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녀도(1936)

-김동리-  

◆ 소설 읽기  

● 줄거리

<도입액자> 할아버지는 서화와 골동에 취미가 있었는데, 이것은 우리 집안의 가풍이기도 했다. 그 중에 무녀의 그림이 있다. 이 그림은 내가 태어나지도 않았을 때, 한 사내가 소녀를 나귀에 태우고 와서는, 여식의 그림을 보아 달라고 하여 할아버지가 며칠 묵게 배려하여 그리게 한 것으로, 그림을 그림과 동시에 자기네의 지난 얘기도 들려 주었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할아버지로부터 들은 이야기이다.

 

경주에서 멀리 떨어진 잡성촌 마을에 모화라는 무당이 벙어리인 딸 낭이를 데리고 쓸쓸히 살고 있었다. 모화는 술을 즐겼고, 늘 바깥 출입이 잦았다. 집으로 올 때면 덩실덩실 춤을 추며 '꽃님'을 불렀다. 모화는 꿈에서 수국 용신님의 열두째 딸 꽃님이 자기 뱃속으로 들어오는 꿈을 꾼 뒤 낭이를 낳았기 때문에 그렇게 불렀고, 용신님의 딸로 정성껏 모셨다.

욱이가 돌아온 날부터 을씨년스런 이 집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욱이는 모화가 무당이 되기 전에 낳은 사생아인데, 어려서 신동이라 불리었지만 순조롭게 공부를 시킬 수 없어 아홉 살에 어느 절간으로 보냈다. 그 욱이가 10년 만에 돌아온 것이다. 모화는 욱이를 얼싸 안고 통곡을 한다. 며칠이 지나지 않아 욱이의 행동은 이 두 사람에게 낭패감을 준다. 예수교 신자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욱이는 낭이에게 성경 읽기와 하나님 모시기를 권한다. 모화는 예수귀신이 씌었다고 푸념한다.

욱이는 평양의 목사에게 편지를 낸다. 이 사귀(邪鬼)에 빠져 헤어날 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교회를 빨리 지어야겠다고 간청을 한다. 욱이가 예수교인들을 만나기 위해 두루 돌아다닐 때, 모화는 예수귀신을 쫓기 위해 치성을 드린다. 모화가 춤추는 걸 훔쳐보던 낭이는 제 방에서 자기도 옷을 벗어 던지고는 미친 듯이 춤을 춘다. 욱이가 돌아온 날 밤 모화는 성경을 불태우며 치성을 드린다. 잠결에 성경이 없어진 걸 안 욱이가 부엌으로 갔을 땐 성경이 타고 있었다. 그것을 붙잡으려다 모화가 휘두르는 칼에 그만 찔리고 만다. 모화는 흥분 상태에서 아들을 품에 안는다. 욱이의 건강이 악화되었다. 마을에는 교회가 서고 예수교의 전파가 급속히 진행된다. 모화는 욱이를 극진히 간호한다. 사람들이 모화를 떠나 예수교에 관심을 가지자 더욱 강렬히 치성을 드리며 예수 귀신을 쫓느라 열성을  보인다.

평양에서 현 목사가 와서 이 마을의 교회가 욱이의 노력으로 건설되었음을 말해준다. 욱이는 목사님에게 성경을 부탁한다. 성경을 받은 욱이는 그것을 가슴에 안고 숨진다.

마을 부잣집 며느리가 물에 빠져 자살했는데 그 혼백을 건지는 굿을 모화가 맡게 된다. 마을 사람들은 모처럼 굿을 보기 위해 몰려든다. 혼백이 건져지지 않자 모화는 넋대를 들고 주문을 외며 물가로 다가간다. 넋두리를 계속하며 점점 물 가운데로 가던 모화는 마침내 물에 빠져 죽게 된다.

그 이후 어떤 사내가 나타나 혼자 누워 있는 낭이를 데리러 온다. 그녀의 아버지다. 나귀 등에 낭이를 태우고는 그 마을을 떠난다.

● 인물의 성격

모화 → 문명적인 이기나 물질에 대한 욕심이 거의 없고 토속적인 신앙에 충실한 무당임.  아들(욱이)의 상해를 계기로 아들과 대립적인 관계에 있던 무녀로서의 모화에서 아들에 대한 연민으로 어쩔 줄 몰라하는 어머니로서의 모화로 성격적 변모를 겪기도 하는 인물이다.

욱이 → 모화가 신들리기 전에 만난 남자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사생아로 신동이라는 소리를 들음. 절에서 지내다가 평양으로 도망쳐 기독교도가 되어서 돌아온다. 어머니 모화에 비하면 근대적 · 현실적 · 합리적 세계를 구현하는 인물로 볼 수 있다. 기독교인으로 일관된 모습을 보이다가 죽는다.

◆ 낭이 → 동해변에서 해물장사를 하는 조그만 체구의 사내와 모화 사이에서 난 벙어리 소녀이다. 어머니의 굿의 효험으로 말문이 열리며 문제의 무녀도를 그려주고 떠난 소녀이다.

● 구성 단계

도입액자 : 무녀도의 그림 내용과 내력

◆ 발단 : 무당 모화와 딸 낭이의 인물 제시

◆ 전개 : 욱이의 귀향과 그로 인한 갈등

◆ 위기 : 갈등의 고조. 욱이가 모화의 칼에 찔림

◆ 절정 : 욱이의 죽음. 마을에 교회당이 들어섬

◆ 결말 : 모화의 마지막 굿과 죽음

◆ 종결액자 : 후일담. 아버지가 낭이를 데려감.

●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의 중심 갈등은 무당인 모화로 대변되는 토속적인 신앙과 욱이로 대변되고 있는기독교 신앙으로, 이러한 갈등과 대결은 결국 모화로 하여금 욱이를 죽이는 비극을 불러 일으킨다. 김동리는 전통 세계를 소재로 하여 전통정신의 소설적 형상화에 남달리 관심을 기울여 온 작가이다. 이 소설에서의 전통정신은 '무속(巫俗)'이다. 그러나 문명화가 진행되면서 한국적 전통세계(샤머니즘)는 위협받기 시작했으며, 세계관 자체의 변혁으로 인해 과학적 사고의 상극에 존재하는 무속신앙이 소멸의 비운을 맞게 된 것이다.

이 작품은 모화와 욱이의 대립 속에서 자기 세계에 도취하고 신비화되는 낭이를 통해, 소멸의 한을 간직한 채 열정을 예술로 승화하는 슬프고도 아름다운 삶의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엄마와 오빠의 중간자적 존재로 관조적 입장을 취해 왔지만, 오빠의 등장으로 애정의 심연에 빠지는 모습과 어머니의 춤을 보면서 낭이 또한 미친 듯이 춤을 추는 행위를 보여주는 낭이는, 어머니와 오빠의 죽음 후에 남은 나머지의 아픔과 한을 고스란히 안은채 떠돌게 되는 인물이다. 그 한의 정체가 '무녀도'라고 해도 좋겠다.

 이 작품은 액자형 플롯과 일인칭 관찰자 시점이 갖는 장점을 최대한 이용하고 있다.  서두에 보면 화자가 무녀도라는 그림을 입수하게 된 동기와 그에 얽힌 사연을 말하겠다는 부분이 나온다. 이는 설화체를 수용한 부분이다. 작가는 과거의 향수나 기량의 미숙에서 낡은 방식을 수용한 것이 아니고, 액자형 플롯과 일인칭 관찰자 시점이 갖는 장점을 최대한 이용하기 위한 한 방편으로 이를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의해 이 작품은 리얼리티를 획득하고 있다.

이 작품은 작가 자신의 소설적 역량을 최대로 발휘한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다. 1978년 확대 개작되어 <을화>라는 제목으로 발표되었다. 단순히 갈등의 분위기의 제시에 그쳤던 <무녀도>와는 달리 <을화>는 을화라는 무당의 내력과 입무과정 그리고 그 속에서 겪는 고통과 꿈이 구체적으로 나타나 있으며, <무녀도>에서와 같이 기독교 신자가 되어 돌아온 아들 영술이는 죽지만 을화는 아들을 잃고도 살아 남는다. 작가는 <무녀도>,<을화> 등의 작품을 통해서 우리 민족의 정신사에서 나타난 갈등을 이야기함과 동시에 현세와 내세의 문제를 조명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이 소설은 전통 문화와 외래 문화의 충돌에서 사라질 수밖에 없는 전통 문화에 대한 작가의 애정어린 눈빛을 형상화한 작품이라 하겠다. 그러나 전통 문화는 쉽게 소멸되지 않고 낭이의 마음 속에 한과 같은 에너지로 자리잡고 있다는 메시지를 동시에 던지고 있는 것이다.

● 핵심사항 정리

갈래 : 단편소설, 순수소설, 액자소설  (토속적, 샤머니즘적, 신비적)

◆ 배경

* 공간적 - 음산한 모화의 집, 강 가 모래벌

* 시간적 - 개화기

* 사상적 - 기독교 신앙과 토속적인 신앙

◆ 시점 : 1인칭 관찰자 시점

◆ 갈등구조 : 욱이와 모화의 갈등(외래종교와 토착종교와의 갈등) → 종교관의 차이로 인한 갈등

주제

* 무속 신앙과 기독교 사상의 갈등이 빚은 혈육 간의 비극적인 종말

출전 :『중앙』(1936)

● 생각해 볼 문제

1. 액자 구성이 지니는 특징들에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보자.

⇒ 독자에게 이야기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

    독자의 흥미 유발에 효과적이다.

    작자와 인물 사이의 거리를 유지할 수 있다.

    내부 이야기에 대한 유인의 효과를 지닐 수 있다.

2. 이 작품에서 현실적으로는 '죽음'을 뜻하지만, 정신적으로는 '접신(接神)의 경지'에 들어갔음을 의미

      하는 부분을 찾아 보자.

⇒ 모화의 몸은 그 넋두리와 함께 물 속에 아주 잠겨져 버렸다.

3. 이 작품에서 '이별과 죽음', '생성과 소멸'의 원형적 심상을 지닌 낱말을 찾는다면?

⇒ 물

4. 이 작품의 독특한 구성방식은 무엇이며, 그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장치는 무엇인가?

⇒ 액자 소설적인 구성방식, 무녀도

● 더 읽을거리

◆ 이 작품의 토속성은 어떤 양상으로 나타나는가?

⇒ 토속성이란 외래적 요소가 가미되지 않은 채 오랜 세월을 두고 민중들의 정서에 밀착되어 온 요소들을 말한다. 그것은 유형적인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이 작품에서 그것은 토속신앙으로 드러나고 있다. 물론 여기에서 샤머니즘적 세계란, 그에 바탕한 구체적 삶, 그 세계 속에서 살아가는 행태와 언어 등 문화적 요소를 두루 일컫는다. 모화의 신앙도 그렇고, 살고 있는 집들의 모습, 모화가 부르는 노래와 주문, 굿과 춤, 그리고 낭이가 그린 그림, 또한 설화적 분위기 등 모든 것들이 토속성을 자아낸다.

 

◆ 액자식 구성과 후일담을 이용한 결말 처리

⇒ 바깥 이야기의 일인칭 서술자인 '나'가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그림에 얽힌 사연(안 이야기)을 들려주는 형식의 액자식 구성을 취하고 있다. 작품의 안 이야기에서는 전지적 작가 시점이 사용되어 인물의 내면 심리까지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으며, 안 이야기의 훗일담이 결말로 처리되어 있다.

 

◆ 모화 - 욱이 갈등의 상징성

⇒ 이 작품은 모화와 욱이의 갈등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모화는 무녀이고 욱이는 기독교 신자이어서, 이 두 사람의 대립은 곧 전통적인 무속 신앙과 새롭게 서양에서 도입된 기독교 신앙 사이의 대립으로 파악할 수 있다. 여기서 모화가 사는 마을에 예배당이 들어서고 기독교 신자가 늘며, 결국 모화가 죽게 되는 것은 전통 문화의 몰락을 의미하는 것이라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일방적인 기독교의 승리로 볼 수 없는 것은, 이 갈등 속에서 기독교 신자였던 욱이가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다.

 

◆ '낭이'의 역할

⇒ '낭이'는 이 소설에서 갈등의 중심에 있는 인물은 아니다. 그러나 낭이는 '무녀도'를 그린 사람이자 모화와 욱이 사이의 갈등을 지켜보는 인물이다. 낭이는 어머니 모화와 오빠 욱이 사이의 중간자적 존재로서 관조적인 입장을 취하며, 두 사람의 죽음 뒤 그 한(恨)을 품은 채 떠돌아다니게 된다.

 

◆ '모화'의 죽음이 갖는 의미

⇒ 모화는 '김씨 부인'의 혼령을 받기 위해 굿을 하다가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된다. '물'은 죽음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세상 만물을 태어나게 하고 자라게 하는 어머니로서의 생명의 상징이기도 하다. '무녀도'에서 모화가 들어가는 '예기소' 역시 죽음을 상징하는 것만이 아니라 죽음을 통해서 더 큰 생명과 조화를 이루어 내는 장소를 상징한다. 이와 같이 모화가 선택한 죽음은 자신이 처해 있는 위기(전통문화의 몰락)에 대항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무속 신앙이라는 전통적 가치가 소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 '무녀도'의 배경이 된 '예기소'

⇒ 토함산에서 발원하여 명활산을 지난 알천(북천)이 시내를 가로질러 흐르다 경주 동국대 앞 금장대 앞에 이르면 영일만으로 흘러가는 서천과 만나게 되는데, 두 물길이 만나 휘감아 돌면서 깊은 늪을 이루는 곳이 바로 예기소이다. 이곳 예기소는 무녀인 모화가 망자의 혼백을 건지기 위해 굿판을 벌이다가 물속에 뛰어들어 끝내 자신도 빠져 죽은 곳이다. '명주실 한 꿀를 다 풀어 놓고도 밑이 안 닿을 정도'로 깊고 물이 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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