에게 황선주가 단위 조합을 이용하여 물건을 팔아먹기 위해 아는 사촌 동생에게 연줄을 대 달라고 청해 왔다고 하고, 계장과 황선주 간의 지난 관계를 아는 마을 사람들은 분노한다. 이때 마침 황선주가 나타나자 김 씨 등은 황 씨를 조롱하기도 하며 농촌의 변해 가는 현실과 희망을 이야기한다.

● 인물의 성격

 황 씨(황선주) → 이재에 밝아 고리대금업을 하여 돈을 불린, 넓은 농토의 지주이다.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행태로 마을 사람들에게 인심을 잃는다.

이장 → 마을 사람들과 같이 황 씨를 비난하며 농민 스스로 서로를 보호해야 한다는 자각의 태도를 보이는 인물이다.

→ 황 씨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보이며 황 씨의 잘못을 깨닫게 해 주려 하는 인물이다.

→ 성격이 다소 급하고 생각한 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인물이다. 황 씨에 대해 비아냥거리는 등 비판적인 태도를 보인다.

● 이해와 감상

1977~1981년에 발표된 연작소설이다. 이 소설은 작가가 1977년부터 경기도의 한 농촌 지역에서 생활하면서 발표하기 시작한 중단편들의 모음이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1970년대의 산업화 과정에서 빚어진 농촌의 소외 문제와 농민들의 갈등, 전통적 질서의 해체화 과정 등을 풍자적 시각으로 그려내는 가운데 농촌 문제의 심각성과 갱생의 변증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 농촌 문제의 총괄적인 보고서라고도 할 수 있는 이 연작소설은 <우리 동네 김씨>라는 작품을 시작으로 <우리 동네 이씨>, <우리 동네 최씨>, <우리 동네 황씨>, <우리 동네 정씨>, <우리 동네 장씨>, <우리 동네 조씨>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소설 제목으로 차용된 성씨의 주인공들은 새로운 시대 상황에 재빠르게 편승하기도 하고, 더러는 못마땅해 하면서도 마지못해 합류하기도 하는 불특정 다수의 평범한 농민들이다. 이들 보통사람들의 일상적인 대화에서부터 하찮은 몸짓 하나에까지도 순박하면서도 날카로운 현실적 비판이 상징적으로 함축되어 있다.

이 작품은 급격한 근대화로 인해 공동체적 질서가 붕괴되어 가는 1970년대의 농촌 현실에 대한 문학적 탐구의 결정체로 평가된다. 특히 작가 특유의 풍자와 해학이 느껴지는 유장한 문체로 삶의 현장을 이야기하면서 당면한 현실의 문제점에 주체적으로 대응해 가는 농민들의 능동적인 모습을 형상화함으로써 작가 나름의 현실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한 점은 이 작품의 미덕으로 평가된다.

이 작품은 '우리 동네'라는 아홉 편의 연작 소설 중 마지막 작품이다. 공간적 배경은 농촌으로 설정되어 있는데, 순박함, 가난함, 자연적인 것 등과 함께 공동체로서의 연대 의식, 유대적 인간 관계와 같은 전통적인 농촌 문화들이 근대화, 산업화라는 외부적 문화의 유입으로 인해 도시화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작품의 주요 공간적 배경인 느티울 마을에서 '수재민 의연금'을 둘러싼 황 씨와 마을 사람들의 갈등은 유대적 인간관계가 중시되었던 것이 유용성을 추구하는 가치에 따라 이기적이고 기만적인 인간 관계로 변질되어 가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이 황 씨와 다투면서도 그를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처지에 있는, 같은 생각과 아픔을 공유하고 있는 존재로 여기며 농민들 스스로 주체적인 자기반성을 하는 모습에서 과거로의 일방적인 회귀가 아닌 농민들의 자각을 기반으로 한 농촌 공동체를 회복하고 싶은 작가의 의도를 확인할 수 있다.

<우리 동네 황씨>에서는 심각한 농약 공해로 파괴되어 가는 농촌의 생태계와 농민의 생존을 위협하는 악덕 고리채, 농민 위에 군림하는 관료, 부재 지주의 증가, 농협을 악용하는 모리배 등 온갖 수탈로 점점 살기 힘들어지는 농촌의 실상을 사실적으로 다루었다.

<우리 동네 김씨>는 민방위교육을 풍자적으로 그린 내용이다. 김 씨는 가뭄이 들자 남의 저수지 물을 양수기로 퍼올리다가 한전 직원과 저수지 감시원에게 동시에 들켜 곤경에 빠진다. 그런데 사태는 의외로 반전되어 한전 직원과 저수지 감시원의 싸움으로 번졌다가 민방위교육이 열리는 바람에 흐지부지된다. 김씨는 민방위 교육장에서도 생각없이 부면장의 말에 사사건건 토를 달아 교육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어 버린다. / <우리 동네 이씨>에서는 농촌에까지 번진 망년회의 실태와 농촌 부녀자들의 관광여행, 변칙적으로 운영되는 농협의 실상, 농촌 가정의 도박풍조 등을 비판적으로 그리고 있다. / <우리 동네 최씨>에서는 소작농인 최씨를 통해 토지소유문제를 심각하게 제기하는 한편, 도시인들의 사냥 공해와 농민 자녀들이 관련된 노사문제를 다루었다. 최 씨의 맏딸과 친구 영순의 이야기를 통해서 공장 노동자의 문제가 농민의 삶과도 직결된 문제임을 이야기한다. / <우리 동네 정씨>는 1970년대 이후의 농촌 현실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는 내용이다. 근대화의 주체인 농민을 소외시킨 농촌 근대화 정책의 허구성과 추곡 수매의 비리 등을 폭로하는 가운데 옛날과는 엄청나게 달라진 농촌의 실정을 깨닫고, 점차 현실 감각을 되찾아가며 자신들의 권리의식에 눈떠가는 농민들의 모습을 긍정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 핵심사항 정리

갈래 : 현대소설, 연작소설, 단편소설, 농촌소설

배경

* 시간 - 1970년대

* 공간 - 느티울 마을(농촌)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표현상 특징

* 역순행적 구성

* 해학적, 향토적, 비판적 성격

* 방언의 사용 → 현장감과 사실감이 느껴져 지금 그곳에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주제산업화로 인해 달라진 농촌 공동체의 현실과 농민들의 삶

● 생각해 볼 문제

1.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을 알 수 있게 해 주는 소재는?

⇒ 통일벼, 유신벼, 한산도

2. 마을 사람들이 황 씨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 결정된 만큼의 수재민 의연금은 내지 않고 이치에 맞지 않는 이유를 내세우며 자기의 이익만을 챙기려 해서(마을의 공익사업에 협조하지 않았기 때문에)

3. 마을 사람들이 황 씨의 팬츠를 마을 초입에 걸어 놓으려는 이유는?

⇒ 황 씨의 거탈을 벗겨 내어 창피를 주기 위해서

● 더 읽을거리

◆ 근대화 속의 농촌 -이문구의 농촌 소설-

-김우창-    

이문구는 그 작가 생활의 처음부터 농촌을 소재로 한 작품을 즐겨 써왔다. 그리하여 이제 그의 적지 않은 농촌 주제의 소설들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오늘날의 농촌에 대한 가장 자세한 보고서가 되었다. 처음에 이 보고서는 삽화적이고 따라서 단편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근자에 올수록 이것은 단편성을 벗어나 어떤 총괄적인 관점에로 나아가는 것이 되었다. 『관촌수필』이나 『우리 동네』와 같은 소위 연작소설이라는 형태로 농촌의 이야기들이 하나의 다발 속에 거두어들여지게 된 것이 바로 이러한 진전의 형식적인 증거이다. 물론 관점의 총괄성이 작품의 질을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일단 그것이 이문구의 작품을 보다 중요한 시대의 증언이게 하는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한 작가의 작품 세계의 심각성은 그 세계가 사람의 삶에 대하여 얼마나 포괄적인 넓이를 가지고 열려 있느냐에 비례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인 만큼 궁극적으로 문학 세계의 포괄성은 문학의 깊이와 넓이에도 보탬이 될 수밖에 없다. 사실 이문구의 농촌 보고서가 포괄적이라면 그것은 단순히 사실적 충실만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소설의 포괄성은 한편으로는 외면적 사실을 넘어서는 삶의 구체적 다양성을 말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삶에 대한 직관적 공감의 넓이를 말한다. 그리고 우리가 농촌의 문제를 생각할 때 또는 우리 사회의 오늘과 내일을 생각할 때 이것은 빼놓을 수 없는 준거점이 되어 마땅하다.

1970년대 농촌의 현실에 대한 이문구의 탐구는 『우리 동네』연작을 중심으로 한 주로 근자의 작품들에서 그 전체 모습을 살필 수 있다. 1970년대 이전의 농촌에 대한 소설도 많지만, 그것들은 1970년대의 이야기처럼 집중적이고 포괄적이라는 인상을 주지 않는다. 이것은 개인적인 관심의 우연적인 결과라고 할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1970년대가 우리 농촌에 중요한 변화를 가져온 시기이기 때문이다. 1970년대는 그 얼마 전부터 불던 근대화의 바람이 우리 사회의 곳곳에 침투하여 사회 생활의 질을 전적으로 변화시킨 시대였다. 이러한 근대화의 움직임은 농촌에도 하나의 고비를 넘어선 듯한 변모를 가지고 왔다.

모든 문명의 발달은 농촌에 대하여 매우 착잡한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소위 문명이란 대체로 도시 생활의 편의나 문화 또는 제도의 복합화를 의미하고 이러한 복합화는 근본적으로 인간 생존의 기본을 이루고 있는 농업 생산의 잉여의 도시 이동을 요구한다. 이때 농촌은 불공평한 이동 과정의 희생이 되기 쉽다. 특히 정치, 경제, 문화의 주체적 결정권을 상실한 농촌의 경우 이러한 불공평한 관계는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러한 불공평한 관계는 사회적, 경제적 변화를 통하여 무작위적으로 일어날 수도 있고, 또는 정치적으로 강요될 수도 있다. 우리나라 농촌의 경우 1960년대, 1970년대의 변화는 자본주의적 근대화와 그것을 촉진하는 정책적 결정이 가져온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그 궁극적인 의미가 무엇이든지 간에, 적어도 1970년대까지의 농촌 현실로 보아서는, 많은 부정적인 부작용을 낳는 방향으로, 농촌의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심화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근자의 농촌문학을 논하는 글에서 염무웅은 일본, 인도, 이집트 등의 예를 언급하면서 자본주의적 근대화가 어느 경우에서나 농촌의 희생을 강요했다는 점을 말하고 있지만 1970년대 농촌의 의미는 사실 이러한 관점에서 파악되는 것이 옳은 것으로 보인다. 이 관점은 적어도 이문구가 그리고 있는 농촌의 현실을 설명해 주고 또는 그의 소설에 등장하는 농민들의 상황 판단의 근본이 되어 있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농촌문제의 핵심은 그 원인이야 어디에 있었든, 가난이라고 말할 수 있다. 1970년대 농촌에서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가난――가령 1960년대만 해도 존재하던, 이문구 자신이 묘사한 바 있는 "해마다 양식은 세안에 떨어지고, 풋보리 잡아 찧고 말려, 가루 내어 죽 쑤어 먹을 때까지는 산나물, 들나물로만 연명……" 하던 식의 가난――의 힘은 많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절대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상대적이라는 성격을 띠게 된 면이 있기는 하지만, 빈곤은 여전히 농촌의 문제로 남아 있다. 그러면서 그것은 그 조건 속에서 사는 사람에게는 옛날에 못지 않게 가혹한, 적어도 안정된 생활양식과 정신 상태를 위협한다는 점에서는 더욱 부정적인 문제로 탈바꿈하여 나타난다. 전통 사회의 빈곤은 흔히 외적인 제약조건으로 옳든 그르든 하나의 운명으로 정착하고 하나의 안정된 테두리로 작용하여 어느 정도까지는 좋든 나쁘든 그 나름의 일정한 생존 환경을 보존하여 준다. 그러나 근대화는 순전히 그것이 가져오는 사회 변화의 속도만으로도 빈곤으로부터 그 운명성을 제거해 버리고, 한편으로는 소비문화의 유혹을 통하여 빈곤을 깊은 내적인 불행으로 정착시키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늘 새롭게 정의되면서 궁극적으로는 벗어날 수 없는 빈곤을 강요함으로써 삶의 질서와 정당성을 앗아가 버린다. 그리하여 순전히 물질주의적인 세계관에 입각한 근대화가 정의하는 빈곤은 역설적으로 물질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질서 전반의 문제가 된다. 순전히 물량적인 관점에 선 외면적인 접근이 근대화하는 사회에서의 빈곤의 문제를 그릇되게 파악하는 이유의 하나가 이 점을 잘못 보는 데 있다. 따라서 어떻게 보면 이러한 빈곤의 문제는 소설적 접근에 의하여 비로소 바르게 조명될 수 있다고도 말할 수 있다. 이문구가 그의 연작소설들에서 보여주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명제의 정당성이다. 이문구의 농촌 보고서는 객관적인 숫자로 제시될 수 있는 농촌의 빈곤상을 제시한다. 그리고 그의 진단으로는 이 빈곤은 공평치 못한 발전 정책에 원인한다. 그러나 그의 소설은 이러한 사실에 대한 사실적인 보고서가 아니다. 그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은 농민들의 생활의 전폭적인 구도에 일어나는 변화이다.

<이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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