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톱 이야기(1966)

-김정한-  

◆ 소설 읽기  

● 줄거리

20년이 넘도록 붓을 꺾어 오던 나는 교원 노릇을 하면서 알게 된 한 소년, 그의 젊은 홀어머니와 할아버지, 그들이 살아온 낙동강 하류의 외진 모래톱에 얽힌 기막힌 사연을 묻어둘 수가 없어서 다시 붓을 들게 되었다. 나는 당시 K라는 일류 중학에서 교편을 잡고 있으면서 건우라는 소년의 담임을 하고 있었는데, 두 가지 이유로 건우를 동정하게 되는데, 첫째는 아버지가 없어 할아버지가 거무라고 야명을 지었다가 건우로 호적에 올린 사실을 안 것이고, 둘째는 학기초 가정 방문을 나가기 전에 그가 써낸 작문을 읽은 것 때문이다.

'섬 얘기'란 그의 글은 선조 때부터 발붙이고 사는 사람들과는 무관하게 소유자가 도깨비처럼 뒤바뀌는 내력을 적은 글인데, 미문은 아니지만 무엇을 저주하는 듯한 소년의 날카롭고 냉랭한 심사가 밑바닥에 깔려 있었다. 섬의 생김새가 길쭉한 주머니 같다고 하여 조마이섬으로 불린다는 건우의 고장은, 사람들이 부락을 이루고 사는 것이 아니라 한 집 두 집 띄엄띄엄 땅을 물고 있는 곳이다.  건우 어머니의 대접을 받으면서 그녀의 심상치 않은 의지와 정열 같은 것을 느꼈고, 건우의 방에서는 '섬얘기'라는 두툼한 책 한 권을 발견하기도 했다.  또한, 건우의 집을 나서다가 전에부터 알고 지내던 윤춘삼이라는 인물을 우연히 만나서 몇 가지 기막힌 섬얘기를 듣게 되었다.

1905년 을사보호조약을 계기로 '조선토지사업'이 실시되어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땅은 순식간에 '동척'의 명의로 둔갑하며, 해방 이후에는 국회의원의 명의로, 다음은 하천부지 매립허가를 받은 유력인사의 소유로 변하게 된다. 저항을 하는 과정에서 섬사람들이 줄줄이 경찰에 붙들려 가기도 하였고, 건우 할아버지 또한 그때의 상처가 남아 있다고 하였다.

그 해 처서(處暑) 무렵, 홍수 때문에 섬은 위기를 맞는다. 둑을 허물지 않으면 섬 전체가 위험하여 주민들은 뚝을 파헤친다. 이때 둑을 쌓아 섬 전체를 집어삼키려는 유력자의 하수인들이 방해한다. 화가 치민 갈밭새 영감은 그중 한 명을 탁류에 집어 던지고 만다. 결국, 노인은 살인죄로 투옥된다. 2학기가 되었으나 건우는 학교에 나타나지 않는다. 황폐한 모래톱 조마이섬은 군대가 정주한다는 소문이 들린다.

● 인물의 성격

→ 건우의 담임이자, 소설가이자, 이 작품의 서술자.  건우의 글과 가정방문을 통해 알게 된 조마이섬의 비극적 상황을 객관적 위치에서 제시하고 고발하는 역할.

건우 → 섬에서 잘 살라고 물에 날쌔다는 의미의 "거무"라는 아명을 지닌 학생으로, 순박하면서도 상황을 바라보는 인식이 뚜렷함. 

◆ 갈밭새 영감 → 큰 아들은 6.25때 잃고, 작은 아들은 사모아섬으로 배를 타고 갔다가 돌아오지 않는 건우의 할아버지.  부당한 횡포에 대해서는 참지 못하고 저항하다가 옥살이를 2번이나 하게 되는 노인으로, 우직하고 무뚝뚝하면서도 정의를 위해서는 외압에 굴하지 않고 당당히 나서는 신념과 의지가 굳은 사람.

◆ 건우 어머니 → 33세의 과부로 시골 색시다운 숫기가 있는 젊은 여인.  부지런하고 생활력이 강하며, 정결한 인상을 주는 여인.

◆ 윤춘삼 → 세태나 권력에 영합하지 않고 옳다고 믿는 일을 실행하는 갈밭새 영감과 유사한 유형의 저항적 인물임.

● 구성 단계

◆ 발단 : 건우에 대한 관심으로 가정 방문을 하게 됨.

◆ 전개 : 조마이섬 사람들의 비참한 삶.(윤춘삼씨와 갈밭새 영감에게서 들은 섬얘기)

◆ 위기 · 절정 : 조마이섬에 덮친 홍수. 홍수를 막으려다 살인을 저지르게 된 갈밭새 영감

◆ 결말 : 폭풍우 뒤의 이야기

● 이해와 감상

이 소설은 해방 후 낙동강 유역의 조마이섬을 배경으로 권력과 유력자의 힘 앞에 무기력하게 희생되고 마는 섬사람들의 삶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조마이섬은 허구의 장소임에도 불구하고 실재했거나 또는 실재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절박한 장소이다.  이 섬의 운명은 섬주민들과는 상관없이 바뀌고 마지막엔 군인들이 들어가 있다는 상황은 우리 근대사의 축도를 상징하고 있다고보아도 좋을 것이다. 이러한 섬에 살고 있는 갈밭새 영감과 윤춘삼영감은 현실과 맞서 싸우며 살아온 사람들이자만 그들의 힘으로 섬의 운명을 바꾸어 놓을 수는 없다.  갈밭새 영감이 섬을 살리기 위해 살인까지 저지르지만 섬의 운명을 바꾸어 놓을 수는 없다. 그러나, 갈밭새 영감의 투쟁은 어디에서도 보상받을 수 없는 막다른 상황에 처한 억울한 사람의 자기 희생을 통한 자유의 갈구이다.  작가는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의 편에 서서 그들의 보호받지 못하고 몰락해 가는 삶을 아주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농촌의 현실의 고발을 통해 당대의 사회가 안고 있는 모순과 비리를 증언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작품은 농촌문학의 전형적인 작품이면서 리얼리즘 문학의 전형적인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

이 소설에서 조마이섬 사람들을 위협하는 요인은 자연적 요인과 사회적 요인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자연적 요인은 계속된 폭풍우로 인한 '홍수'이며, 사회적 요인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조마이섬 사람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외부 유력자들의 횡포'이다. 여기서 중심이 되는 것은 후자이다. 왜냐하면, 폭풍우는 끝나도 외부 유력자들과의 갈등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조마이섬의 소유권 변천 과정을 통해 당시 우리나라가 처한 부조리한 현실을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선조들

갈밭새 영감 등

동척

국회의원 · 유력자

낙동강 물이 만들어 줌.

선조로부터 물려받음.

일제가 강제로 동척에 불하함.

친일 행적이 있는 국회의원 등에게 해방 이후 넘어갔으리라 추정

이 작품의 문체와 인물 성격의 관계 → 거칠면서도 부정적인 어휘의 사용과 수식이 없는 문체, 강건한 어조, 억센 사투리의 사용 등은 작품 전체로 볼 때 건조하면서 절박한 느낌을 주는 문체를 형성한다. 특히 저항이라는 주제를 형상화하기 위해 동원된 어휘나 어조 또한 강경하다. 이와 같은 문체적 특징은 주인공 갈밭새 영감의 무뚝뚝하고 고집센 성격과 부합한다.

'모래톱 이야기'에 대한 작가의 말 → 낙동강 가 가까이서 자라고 낙동강 가 사람들의  슬픈 내력을 알기 시작한 나는 낙동강 물을 마시고 낙동가 가 땅에 목을 매달고 살아온 민중을 잊을 수가 없다. 그러니까 이곳 민중은 그들의 소위, 새 시대  새 식민지 터닦이의 희생물이 된 셈이었다. 낙동강에 관련된 이러한 내력을 잘 알고 있는 나는 해방 후에도 이에 대한 관심을 안 가질 도리가 없었다. 일인이 떠나고 국유 재산이 된 낙동강 유역의 많은 땅들이 소작인 이외의 소위 유력자들의 소유로 넘어갔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사실 그런 예가 없지 않았다. 그리고 일제 강점기에 일제의 앞잡이가 되어 독립 지사들과 민중을 괴롭히던 사람들이 버젓이 국회의원도 되고 높은 관직에 오르기도 했다.

● 핵심사항 정리

갈래 : 단편소설, 농민 · 농촌소설, 현실 참여 소설, 사실주의 소설

◆ 성격 : 사실적, 현실 고발적, 저항적

배경

* 시간적 ― 일제시대부터 1960년대

* 공간적 ― 수난당하고 고통받는 섬사람들이 사는 낙동강 하류의 모래톱 마을(조마이섬)

* 사상적 ― 관의 횡포에 저항하는 섬사람들의 끈질긴 생명력과 끈끈한 인정

◆ 시점 : 1인칭 관찰자 시점(지식인으로 설정된 1인칭 서술자의 눈을 통해 사건을 전달함으로써 객관성과 함께 사실성을 확보하고 있다.)

◆ 갈등구조 : 집단(조마이섬 주민)과 부조리한 현실과의 갈등

◆ '조마이섬'의 공간적 의미 : 낙동강 하류의 조그마한 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조마이섬의 주인이 바뀌어 가는 과정을 통해서 우리 나라가 직면한 여러 가지 부조리한 현실을 보여 주는 공간으로서 기능한다.

◆ 주제

*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삶의 터전을 잃어야만 하는 사람들의 생활상

* 소외지대 사람들의 비극적 삶과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저항

◆ 출전 :「문학」(1966)

● 생각해 볼 문제

1. 조마이섬의 운명과 우리 근대사를 비교하여 생각해 보자.

→ 조마이섬의 운명은 근대사의 한 축도임.

2. 갈밭새 영감의 손자 건우의 운명은 어떻게 되었겠는가 생각하여 보자.

→ 일기장의 내용으로 볼 때, 할아버지와 같은 삶을 살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함.

3. 이 작품에서 보여주는 가장 뚜렷한 현실의 부조리는 무엇인가? 

→ 모든 것(특히, 땅에 대한 소유권)이 힘의 논리(정치논리)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는 것.

4. 이 작품의 주제 형상화 방법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언어적 장치에 대해 생각해 보자.

→ 저항적 주제 의식을 위해, 주로 부정적인 언어들의 많이 등장함.

● 더 읽을거리

◆ 서술자이자 고발자로서의 '나'

작가인 '나'는 관찰자의 위치에 서서 조마이섬의 역사와 주민들의 삶의 내력을 보고하고, 소수 유력자와 선량한 다수 민중 사이의 동태를 선명하게 부각시키고 있다.

◆ 비판적 시각으로 모순된 현실을 형상화

핍박하는 자에 대한 갈밭새 영감의 살인 행위를 통해 외세의 압제와 제도의 불합리성으로 항상 토지를 이용하면서도 소유하지는 못하는 민중들의 땅에 대한 사무친 원한을 드러내고 있다.

◆ 20세기 우리 민족의 수난사

6 · 25라는 동족상잔의 비극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가족을 잃는 아픔을 겪었으며, 첨예한 이데올로기적 편향성 아래 수많은 민중들이 사상범으로 몰려 억울한 옥살이를 하기도 했다. 이처럼 조마이섬으로 대표되는 수난의 주체(민중)의 관점에서 우리 민족의 근현대사를 상징적으로 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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