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꿈(1973)                                                  -황석영-

 

 

1.

벌거숭이 붉은 언덕과 주택 부지들이 펼쳐져 있고, 언덕 한가운데에 굴뚝만 흉물스레 높이 솟은 기와 공장이 홀로 서 있었다. 해가 저물고 있었다. 기와 공장의 굴뚝에서 솟은 불티가 어두운 하늘 속에서 차츰 선명하게 반짝였다. 언덕 아래로 빈터의 곳곳에 간이 주택과 낮은 움막집들이 모여 있었다.

강씨는 리어카를 끌면서 화학 공장의 뒷담 옆으로 해서 회색빛 폐수가 늘 고여 있는 저지대를 지나갔다. 폐수 속에 높다란 쓰레기더미가 비춰 보였다. 그는 낡은 코르덴 당꼬 바지(허벅지 통은 크고 아래 통은 좁은 바지)에 러닝셔츠만 입고 뚫어진 밀짚모를 눌러썼다. 옷차림이야 넝마에서 골라 입은 탓이겠지만, 표정마저 가뭄에 탄 시냇가의 돌 꼬락서니로 낡게 퇴색된 것 같았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50대였으나 걸음걸이는 당당했고, 왕년의 목도꾼답게 어깨가 딱 벌어졌다. 강씨는 누렇게 변색한 옛날 사진 속에서 튀어나온 사람 같았다. 그는 녹슨 양철로 얼기설기 움막을 지은 재건 대 지부의 작업장 가운데로 리어카를 끌고 지나갔다. 쓰레기더미 속에서 대여섯 사람이 분주하게 쓰레기들을 분류하고 있었다. 종이, 빈 병, 깨진 유리, 나무 상자, 깡통 같은 잡동사니들이 저희들끼리 나뉘어 쌓여 있었다. 넝마줍기에서 돌아오는 자가 대바구니를 어깨에서 끌러 내고, 우선 쓰레기더미에다 쏟아 놓고 있었다. 강씨는 작업을 시키고 섰는 나이 든 양아치에게 말을 건넸다.

"어이, 뭣 좀 잡았나?"

"이제 오슈?"

좋은 말로는 재건 대장이며 예전 같으면 왕초인 사내가 건성 인사를 받았고, 옆에 있던 양아치가 농을 쳤다.

"잡기는 젠장…… 아씨 가운뎃다리나 잡으까?"

예비군 모자를 코허리에까지 눌러쓰고 양쪽에 귀 같은 호주머니가 달린 야전복을 입은 왕이 눈살을 찌푸렸다.

"니 애비한테 그래라, 인마."
하면서 그는 면장갑 낀 손으로 코밑을 쓱 훔쳤다. 강씨는 대꾸하지 않고 마른기침을 뱉었을 뿐이다. 왕이 말했다.

"뚜룩(도둑질)이나 치면 모를까, 노상 주워 오는 게 고작 요런 것들이우."

왕도 강씨가 어쩐지 느긋해 보이고, 인사까지 건네 오는 푼수로 보아 일진이 별로 나쁘진 않았겠다고 느끼면서 말했다.

"그나저나 수입 잡은 모양인데, 한잔 사슈."

"다리 품앗이 값두 못 되네."
했다가 강씨는 참지 못하고 말을 해 버렸다.

"오늘은 줄을 좀 잡았지."

"줄? 몇 관이나요?"

"두어 자."

강씨의 하루 벌이란 고작해야 3, 4백 원꼴이었다. 어떤 때에는 아이 녀석들이 제법 쓸 만한 물건들을 어른들 몰래 들고 나올 적이 있었고, 장물아비를 놓친 좀도둑들이 뚜룩친 물건들을 파는 날도 있었다. 그러면 강씨는 주위를 둘러보고 나서 재빨리 엿이나 현금으로 바꿔 주고는 뺑소니를 치는 것이었다. 잘못 걸렸다간 닭장으로 직행하기 십상이었으니까. 오늘은 웬 수상스런 놈팡이에게서 전선을 싸구려로 사다가 팔았던 것이다. 그뿐이 아니었다.

"이 사람 요 밑엘 좀 들여다보게."

강씨가 엿목판(엿을 담는 목판)을 밀어 내고 튀긴 강냉이를 담은 비닐 자루를 옆으로 치웠다. 왕이 거 무슨 보물이라도 있는가 싶어 고개를 삐죽이 들이밀다가 기겁을 했다.

"이게 뭐요, 네발짐승 아뇨?"

그는 자루 아래로 삐죽이 내밀어진 회색 털의 개 다리를 보았던 것이다. 강씨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왜 아냐, 송아지만 한 놈인데."

"세파트로군. 크긴 제법 큽니다그려. 어서 났수, 꼬여다 때려 잡은 것두 아닐 테구."

"예끼, 떳떳하게 임자한테서 얻었다구."

그는 탐스러운 털을 가진 셰퍼드의 꼬리를 잡아 약간 쳐들어 보였다. 어찌나 무거운지 달싹도 하지 않는다. 왕이 개의 귀를 만지려 하자, 강씨는 슬그머니 엿목판으로 그의 손을 밀어 냈다. 왕은 손을 빼기가 못내 아쉽다는 듯이 입맛을 다셨다.

"것 참 안성맞춤이네요. 지난 복날에두 허탕을 쳤는데."

"빈손은 안 붙이네."

"아따 그 양반! 술 받는 건 문제가 아니구, 잘못 먹구 골루 가는 건 아뇨?"

강씨는 얘기할 흥미조차 잃었다는 시늉으로 왕의 아래위를 훑고 나서 리어카를 밀어 냈다. 왕은 안달이 난 목소리로 말했다.

"알겠시다, 생명에 지장은 없는 거구. 끄슬리는 건 내가 할 테니 꼭 부르쇼."

"탁주 한 바께쓰 낼 텐가?"

"그쎄 염려 놓으시라니까."

"조오치."

강씨는 느긋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누구든지 동네로 들어서는 강씨의 거동을 보면 대개 그 날의 일진에 관해서 알아맞힐 수가 있었다. 그의 걸음걸이가 당당하고 고개를 치켜들었다든가, 또는 리어카가 가뿐하게 굴러 들어온다든가, 모자가 비뚜름하다던가, 만나는 사람에게마다 하루 재수를 먼저 묻는다든가 하는 짓들이 나오면 틀림없이 최상의 날이었다. 강씨는 엿목판 아래로 신경을 쓸 때마다 첫선 본 큰애기처럼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이었다. 잡아먹기가 아깝도록 잘생긴 데다, 한창 때의 장정만큼이나 무게가 나가도록 실하게 살찐 개였다. 왕이 아직도 미심쩍어하면서 말했다.

"용케 구하셨어. 복철에 개 보기가 쉬운 일이 아닌데……."

"그게 궁금한가. 리어카 끌구 강남 학교 앞으루다 내려오는데, 웬 아주머니가 날 부른단 말야. 뭐 고철이라두 있는가 해서 따라갔더니……."

가축 병원이었다. 개가 차에 갈린 모양인데 쉽게 죽지는 않을 것 같았지만 뒷다리가 모두 부러져서 병신이 될 것만은 틀림없었다. 그래서 주인은 개가 편안히 죽을 수 있도록 주사를 놓아 주기를 부탁했고, 개는 잠깐 동안에 사지를 뻗고 죽어 버렸다. 문제는 이 덩치 큰 짐승을 처치하는 것이었는데, 가축 병원에서는 빨리 치워 주기를 원하고 있었으며, 개 임자는 어디엔가 양지바른 곳에 묻을 작정이었다. 그러나 집의 화단에다 묻기는 뭣하고, 그냥 쓰레기통에 다 버릴 수도 없다는 얘기였다. 또한 거기서 개를 묻을 만한 빈터나 산을 찾으려면 먼 데까지 가야 했다. 아주머니의 따님께서는 죽은 개 때문에 징징 울고 있었다. 그들이 강씨의 가위 치는 소리를 들은 것은 바로 그러한 망설임 중에서였다. 아주머니는 숫제 사정조로 개를 강씨가 가져다가 꼭 묻어 주기를 부탁하는 한편, 따님을 달래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이 사람아, 혀를 길게 빼구 널브러진 놈이 꼭 호랑이더라 그 말야. 침이 연방 넘어가지만서두, 그쪽서는 아예 그런 끔찍상스런(진저리가 날 정도로 참혹하다) 생각은 않는 모양이지."

강씨가 못 이기는 체하고 개를 리어카에 싣는데, 아주머니가 수고비라며 3백 원 돈이나 얹어 주었다. 호박이 덩굴 뿌리째 굴러 떨어진 것이다. 따님은 울었고, 아주머니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으며, 강씨는 하도 신이 나서 콧날개가 벌름대는 것을 참느라고 어금니를 꽉 물고 있어야 했다. 그들이 안 보이는 곳에 이르자, 강씨는 개의 크기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느라고 리어카 속을 들여다보았다.

"요새 기름길 못 먹어서 버즘꽃('버짐'의 사투리. 균에 의하여 일어나는 피부병)이 핀단 말일세. 아침마다 실가루가 싸라기 모양 쏟아진다구. 그러잖아도 가출한 똥개라두 한 마리 때려 잡아 보신 하려는 참인데……."

강씨의 얘기를 찬사와 감탄의 빛으로 듣고 있던 왕이 맞받아서,

"듣구 보니 아씨가 아니라 그 운짱('운전사'를 속되게 이르는 말) 양반께 인살 드려야겠네."

강씨도 물론 반대할 마음이 아니다.

"실은 그렇지. 쥐약을 먹은 것도 아니요, 지랄병도 아니고……. 살이 디룩디룩 찐 멍멍일 생으루 때려 잡았으니까. 운전사 양반이 남 존 일 했지."

두 사람은 이제 완전히 기분이 통해서 기꺼이 웃었다. 하루 수입도 만만찮게 올렸겠다, 수고비도 받았겠다, 강씨는 눈에 걸리는 대로 어느 선술집에 들어가 쐬주 두어 잔 걸쳐, 이 감격을 달래고 오는 길이었다.

"자아, 이따 보세."

강씨는 의기양양하게 리어카를 밀어 냈다. 폐수가 흘러 나오고 있는 하천변에 반 미터쯤의 낮은 둑이 있고, 둑가에 쓰레기더미와 분간할 수 없이 늘어선 80번지 동네로 그는 들어섰다. 강씨는 염소 우리가 있던 변소 옆을 지나가다 거기서 나오는 일수쟁이 영감과 부딪쳤다. 작년까지도 이 동네 반장이 흑염소들 기르다가 손해만 봐서, 지금은 동네 공중 변소로 쓰이는 헛간이다. 영감이 활짝 편 얼굴로 말했다.

"손자 보게 됐습디다."

일수 영감은 더러운 파자마 속에다 양손을 찔러 넣고 서 있었다. 강씨는 어리둥절했다.

"갑자기 그게 무슨 얘기요?"

"미순이가 왔대요."

"그년이……!"

"몰라보겠두만. 홑몸이 아니던데."

강씨는 별 수 없이 혀만 끌끌 찼다. 그는 며칠 전에 마누라가 미순이의 편지를 들고 훌쩍이던 것이 생각났다. 돈놀이를 해 처먹어서, 사람의 속을 뻔히 알아, 손바닥 위에서 가지고 놀려는 영감쟁이의 구렁이 같은 취미를 모르는 바 아니었지만 오장육부가 꽤나 쓰라렸다. 강씨는, 그게 어디 내 딸년이요…… 하려다가 너무 야박스럽고 낯이 간지러워져서 말을 돌렸다.

"골치 아파서 원. 그년이 죽든지 살든지……. 돈일랑 제 에미한테 받으슈."

영감은 오늘따라 시원시원했다. 영 안 낼 배짱인가 보다고 포기했던 터인데, 이번만큼은 가망이 있어 보이는 모양이었다.

"이제 장본인이 왔으니까, 수월히 되었소."

"그러믄요. 순전히 영감님 책임이죠."

"본인 말을 들어 보면 알겠지만, 틀림없는 일이오. 부모가 어느 정도 책임져야지."

"좌우간에 난 모른다 그겁니다."

영감은 마땅찮게 강씨의 리어카와 그 행색을 훑어보면서 이죽거렸다.

"허허, 걔 배가 꼭 북통 같데, 배꼴이 아들 쌍둥이는 될 걸."

"망할 년 같으니."

강씨는 리어카를 왈칵 밀고 낮은 블록 벽돌이 늘어선 골목으로 들어갔다. 콜타르(석탄을 높은 온도에서 건류할 때 생기는 기름 모양의 검은 액체)의 종이 지붕 위에 눌러 놓은 돌들이 보이고, 환기 구멍 겸 창문 대신 뚫어 놓은 연두색 플라스틱 슬레이트가 위를 향해 치켜져 있는 게 보일 만큼 집들이 주저앉아 있었다. 골목을 빠져 나가면 동네의 유일한 펌프가 있었고, 옛날 버릇대로 유휴지(사용하지 않고 묵히는 땅)의 이곳 저곳에 제각기 일구어 놓은 채소밭이 있었다. 파, 옥수수, 배추 등속이 자라나 있었다. 벌이를 나갔던 사람들이 대부분 돌아와서 이미 세수를 하고 발도 씻고서는 파자마 반즈봉(반바지) 차림으로 빈터의 곳곳에서 바람을 쐬는 중이었다. 이제 오나, 어 그래, 하는 것으로 대충 인사말을 건넸다. 아이놈이 강씨를 먼저 보고 제 동무들을 버려 두고 이내 달려왔다.

"아부지, 삼촌 왔다. 삼촌이 미순이 데려왔어."

강씨는 리어카에서 엿목판과 강냉이 자루를 꺼내고, 개를 들어 냈다.

아이들이 제일 먼저 모여들었고, 제각기 흩어져 앉았던 어른들 사이에 가벼운 동요가 일어났다. 그는 엿목판에 극성으로 달라붙는 아이놈의 등줄기를 호되게 내리쳤다.

"이놈 새끼."
하면서 그는 진작에 어두워진 집 안쪽을 살폈다. 보통 때 같으면 뭔가 반응이 있을 법도 한데 고요했다. 아이놈이 발버둥질하면서 강씨의 뒤통수에다 욕을 퍼부었다.

"아부지 개새끼야. 아부지 씨비씨비."

강씨는 못 들은 척하며 힘들여 개를 붙안고 부엌 시렁 위에 날라다 얹었다. 나무 선반이 휘청, 구부러진다. 동네 사람들 중에서 뽑혀 왔는지 한 사내가 머리만 디밀고 말했다.

"오늘 할 테면, 불 피우까?"

강씨는 선선히 대답했다.

"어, 그래그래."

불 꺼진 방 안에 들어섰을 때, 강씨는 하마터면 처의 허리께를 밟을 뻔했다. 그 여자는 아예 홑이불을 머리 꼭대기까지 들쳐 쓰고 누워 있었던 것이다. 강씨가 불을 켜고 선 채로 한참이나 아내의 흰 몸뚱어리를 쏘아보았다.

"초저녁부터 무슨 청승이야. 진종일 헤매구 돌아오는 사람 심정두 쬐끔은 알아줘얄 말이지."

"듣기 싫어. 나한테 말 시키지 말아요."

"얼씨구, 지랄하구 자빠졌다."

강씨는 고함이라도 꽥 지르고 싶은 심사를 억눌렀다. 공연히 덧들이기가 싫어서다. 마침 아이놈이 방문턱에 와 걸터앉아 칭얼대기 시작했으므로 강씨는 기세 좋게 소리쳤다.

"이런 상년에 자식, 죽구 싶어!"

아이가 울음을 터뜨리고, 강씨 처는 홑이불을 쓴 채로 중얼거렸다.

"잘 헌다. 참말 부자지간에 육갑 떨구 있네. 저 팔푼이 같은 새끼는 뭘 또 처먹지 못해서 칭얼대, 칭얼대길."

"그래, 네년의 새끼들은 다 잘났더라."

여자가 홑이불을 까 내리고 발딱 일어나 앉았다.

"입이 천 개라두 할 말이 없을걸. 걔들한테 언제는 애비 노릇 해 본 적 있어? 아, 있느냐구. 참 남부끄러워 못 살아, 그 나이에 밝히기는……. 안 할 말이지마는 날 요꼴루 수절도 못 하게 해 논 게 누구 짓야. 내가 저 새낄 몇 살에 난 거냐구. 또 몇을 지웠구. 말 좀 해 봐."

"정말 이 여편네가, 모녀간에 잘 논다. 미순이 왔다지?"

"아이구 원통해, 이년이 미친 년이지."

맞은편에 붙은 골방의 미닫이가 달칵거리는 것으로 미루어 거기에 누군가 있는 게 분명했다.

"에이, 망할 집구석. 불을 확 싸지르든지…… 니미."

드디어 문이 열렸다. 역시 말끔한 양복 차림에 넥타이까지 단정하게 맨 처남이 엉거주춤하게 서서 말을 건넸다.

"매부, 안녕하세요. 고정들 하십시오. 남들이 듣겠습니다."

"아, 왼 동네가 다 아는데 무슨……."

강씨는 제 심사에 못 이겨서 자꾸 무르팍만 쥐어박았다.

"속을 썩여두 곱게 썩여야지. 나가는 년이 뭣 땜에 거짓말루 꾸며서 일숫돈(본전과 이자를 합한 금액을 며칠에 나누어 일정한 액수를 날마다 갚아나가는 빚돈)을 빼 갖구 나가느냐 이거야. 우리가 단련을 얼마나 받았냐구. 그래, 그 꼴을 해 갖구 왔다길래, 한 마디 하는 게 그렇게 고깝단 말인가. 나두 체면이 애비라구, 애비."

"어유 그러셔? 대견하셔. 벌이두 못하는 애비, 우거지면 삶아서 국이라두 끓여 먹지."

"누님두 그만두세요. 성경에두 나와 있지만……."

또 나오는구나 싶어진 강씨는 분연히 일어났다. 질려서 지레 달아나려는 아이놈의 손목을 잡으며 강씨는 지나치게 처량한 어조로 말했다.

"밖에 나가자. 아부지가 엿 주께."

강씨의 처가 길게 한숨을 쉬었는데, 호흡의 꼬리 근처에서 떨리며 흐느꼈다. 그 여자는 다시 드러누웠고, 삼촌은 단정한 자세로 앉아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그의 목소리는 믿음직한 바리톤이었다.

"전지 전능하신 여호와 아버지 기도하옵는 것은, 이 가정에 깃든 불안과 고통을 씻어 주옵시며, 저희가 더 이상 아버지 앞에 죄를 짓지 않도록 하심을 바라나이다. 이제 나갔던 식구가 돌아오고 온 가족이 모이게 되었사오나 저들은 감사할 줄 모르고 오히려 불화하여 아버지 은혜를 잊고 있나이다. 하나님 아버지, 우리가 비록 지상에서 가난과 괴로움 속에 허덕이며 천국을 잊고 있지마는, 아버지께서는 우리에게 길을 인도하여 주옵시고 심판의 날에는 주의 반열에 들게 하소서. 우리에게 천국이 임하게 될 때에 저희 죄인들은……."

"집어치워! 그 죄인, 죄인 하는 소리 기분 나쁘니까. 요즘 세상에 옥황상제라두 귀찮아."

강씨 처가 고함을 쳤지만, 삼촌의 기도는 잠깐 멈칫했을 뿐 그치지 않았다.

"저희 죄인들은…… 모두 회개하여 참사람이 되어서 주의 영광을 찬송할 겁니다. 우리가 불행함은 죄인이기 때문임을 잘 아나이다. 지금 공장에 나가 야근을 하고 있는 근호와, 이 집 가장에게 은총이 늘 함께 하시고, 미순이가 잉태한 생명에게도 복을 주셔서……."
할 때에 미닫이 너머에서 끅, 하는 소리가 들렸고, 강씨 처도 잠잠해졌다. 기도가 계속되었다.

"모두 하나님 자녀 되게 해 주소서. 거듭 바라옵건대 우리가 유황불이 타는 지옥에 들어가지 말게 하시고 주의 은혜로써 진리와 소망에 살기를 바라나이다. 부족한 죄인 아무 공로 없사오나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하옵나이다. 아멘."

기도가 그쳤다. 방 안에는 죄인, 천국, 지옥 하는 말들로 인해서 갑자기 나른하고 달착지근한 슬픔과 기대가 가득 차는 것만 같았다. 미닫이 뒤에서 가슴을 죄고 있던 미순이는 가슴이 후련했고, 강씨 처는 어쩐지 억울한 느낌을 버릴 수가 없었다. 삼촌은 아직 경건한 자세를 풀지 않은 채, 페이지마다 색연필로 가득 줄쳐 놓은 성경을 이 장 저 장 뒤적이며 속으로 읽었다. 벽에서 낡은 괘종이 8시를 쳤다. 그 옆에 퇴색한 옛날 사진들이 끼워진 액자가 붙어 있고, 근호가 갖다 붙인 화장품 회사의 선전용 달력에는, 비치는 속옷바람의 여자가 가랑이를 벌리고 있는 사진이 들어 있었다. 낮은 책상 위에 일본어 교본, 네 귀퉁이가 다 닳은 <경제원론>이라는 책, 그리고 무협 소설, <카네기 자서전>, <성공의 비결> 등이 꽂혀 있었다. 야외용 전축과 겸한 라디오가 낡은 구식 장롱 위에 있는데, 강씨 처는 기분이 날 때마다 전축의 볼륨을 있는 대로 틀어 놓는 것이었다. 오르간으로 연주되는 흘러간 옛 노래가 냄비에서 죽이 끓는 듯한 소리를 내며 흘러나왔다. 이 물건은 강씨가 고물상에 넘기지 않고 그의 처에게 선물한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강씨 처는 도무지 음악에 신명을 올릴 기분이 들질 않았다. 미순이가 죽이고 싶도록 밉고 불쌍했으며, 자라 온 세월을 돌이켜보면 잘못은 모두 어머니인 자기에게 있는 것 같았다. 밤 바람이 차갑다고 느낀 강씨 처는 천장 쪽으로 트인 창문의 줄을 요란하게 닫고는 또 한 번 한숨을 내리 쉬웠다. 아까보다도 훨씬 가라앉은 표정이었는데, 워낙 성질이 대장간 쇠토막 같아 놔서 잘 달고 쉽게 식었다. 그 여자는 오십이 가까웠어도 얼굴 피부가 팽팽하고 아직 몸매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강씨 처가 혼잣소리로 탄식했다.

"모두 내 잘못이다. 잠깐 눈이 뒤집혀서 저 팔푼이 같은 두상(머리 모양이나 생김새. 여기서는 '사람'을 얕잡아 이름)한테 개가(재혼)했찌."

그 여자가 강씨를 만난 것은 천안에서였다. 그 여자는 대부섬 마을에서 풍랑으로 남편을 잃고 나서 천안에 정착했었다. 혼잣몸으로 근호와 미순이 남매를 데리고 살아가기 힘겹던 그 여자는 열차에서 개피떡 장사를 했다. 강씨 쪽도 아직 근력이 좋던 때라 역전 수화물부에 있었다. 공안원들을 피하느라고 개구멍을 드나들던 떡장수 여자와 수화물 창고 인부가 어느 결에 눈이 맞았었다. 강씨는 원래 오쟁이를 졌던(자기 아내가 다른 남자와 간통하다) 남자여서 여자에 주눅이 많이 들어 있었다. 보통 홀아비라도 모르는데, 그런 지경이었으니 아직 교태가 남아 있던 과수댁에게 홀딱 반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들이 서울에 올라온 것은 막내가 태어나기 훨씬 전이었다. 워낙 생활력이 있는 사람들이어서 빈손이었는데도 강씨네 식구는 재빨리 서울 생활에 적응해 왔던 것이었다. 멍청히 앉아 여러 가지 생각에 잠겼던 강씨 처는 되도록 온건하게 딸을 불렀다.

"미순아, 좀 건너와라."

"니에……."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간신히 대답한 미순이가 머리를 가슴팍에 푹 처받고 골탕 문턱에 엉거주춤 앉았다.

"너 어쩔 작정야, 애를 그냥 낳을 거냐?"

미순이는 치마 끝을 쥐고 손가락을 꼼지락거릴 뿐 대답이 없다. 강씨 처가 재차 물으면서 미순이의 턱을 치켰지만, 미순이는 다시 고개를 떨어뜨린다.

"안 되겠다. 이따 네 오빠하구 상의해서 낼 같이 병원에 가자."

강씨 처는 아직 어리기만 한 딸의 가냘프게 여윈 얼굴과 누가 보더라도 쉽게 알아챌 정도로 볼록히 불러 오른 아랫배를 내려다보며 눈물을 손가락으로 찍어 냈다.

"6개월이 채 못 되었다니 손을 쓸 수 있을 거다."

미순이가 고개를 번쩍 쳐들었다.

"싫어요."

"애비 없는 새낄 낳아서 어쩌겠다는 거야."

"있어요."

"있으면 내 앞에 나타나얄 거 아냐. 사실이 이러저러 됐으니 성혼을 시켜 달라던가, 형편이 안 되면 얼마를 기다리라든가, 무슨 기별이 있어야지. 벌써 그 꼴루 비루먹은 (개, 말, 나귀 따위의 피부가 헐어서 털이 빠지고, 이런 현상이 차차 온몸에 번지는 병에 걸리다) 암캐처럼 기어들어올 때부텀 싹이 노랗더라. 근호가 보면 널 죽이겠다고 길길이 뛸 걸."

성경을 들여다보던 삼촌이 곁에서 참견했다.

"누님, 어떻게 멀쩡하게 산 아기를 죽입니까?"

"넌 참견 마라. 그것두 나오면 입이라구……. 살기가 얼마나 힘든데 그래."

"미순이가 찾아왔길래 전 놀랐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물어 봐야 말을 해야죠. 울기만 하니 말예요. 아마 둘이서 살다가 헤어진 모양입니다."

강씨 처가 미순이에게 다그쳤다.

"그 녀석하구 헤어진 거냐, 어떻게 됐어?"

"군대 갔어요. 운전 기술 배워 갖구 제대하면 결혼하재요."

"너 그놈 아니면 안 되겠니?"

미순이가 어머니의 기분은 염두에도 두지 않고 염치 좋게 말했다.

"잘 몰라요. 성깔은 착하지만, 건달이에요."

강씨 처는 미순이의 머리를 쥐어박고서는 한숨만 내리 쉴 뿐이었다.

"하는 수 없다. 서둘러서 결판을 내야지. 애를 떼든가, 아니면 그 놈에게 편지를 보내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

"책임질 위인이 안 되구."

"애를 길러 줄 사람한테 시집 가야겠어요."

삼촌이 무릎을 쳤다.

"잘 됐습니다. 주여, 감사합니다."

"아, 시끄러워요. 남은 지금 복장이 터져 죽겠는데."

미순이는 이제 완전히 달관해서 아무래도 좋다는 몰골이었다. 그 여자는 눈물만을 몇 방울 찔끔거리다가 말았을 뿐, 사실상은 제 어머니보다는 덜 상심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시키는 대루 할래요."

"어이구, 장하셔라. 미친 년!"

강씨 처는 속으로 어림 계산을 해 본다. 아무리 애를 써서 형식으로 치른다 할지라도 3, 4만 원은 들 것 같았다. 더군다나 미순이가 도망갈 때 일수를 2만 원이나 얻어 갔으니 그 돈 갚고 혼사 치르려면 5만 원은 족히 들 것이었다. 또한 몸을 풀 때까지는 전에 나가던 가발 공장에도 못 나갈 테니 먹여 줘야 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누가 이걸 데려가는가 하는 것이었다. 근심이 가시는가 하자 새로운 걱정거리가 무더기로 밀려들었다.

"이래저래 큰일이로구나. 일수 얻어다 뭐에 썼어?"

"사글세 방 하나 얻었어요. 다 까구 만 원 남았든 거…… 그이 군대 간 뒤 한 달 동안 내가 먹어 버렸구요."

"차라리 뒈지기나 했으믄, 내 속이 편하잖아."

강씨 처는 다시 근호가 이 달 안에 얼마를 들여올까를 계산했다. 이번 달에는 야근이 많았으니까, 못 받아도 1만 4천 원쯤은 받을 것이었다. 강씨가 매일 들고 들어오는 돈으로 먹는 건 이럭저럭 밀가루와 보리로 적당히 때우기로 하고 골방에 자취 손님이라도 들여야겠다고 작정을 해 보았다. 그러나 제 마음대로의 작정뿐이었지 막상 돈이 필요한데 살아가는 일들이 틀림없이 맞아떨어지리라는 보장은 없는 것이었다. 이런 때, 친정붙이라고 하나 있는 삼촌이라도 조카 혼사에 보태라며 돈 만 원쯤 내놓으면 얼마나 자랑스러우랴 싶었다. 강씨 처는 삼촌의 성경책을 집어서 그의 코 앞에다 들고 흔들었다.

"먹고 나서 예수고 뭐고지, 허구한 날 산 속 기도원에나 백혀 있으믄 세상이 뒤집어지는 줄 알아. 이거 빨리 청산해야 너두 돈 좀 만질 거다."

"누님두…… 뭐 내가 못할 짓 하는 겁니까. 내 실성기가 나은 게 모두 하나님 탓입니다. 내달부터는 기도원 운영을 내가 맡기루 되어서 생활비가 월 3만 원씩 나오게 됩니다."

"말은 좋다. 내 땅변()이라두 낼 테니, 너 이번 혼사에 만 원 보태 줄래?"

"전도사 어른께 미리 말씀드려 보지요."

"얘, 행여나 돈이 나오겠다. 거기 가서 엎드려 비는 이들이 전부 속 답답하거나 못살아서 죄진 사람들인데 그 사람들 갖다 바치는 걸루 네게 줄 돈이 차례나 오겠다."

"아녜요. 요샌 오히려 그런 쪽이 경제가 낫습니다."

어쨌든 강씨 처는 마음을 정하자마자 한결 근심이 덜어지는 것 같기도 했다. 날마다 죽을 둥 살 둥 하면서 그래도 가난 때문에 온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야 할 위기를 몇 번이나 넘기면서도 용케 살아 나왔던 것이다. 사람이 죽으란 법은 없으니까……. 어떻게든 되겠지. 강씨 처는 막연하게나마 딸의 혼사를 치르기로 작정은 했으나, 뱃속의 아이가 무엇보다도 큰 걱정이었다. 그렇지만, 아비 없는 자식이니 낳게 할 수는 없었다. 그 여자는 부엌으로 내려서며 혼자 중얼거렸다.

"언제는 돈 있어서 살았냐, 속아서 살았지."

 

2.[중략]

 

"좌우간 오늘 장사 망했다. 젠장할!"

덕배는 발끝으로 거칠게 미닫이를 닫아 버렸다.

 

3.

악, 악, 악, 뷰티풀 선데이.

악, 악, 악, 뷰티풀 선데이.

근호는 행상 사내와 엇비슷하게 비틀대면서 요새 귀에 익은 양곡(서양 노래, 팝송)의 같은 소절만을 연거푸 불러 댔다. 그 구절 이상은 모르고, 또한 몰라도 상관이 없었다. 악, 하고 박력 있게 끊을 때마다 신이 저절로 돋우어지는 것이었다.

"안 그렇습니까? 형님, 기부운…… 기분으루 산다 이겁니다."

"조오치! 내 우리 집 가서 한잔 더 내지."

행상이 어깨에다 멘 라디오 짐의 멜빵을 척 치키면서 주먹을 쥐어 허공에다 결연히 흔들어 보였고, 근호는 손을 홰홰 내젓고 자기 가슴께를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

"아니, 나두 오늘 돈 좀 받았다 이거요. 돈…… 얼마든지. 우리 시장 골목 청주옥에 가서 주물렁탕이나 하다 갑시다. 악, 악, 악, 뷰티풀……."

그들은 전자 제품 조립 공장의 창고가 늘어선 철조망 옆으로 비틀대며 걸어갔다. 여러 대의 화물 자동차가 서 있고, 반바지만 걸친 몸집 좋은 남자들이 포장된 상자를 나르고 있었다. 철야에 들어가는 여공들이 줄을 지어 서서 작업 카드에 확인을 받고 있는 게 보였다. 공장에서 사이렌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자매로 보이는 두 소녀가 서로 손을 꼭 잡은 채 그들을 앞질러서 뛰어갔다. 창고 앞길을 지나자, 거기서부터는 외등이 없어서 발끝이 잘 안 보일 만큼 캄캄했다. 행상이 근호에게 물었다.

"그런데 자넨 한 달에 얼마나 버나?"

"나요? 칫…… 일당 320원 받죠."

"고걸 가지고 큰소리야. 난 또……."

근호가 우뚝 섰다. 그는 셔츠 윗주머니에서 두툼해 보이는 봉투를 꺼내어 행상의 코 앞에다 대고 흔들었다.

"월급이 아니라구요. 내 손을 좀 보슈."

근호는 권투 선수같이 커다랗게 붕대가 감긴 손을 자랑스럽게 치켜들었다.

"요거 덕택으루 한땡 잡았다 그겁니다."

"뭐야…… 싸운 건가?"

"씨팔, 사람이나 치구 댕기는 놈으루 아슈? 다쳤어요. 홧김에 술은 마셨지만, 지금은 기분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나두 잘 모르겠수."

행상이 말했다.

"치료비 받았군."

"비싼 건지, 싼 건지 잘 모르겟지만, 아무튼 손가락 세 개가 짝 나갔습니다."

"손가락 세 개?"

"그래요. 엄지, 검지, 가운데……. 일렬루 사그리(깡그리) 나갔다구요. 술을 내가 살 만하잖아요."

"난 그런 술 못 먹네. 우리 집에나 가자구."

행상이 근호의 겨드랑이에 팔을 넣으면서 낮게 말했다. 근호가 잠깐 뻗대었다.

"우리 집 갑시다. 나 혼자 쓰는 방이 있으니까."

"가출했던 누이동생이 왔대며?"

"아 까짓 년, 때려 죽여두 시원찮은 판인데, 내쫓아 버리면 되지요. 두고 보슈. 지금 당장 만나는 즉시루다 머리끄뎅이를 잡아서 태질(세차게 메어치거나 내던지는 짓)을 칠 테니까."

격해서 떠들던 근호가 갑자기 울컥하더니 허리를 구부리고 발 밑에 토했다. 행상은 그의 등을 두드려 주었고, 근호는 쭈그려 앉아 자기 입 속에 성한 손가락을 넣고 토악질을 계속했다.

"이 사람아, 여자란 서방 잘못 만나면 신세 조지는 거야."

근호는 들은 둥 만 둥 거센소리로 가래침을 돋우어 뱉었다. 근호가 머리를 흔들고 나서 한숨을 푹 쉬며 일어섰다.

"형님, 지금 뭐라구 그랬소?"

"여자가 불쌍하다구."

"나두 들어서 압니다. 빵에 갔다가 오셨다지?"

"싸움에 말려들었지. 사실 나는 기업주 쪽에 붙어먹었던 놈이야."

"이쪽 저쪽…… 그런 데 휩쓸리면 저만 손해입디다."

"가운데서 화해시킨다는 명목이었지만, 진짜는 쇼부 쳐서 얼마 잡아 갖구 자립하려구 그랬었지."

행상이 입맛을 쩍쩍 다셨다. 그의 목소리가 차츰 안으로 기어들어가듯 작아졌다.

"몹쓸 짓이지."

"돈 벌자는 게 뭐가 나쁩니까?"

"살아 보면…… 알게 되네. 자넨 손 다쳐 목돈을 만지니 기분이 좋은가?"

근호는 그제야 붕대 감은 손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그렇다, 운이 약간 나빴을 뿐이다. 그리고 돈이 안 생긴 것보다는 낫다.

"기분이 안 좋으면 어쩝니까. 내 실순걸."

"얼마 받았는데……."

"한 개에 만 원씩, 3만 원요."

3만 원에다, 공장 병원의 치료비 무료, 한 달 동안의 노임도 공짜로 나온다고 했다. 그렇게 친다면 높은 사람쪽도 성의가 없는 건 아니라고 근호는 생각하고 있었다. 근호는 자기가 별로 기가 죽지 않았다는 것을 표시하고 싶었다.

"의사는 술 마시면 금방 뒈질 것처럼 엄포를 놓데요. 치만, 이 묘한 기분에 술두 안 먹구 넘길 재간이 있습니까."

두 사람은 둑 아래 이르렀다. 행상이 고개를 숙이고 묵묵하게 앞서서 걸었다. 근호가 모처럼 은하수 두 갑을 사서 행상과 자기 것을 나눠 가졌다. 둑을 올라가며 행상이 말했다.

"술은 그만 하구 집에 가서 푹 자는 게 좋겠구만."

"아니, 이제 와서 오리발 내밀기요?"

"그게 아니야."

그는 걸음을 빨리 하면서 말했다.

"가서 쉬라구. 오늘만 날인가 뭐."

"섭섭한데요."

근호가 트림을 길게 내뽑았다. 행상은 짐을 바꿔 메고 나서 자기네 동네 쪽인 개천 건너편의 넓은 빈터를 바라보았다. 행사이 혼자말로 중얼거렸다.

"이상한데, 정전인가?"

"형님, 노골적이지 알게 돼서 반갑습니다. 종종 만나서 한 잔씩……. 악, 악, 악, 뷰티풀 선데이……."

"덕배 씨네 포장서 만나자구. 자넨 얼루 가나?"

"우리 집은 요 둑 아랩니다."

"거긴 불이 들어왔는데……."

"섭섭함다, 진짜."

"자아, 또 만나세."

행상은 개천을 건넜고, 근호는 둑을 걸었다. 그의 뷰티풀 선데이 소리에 벌레들이 잠잠해지곤 했다. 근호는 일본의 본사에 텔레비전과 라디오의 박스를 납품하는 하청 공장의 목공부에서 공원으로 일을 했다. 그가 하루 종일 하는 일이란 합판이나 베니어나 합성 수지를 똑같은 규격으로 전기톱에다 자르는 일이었다. 오늘도 언제나 그랬듯이 작업은 6시부터였다. 기계를 가동하고 나서 합판을 가로 15센티 세로 30센티로 한 2백여 장 잘랐을 때였다. 검사과에서 규격이 틀린다는 전갈이 왔다. 약 1센티 정도의 차이가 난다는 것이었다. 근호는 줄자로 원단에 표시를 한 다음 모범품을 한 장 빼내기 위해 톱날 위에 견주어 보고 있었다. 평상시의 기계적인 습관대로 근호는 가동 스위치를 밟아 버렸다. 앗 뜨거! 하자마자 핏방울이 작업복 위로 뻗쳐 왔다. 뒤에서 동료가 그를 잡아당겼다. 아픔보다는 왼쪽 팔뚝 전체가 엄청나게 큰 쇠뭉치의 타격을 맞은 것처럼 저리고 시거운 게 견딜 수가 없었다.

"근호 인제 오냐?"

근호의 어머니였다. 강씨댁은 둑에다 가마니를 깔고, 삼촌과 나란히 앉아 밤 바람을 쐬고 있었던 것이다. 근호는 선 채로 무뚝뚝하게,

"삼촌 왔수?"
하고 나서 강씨댁에게 대들 듯이 물었다.

"미순이 들어왔다면서요?"

강씨댁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삼촌이 옆에서 참견했다.

"아무 소리 말아라."

"이년을 그냥……."

강씨댁이 그들을 지나쳐서 둑 아래로 내려가는 근호의 팔뚝을 잡고 매달렸다.

"너는 모른 척하면 된다. 잘 돼 가는 중인데……. 너 또 술 먹었구나."

"잘 돼긴 뭐가 돼 가요?"

"방금 미순이 신랑감이 와서 얘기하다 갔단다. 미순이한테 말해 보겠다구 내려갔어."

"아야야, 아퍼요. 이쪽 손은 잡지 마세요."

강씨댁은 그제야 근호의 손에 감긴 붕대를 발견했다.

"잘 헌다. 술 먹구 쌈박질이나 하구 와선……."

"미순이 신랑이 언 놈이요?"

삼촌이 궁둥이를 털고 일어났다. 그는 항상 조카가 자기를 못마땅해 하는 줄을 잘 알고 있었으므로, 약간 주눅이 든 음성으로 말했다.

"뭐라든가…… 저 재건대 대장이라나……."

"그럼 왕초 노릇하는 이씬가 하는 홀아비 말이죠?"

강씨댁이 말했다.

"얘, 그래 봬두 고물 수입이 엄청나대더라."

"엄청나 봐야 양아치 새끼지 뭐. 어머니, 우린 어엿한 농사꾼 집안요. 고작, 거지발싸개 같은 새끼한테 주려고 미순일 길렀어요? 어머니하구 걔하군 달라요. 걔는 처녀예요, 처녀."

근호는 취한 김에 강씨댁의 재혼에 관해서도 빗대 놓고 비난을 해 버렸다. 강씨댁이 말했다.

"처녀? 얘, 말두 마라, 그렇다면 오죽이나 좋아. 홀몸이 아녜요, 홀몸이……."

근호는 팔뚝을 움켜쥐고 둑에 주저앉았다.

"아휴, 쑤셔서 미치겠네."

"많이 다쳤냐?"

근호는 은하수를 꺼내어 한 개비 붙여 물고 한참이나 멍청히 앉아 있었다. 지금 와서 누이를 패 봤자 기분만 나빴지 섭섭함이 가실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럴수록 어머니가 원망스럽기도 했다.

"뭐래요, 미순이는……."

"낸들 아니? 지금 아마 저희끼리 얘기하구 있을 거다."

근호가 머리통을 흔들어 진저리를 치면서 내뱉었다.

"에이, 쌍놈에 집구석 같으니."

"너 간조 탔구나.('품삯을 받다'는 뜻의 속된 말)"

"낼부터 일 안 나가요."

"혹시 너 해고당한 건 아니겠지. 쌈질한 게 아니냐?"

"손 다쳐서 그래요. 노임은 여전히 나올 테니 염려 마세요. 그러구여……."

근호가 윗주머니에서 돈이 든 두툼한 봉투를 꺼내어 강씨댁에게 내밀었다.

"돈 받아 두슈. 아버지한텐 모른 척하시구요. 알아서 써요 괜히."

강씨댁이 돈을 꺼내 들고 불안하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게…… 웬 돈이 이렇게 많니?"

"3만 원이에요."

"3…… 3만, 어서 났어?"

"손 다쳤다구 회사에서 줬어요."

"아이구, 고마워라. 이런 때 돈 3만 원! 그러게 도무지 근심이 안 되더라니까. 어쩐지 모두 잘 풀려 나갈 것 같더라니. 잘 됐다. 잘 됐어."

"쑤셔서 환장하겠네. 술이 모자란가……."

근호는 부어오르기 시작한 손목께를 주물렀고, 강씨댁은 돈을 코앞에다 바싹 갖다 대고 한 장 두 장 세어 넘기고 있었다. 개천 건너 빈터에서 사람들이 웅성대는 소리가 들리고 모닥불빛이 보였다. 근호가 물었다.

"저기 웬 사람들이야. 뉘 집 제사 하나?"

강씨댁은 돈 세기에 여념이 없고, 삼촌이 혀를 차면서 말했다.

"술 먹느라구 그러지 뭘."

"얘, 2만 8천 원인데……."

"아 참, 거기서 내 술값 2천 원은 빼구."

"무슨 술을 2천 원어치나 처먹어. 진작에 왔으면 공술에 개고기루 자알 먹을걸."

"개고기요? 어디서 때려 잡았으까."

"느이 아버지가 황소만 한 놈을 얻어 왔단다. 장정들 10여 명이 밤새껏 뜯어 먹어두 고기가 남을 거다."

"벌이는 않구, 주책 없이……."

"먹기 싫으면 관두렴."

근호는 뭐라고 강씨에 대한 불만을 말하려다가 곧 단념해 버렸다. 효자보다도 못된 영감이 낫다고 하질 않는가.

"지금 집에 가면, 그 녀석하구 미순이뿐이겠네?"

"그래 가서 인사나 트구, 분위기 봐서 잘 얘기해 줘라."

강씨댁이 사정조로 타이르자 근호는 한결 성깔이 누그러져서 우물쭈물 말했다.

"쯧, 나야 뭐…… 미순이가 잘 되면 좋죠. 하지만 참견 않겠어. 나갈 때두 제 배 맞아 나간 년인데 이번에두 자기 배꼽 서는 대루 하겠지. 한강물 배 지나간 자리라 그건가, 골치 아파서 참. 어머닌 진짜루 혼사 치를 셈이우?"

강씨댁이 돈을 허리춤에 찔러 넣으며 말했다.

"못할 거 뭐 있냐. 그 사람이 달란 말도 먼저 꺼냈으니까. 내친김에 속히 치를란다. 원한다면 요 3일 상간에라두 괜찮지."

"소문 나겠수. 애 밴 처녀 팔아치운다구."

"저 자식이…… 주둥아리루 씨부리면 말인 줄 알어."

"내 돈 3만 원은 아무래두 결혼 비용으루 나가겠는걸."

"그래서 억울하냐, 돈 3만 원을 혼사에 보태는 게……. 하나밖에 없는 네 누이동생 아니냐."

"누님, 근호가 어디 그런 뜻으루 얘기한 겁니까? 제 스스로가 대견해서 저러지요."

삼촌이 두 사람의 울컥해진 분위기를 불안해 하며 강씨댁을 슬슬 밀어냈다. 근호가 뚝 아래로 주춤주춤 내려가며 외쳤다.

"니기미랄, 손가락 세 개 값이란 말예요."

"저런 동기간에 의리라곤 눈곱만큼두 없는 자식. 까짓 다쳤으면 치료해서 나으면 되잖아. 살림이 이렇게 험악하니깐 다 때에 맞춰서 이러구러 넘기면서 살아야지. 야야, 니가 멕여 살리면 마부 벼슬 얻은 종놈처럼 눈꼴이 시겠다야."

근호는 개고기가 있다는 개천 건너 빈터 쪽으로 달아나 버렸다. 강씨댁이 한참 욕을 퍼붓다가, 눈물을 찔끔거리며 곧 후회했다. 그러고 나서 두 아이를 혼자서 기르던 떡 장수 시절의 얘기를 꺼내어 삼촌에게 넋두리를 늘어놓았다.

"글쎄 주님만 믿으면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니까요."

삼촌이 누이의 등을 토닥토닥 두들겨 주며 말했다.

"나두 더 늙기 전에 예수당에라두 나가야 할까 부다."

"잘 생각하셨어요."

두 사람은 가마니를 말아 들고 집 쪽으로 내려갔다. 동네는 쥐 죽은 듯이 고요했다. 아이들과 남자들이 모두 빈터로 가 버리고, 아낙네들은 곳곳에서 가마니를 깔고 노숙 잠을 자는 판이었다. 그들은 집의 부엌 앞에 가서 살그머니 안의 동정을 살폈다. 한참 미순이를 설득시키고 있는 왕의 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 그렇습니까. 기러기두 같이 날아가야 한다구, 우리 외로운 사람들끼리 살아 보자 이겁니다. 나두 안 해 본 것 없이 갖은 풍파 끝에 서른다섯이 되도록 마땅한 여자를 만날 수가 없었습니다. 허허, 인생이 뭐 중뿔날(하는 일이나 모양이 유별나거나 엉뚱하다) 거 있겠어요? 아까 돌아오셨단 말을 듣구, 첨엔 야속하기두 하구 화두 납디다만…… 결심했습니다. 사랑해선 안 될 사랑이지만, 아기야 아무 사람의 애면 어떻습니까? 내가 아비 노릇하며 같이 키우지요."

아마도 왕은 자신의 말솜씨에 완전히 취한 것 같았다.

"이래 봬두 독수리표 전축에다 흘러간 노래판이 서른 장……, 내 손으로 지은 브로크 집두 있것다, 까짓 텔레비에 자개 장롱두 들여놉시다."

강씨 처는 동생을 꾹꾹 찔러 가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 봐, 인제 미순이만 네 하구 대답하면 다 이루어진 혼사라니까. 내 온…… 세상에 저렇게 번개 같은 청혼은 또 처음 봤네!"

뭔가 낮은 미순이의 목소리가 들리고 껄껄대는 왕의 음성이 들려왔다.

"좋습니다. 내 아주 동네에다 광을 내구 올 테니깐."

방문이 떨어져 나갈 듯이 요란하게 열리며 벌겋게 흡족하게 웃는 왕의 넓적한 얼굴이 튀어나왔다. 문가에 섰던 강씨 처가 그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

"이 사람아, 뭐라든가?"

강씨댁은 이젠 마음놓고 하게를 놓기까지 하면서 물었다.

"장모님, 내 이래 봬두 왕년엔 팔난봉(가지각색의 온갖 난봉을 부리는 사람)이었다 그겁니다. 염려 놓으슈. 내가 아주 오뉴월에 엿가락 녹이듯이 해 놨으니까. 젠장맞을, 노총각 장가 들기 힘들다."

그러나 방 안에선 기뻐서 그러는지 아니면 이젠 살았다는 안도의 그것인지 궁상맞게 훌쩍이는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강씨 처가 소리를 꽥 질렀다.

"시끄러워. 복 떨어 내지 말구 앉았어."

"내 그럼 새 기분으루 술 한잔 먹구 오겠습니다."

왕은 또 껄껄대는 헛웃음을 터뜨리면서 빈터 쪽으로 뛰어갔다. 술판도 이제는 거의 파장에 이르러, 동네 사람들 대부분이 거나하게 취해 있었다. 바닥이 드러난 국솥 아래 남은 불티가 까물거렸다. 강씨는 이제 막 두 그릇째의 장국을 비우는 참이었다. 뷰티풀 선데이를 외치던 근호는 드디어 맨땅에 큰 대자로 떨어져서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국솥 주위에는 바께쓰며 양재기들이 나뒹굴어 있고, 제삿집처럼 흥청댔다. 왕이 강씨 앞에 가서 넙죽 절을 하며 호기 있게 말했다.

"사위 인사 받으슈."

춤을 덩실대던 사람들과 소리를 뽑던 사람이 일시에 멈춰 휘둥그레졌다.

"이 사람이 무슨 짓이야."

강씨가 어리둥절하자, 왕은 껄껄 웃어 대며 일어나 바께쓰 바닥에 조금 고인 막걸리를 반양재기쯤 떠서 바치며 말했다.

"아따 놀라시긴, 미순이하구 혼례를 올리기루 되었다 그겁니다. 장인, 술 받으슈."

"허, 날마다 술 먹게 생겼네그랴."

누군가가 무릎을 치며 말했다.

"좌우지간에, 오늘 우리 동네 경사 만났구먼."

반장이 앞으로 나갔다.

"경사다뿐인가. 우리가 철거 안 된 게 누구 덕인가. 다 수완 좋아 요로(영향력 있는 중요한 자리나 지위, 또는 그 자리나 지위에 있는 사람)에 진정하구 다닌 내 덕이지."

"개고기 먹고, 술 먹고, 푸짐하게 놀았고……."

"차, 미순인 시집 가구 거긴 노총각 면했구려."

빈터에는 묘한 활기가 가득 차 있는 것 같았다. 불이 모두 꺼져서 쇠솥이 차갑게 식을 때까지 그들은 노래하고 춤을 추고 주정을 했으며 핏대 올려 말다툼도 하였다. 드디어는 하나 둘씩 지치고 피곤해져서 야기(밤 공기의 차고 눅룩한 기운) 때문에 비교적 시원해진 비좁은 방 안을 찾아 돌아갔다. 빈터에서 그대로 곯아떨어진 사람들은 식구들이 제각기 찾아와 양쪽 겨드랑이를 받치거나 질질 끌다시피 해서 데려갔다. 근호는 아직 땅바닥 위에 벌렁 드러누운 채였다. 그의 발치쯤에서 재 속에 남아 있는 불 찌끼가 벌겋게 빛을 내고 있었다. 속치마 바람의 미순이가 개천을 건너서 빈터 쪽으로 걸어왔다. 배가 불렀지만 날렵하게 징검들을 건너뛰는 모습이 작은 계집아이 같았다. 미순이는 나약하게 신음하며 앓고 있는 근호의 등을 살그머니 흔들었다. 만취한 사내가 노래를 부르며 둑 위를 지나가고 있었다.

 

<이해와 감상>

황석영은 공장 견습공으로, 공사장 일용 노동자로, 문화운동가로 뛰어다니며 민중의 삶을 직접 몸으로 겪은 체험이 그대로 녹아 든 작품을 쓴 작가이다.

1973년 발표된 황석영의 단편 소설 <돼지꿈>은 황석영이 노동자로서의 체험을 바탕으로 하여 기계화된 도시 문명으로 인해 전락한 민중의 생활상과 도시화에 밀려 붕괴되어 가는 농촌의 현실을 그린 작품이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1960년대의 상황을 살펴보면, 이른바 제3공화국이 들어서면서 정부가 근대화와 산업화를 내세워 곳곳에 공장이 서고 공사판이 벌어지게 되었다. 때문에 농촌의 농민들은 도시로 몰려들어 도시 빈민이 되거나 공장의 노동자가 되는 경우가 많아졌던 시기였다. 또한, 양적인 경제 성장을 추구했기에 노동자들은 제대로 대우를 받지 못했던 시기이다. 임금뿐 아니라, 노동 조건도 열악했다. 노동자들은 인간다운 대접을 받지 못하고 공돌이, 공순이로 불리기도 했다. 그나마 도시에 자리잡지 못한 사람들은 공사판을 따라다니는 날품팔이(일용 노동자)가 되어야만 했다.

그러한 60년대의 시대적 상황과 함께 이 글의 공간적 배경 역시, 이제 막 산업화가 시작되어 여기저기 공장들이 들어서고 있는 서울의 한 동네이다.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올라온 사람이 대부분인 마을은 삭막함이나 각박함보다는 농촌에서 느낄 법한 푸근함과 인정이 느껴지는 곳이라 하겠다.

이 소설은 1960~70년대 우리 사회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1970년대 산업 사회는 경제적 발달을 가져다 주었지만, 농어촌의 해체(공동체적 삶의 파괴)와 그로 인한 떠돌이 생활, 도시와 농촌 간의 심한 격차 등 여러 문제점도 유발되었던 것이다. 이 작품은 그러한 산업화로 인한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는 작품이다.

따라서 이 소설은 농민들이 도시로 모여들어 노동자로 도시 빈민이 되거나 일용 노동자로 전락하던 농민 분해 과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작품이다. 1970년대 산업화의 과정에서 농민을 뿌리를 잃고 도시의 밑바닥 생활을 하며 힘겨운 삶을 살아야만 했다. 이러한 상황의 황폐함과 궁핍함이 근호와 미순이 그리고 여공들의 모습으로 형상화되면서 그 시대의 특성을 잘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