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  치  전                                        - 미상-

 

 

<중략>

차시에 두민(頭民, 동네에서 나이가 많고 식견이 높은 사람) 섬 동지의 이름은 두꺼비요, 자는 불록(두꺼비의 외양을 본떠 만든 자)이라. 일찍 육도삼략과 손오병서(중국의 오래된 병서)를 능통한지라. 이전 쥐나라와 싸울 적에 다람쥐의 도원수(都元帥, 전쟁이 났을 때 군무를 통괄하던 임시 무관 벼슬) 되어 쥐나라를 파하니, 다람쥐 그 공으로 노직(老職, 조선 시대에 노인에게 특별히 내려 주되 일정한 직무가 없는 벼슬) 동지(同知)의 직분을 주어 세상이 섬 동지라 하니, 동지의 의사가 창해 같아 그른 일도 옳게 하고 옳은 일도 그르게 하더니(두꺼비의 부정적 속성을 엿볼 수 있음), 마침 비둘기의 처제가 심야에 두꺼비를 찾아가 금백 주옥(금, 비단, 구슬, 옥)과 채단(彩緞)을 많이 주며 이르되,

"동지님의 창해 같사온 도량으로 이 일을 주선하와 아무쪼록 재판에서 까치의 죽음이 스스로의 실수로 인한 것으로 판정될 수 있게 도와주옵소서."

동지 답하여 가로되,

"염려치 말라. 내 들으니 책방(책방, 고을 원의 비서 일을 맡아 보던 사람) 구진과 수청 기생 앵무가 총애를 받고 있다 하니, 금은 보배를 드린 후에 여차여차하자."
하고 약속을 정하고,

"각 청 두목과 제반 관속에게도 뇌물을 쓰고 이리저리하면(우리 편으로 끌어들여 증언하게 하면) 고독단신(孤獨單身) 암까치 어찌할 수 없으리니, 그런즉 저절로 희살('장난을 하다가 잘못해서 죽임'의 뜻.  비둘기의 처제는 두꺼비에게 뇌물을 주면서 까치의 죽음을 '희살'로 만들어 달라고 부탁한다. 즉, 까치의 죽음이 비둘기의 행동에 의한 것이 아니라 까치 스스로의 실수에 의한 것으로 만들어 주기를 바라고 있다. '희살' 여부는 향후 재판에서 다루어지게 될 주요 쟁점이 되고, 희살이냐 아니냐에 따라 비둘기가 까치를 죽인 정범인지의 여부도 가려지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비둘기 처제는 뇌물을 써서라도 까치의 죽음을 일부러 희살로 만들려는 것이다.)이 되리라." (서로 한패가 되어 까치의 죽음을 '희살'로 만들려는 속셈이 드러남.)

비둘기 기뻐하여 그 말대로 하니라.

섬 동지 두민으로 관아에 붙들려 오니 연만 팔십(나이가 많음)이라. 숨이 차서 배때기를 불룩이며, 눈을 껌벅거리고 입을 넙적이며 여쭈오되,(두꺼비의 노쇠한 외양을 묘사함.-군수에게 신뢰를 주는 요인으로 작용함)

"어찌 일호나 속임이 있으리이까. 본 대로 아뢰리이다."
하되, 군수 기뻐하여 가까이 앉히고 물어 가로되,

"너를 보니 나이 많고 점잖은 백성이라, 추호도 숨기지 말고 이실직고(以實直告)하라." (군수(보라매)가 두꺼비에 대한 신뢰감을 드러내고 있다. 객관적인 태도를 지니지 못하고 두꺼비의 말만 믿고 상황을 판단하는 것으로 보아, 군수로서의 자질을 갖추지 못한 우매한 인물임을 알 수 있다.)

섬 동지 일어나 절하고 다시 여쭈오되,

"이 늙은 것이 남의 원통한 일을 어찌 조금이나 속이리이까? 신은 근본 길짐승이오나 나이 많은 연고로 두민이리니, 까치 낙성연에 참석하여 본즉, 모든 날짐승을 다 청하였으되, 오직 비둘기를 청치 아니하였기로(까치의 비둘기에 대한 부정적 인식 때문에 - 사건의 원인) 괴이히 여겼삽더니, 원근(원래) 까치와 비둘기가 혐의(꺼리고 미워함) 있삽던데 마침 비둘기 지나가는 것을 까마귀가 청하여 말석에 참예하고 비둘기가 이르되, '금일은 봉황 대군의 국기일인데 풍악이 불가하다.'(비둘기의 살인 혐의를 벗게 하기 위해 두꺼비가 없는 사실을 꾸며 낸 대목이다. 비둘기가 까치에게 국기일에 풍악을 울리지 말라는 조언을 한 것이 발단이 되어 둘 사이에 다툼이 일어난 것으로 둘러대고 있다.) 하온즉, 까치 분하여 취중에 비둘기를 책하여 가로되, '남의 잔치에 왔으면 음식이나 주는 대로 먹고 갈 것이지, 청치 아니한 데 와서 묻지 아니하는 말을 하느냐?' 하되, 모든 객이 그 말이 옳다 하거늘, 비둘기 무료하여(부끄럽고 열없어) 가로되, '저놈이 제 잔치에 왔다 하고 날더러 욕하는 것이 구태여 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속담에 팽두이숙(烹頭耳熟, 머리를 익히면 귀도 따라 익음. 한 일이 잘 됨에 따라 다른 일도 저절로 잘 되는 상황을 이름. 다른 객들에게도 욕을 보이고 있다는 의미)이라 하였으니, 제 객인들 어찌 부끄럽지 아니하리오. 국기일에 풍류 연락이 만일 알려지면 중죄를 당할 것이니 돌아감이 옳다.' 하온즉, [결곡한 까치가 분을 이기지 못하여 비둘기에 달려들어 걷어찰 적에 수만 장 높은 가지에서 허전(虛前, 앞에 아무것도 없음)하여 떨어져 죽으니, '나로 인하여 죽는구나.'(비둘기가 자책한 말. 거짓 증언으로 보태진 말)라 하였고, 연후 비둘기가 정범(正犯)이 되었나이다.](까치가 죽은 이유를 밝히고 있는 대목이다. 두꺼비는 까치가 비둘기를 걷어차면서 실수로 높은 가지에서 떨어져 죽었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는 비둘기의 혐의를 벗게 하기 위한 거짓 증언에 해당한다.)"
하되,

<중략>

군수 그 말을 듣고 돌려보낸 후,

"이 일을 어찌할꼬?"
하니, 책방 구진이 뇌물을 받았던 고로 이때에 아뢰되,

"나도 염탐(廉探, 몰래 살피고 조사함)하온즉, 비둘기 애매할지 분명하더이다. 성정이 조급한 까치 성급히 제 결에 질려 죽고 못 깬 것('희살'로 몰고 가는 말)을 애매한 비둘기로 정범을 삼으니 어찌 원통하고 억울하지 아니하리오?"
말할 적에 앵무새 여쭈오되,

"비둘기의 처가 소녀의 사촌이오니, 엎드려 바라옵건대 사또님은 굽어살피옵소서."(개인적인 친분을 내세워 비둘기의 무죄 판결을 간청함.)
하며 애걸하니,

군수 즉시 희살 보장(報狀, 어떤 사실을 상관에게 보고하던 공식 문서)을 올린 후(주변 사람들의 말만 믿고 판단하는 무능한 관리의 전형), 정범을 잡아들여 국문하니 비둘기 울며 아뢰되,

"이 몸이 근본 충효를 본받고자 하여 사서삼경과 외가서를 많이 보았으니, 족히 육십사괘를 짐작하오며 충효를 효칙하옵더니(도덕적인 삶을 살고 있다고 강조하여 다른 사람을 해치는 일 따위는 하지 않았음을 은연중에 드러냄) 근년 정월에 신수(身數)를 본즉, 근년 수가 불길하와 '관재 구설수가 있으니 연락하는 곳에는 가지 말라.' 하는 것을 무심히 알았삽더니, 까치 낙성연에 우연히 지나옵다가 이 지경을 당하오니, 오는 수는 면하기 어렵다는 말이 옳사오며, 일전에 어려운 줄을 알지 못한단 말이 옳사이다. 저 암까치 사리도 알지 못하고 이 몸을 모함하였사오니, 이 몸의 사생은 명철하신 사또 처분에 있사오니 아뢰올 말씀 없나이다."(비둘기가 자신의 결백을 호소하기 위해 거짓말로 둘러댄 대목이다. 자신이 까치를 죽인 사실을 숨기고, 군수에게는 자신이 누명을 쓰게 된 이유를 운수가 좋지 못한 탓으로 설명하고 있다.)
하거늘, 군수 청파에,

"감영 보장의 회신을 기다려 결처(決處, 형벌을 집행함)하리라."
하고 엄수(달아나지 못하도록 엄중하게 가둠)하였더니, 일일은 보장이 회신하였거늘 드디어 결처하되, 모든 증인들은 풀어 주고 정범은 곤장 세 대에 방출하거늘, 비둘기 기뻐하여 춤추며 하는 말이,

"큰 죄를 면키 어렵단 말은 허언이요, 돈만 있으면 귀신도 부릴 수 있다는 말이 옳도다."(재력가인 비둘기가 각 청 두목과 제반 관속들에게 뇌물을 주어 살인 혐의에서 벗어난 뒤 이에 대한 만족감을 표현한 대목이다. 뇌물 수수로 인해 공정한 재판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당시의 부정부패한 시대상을 엿볼 수 있다.)
하며 의기양양하여 돌아가는지라.

<중략>

하루(사건 전환)는 하늘이 도왔는지 과거에 장원으로 급제한 난춘[鸞鳥, 사건을 바로잡는 인물]이란 양반이 암행어사로 민정을 살피려고 안악 고을에 내려왔다.(고전소설의 우연성)

어느 날 할미새(할미새는 우연히 만난 어사에게 3년 전 암까치가 억울한 일을 당한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밝히고 있는데, 이로 인해 어사또는 재조사를 하고, 두 번째 재판이 열리게 된다. 이로 볼 때, 할미새는 까치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인물로 볼 수 있다.)가 어사를 만났다. 할미새는 어사를 보자 묻지도 않은 말을 했다.

"손님은 이 고을 분이 아닌 것 같은데 이 할미의 말씀을 들어 보십시오. 세상에 이처럼 원통하고 억울한 일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무슨 일이 있었는데 그러시오?"

"삼 년 전에 까치 부부가 새로 집을 짓고서 집들이 잔치를 벌였습니다. 그런데 비둘기가 나타나 자기를 초대하지 않았다고 하여 까치를 발길로 차서 수십 길 낭떠러지에 떨어져 죽게 했습니다. 그러나 여러 증인들이 비둘기로부터 돈을 받고서는 거짓말을 하였기 때문에 벌을 주지 못하였던 일이 있었습니다."

"아니 그게 사실입니까?"

"어느 분 앞이라고 이 노파가 거짓을 말씀드리겠습니까?"(암행어사라는 신분을 이미 알고 있었음)

"그렇다면 관아에서 다시 조사를 해 봐야겠군요."

어사는 혼자서 곰곰이 생각하다가 다음 날 아침이 되자 고을의 관아로 갔다. 어사는 임금의 명을 받고 왔기 때문에 고을 사또인 보라매 군수는 즉시 자리를 내주었다. 어사는 암까치를 비롯하여 두꺼비 등을 잡아들여 다시 문초를 시작했다.

<중략>

[암까치는 이렇게 말하면서 다시 서럽게 울었다. 그리고 두꺼비가 비둘기한테 뇌물을 많이 받고 본관 사또께 무고하여 아뢴 말이며, 책방과 수청 기생 앵무새 또한 뇌물을 받아먹고 본관 사또께 애걸한 일들을 낱낱이 아뢰니 어사가 크게 노하여 비둘기를 결박하여 대령시키고 호령했다.

"이놈아 듣거라! 너는 두꺼비에게 뇌물을 주어 간악한 흉계를 내어 국법을 어겼으니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

또한 두꺼비에게도 엄하게 말했다.

"네놈은 네 개인의 욕심을 채우고자 금과 비단을 뇌물로 받고 거짓을 고하도록 하였으니 너를 죽여 후세에 다시는 이와 같은 짓을 하지 않도록 본보기를 삼으리라!"](두 번째 재판의 의미 → 첫 번째 재판은 거짓 증언을 믿고 비둘기의 무죄를 판명한 무능한 군수로 인해 사건의 진실이 은폐되지만, 두 번째 재판은 어사또의 사건 정황의 정확한 이해와 그에 따른 심문으로 사건의 진실이 밝혀진다. 이러한 판결로 인해 암까치의 한은 풀리게 되고 반대로 비둘기를 비롯한 거짓 증언자들은 벌을 받게 되는데, 이를 통해 선(善)은 반드시 승리한다는 권선징악의 주제의식을 보이고 있다.)

<중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