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3) : 심상·어조

심상의 개념과 기능

♠ 개념 → 감각기관에 의해 떠오르는 대상에 대한 영상이나 대상을 감각적으로 인식하도록 자극하는 말이다. 즉, 시를 읽을 때 떠오르는 대상의 구체적인 모습과 움직임, 상태 등을 말한다. 감각을 재현하는 감각적인 표현을 일컫는다. 이미지(image) · 형상(形象)이라고도 한다. 이미지는 추상적인 관념을 형상화하여 대상을 구체적이고도 생생하게 제시하며, 특정한 정서를 환기하기도 한다. 따라서 이미지는 시어나 시구의 함축적 의미까지 포함한다.

예> 그는 용감하게 싸웠다.(추상적 의미) → 그는 성난 사자처럼 싸웠다.(이미지)

♠ 기능

⑴ 함축적 의미를 전달하는 기능을 가진다.

    김수영의 <풀>이란 시에서 '풀'은 단순한 식물로서의 '풀'이 아닌, 저항적인 인간, 민중의 상징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이미지는 의미를 함축적으로 표현해 준다.

⑵ 대상을 구체적이고도 생생하게 표현한다.

    그 녀석 눈이 참 곱군.(개념적 서술) → 그 녀석 눈이 샛별 같아. (직유에 의한 이미지)

    아름다운 여인 (추상적 진술) → 국화같은 여인 (이미지)

⑶ 보통의 언어로써 풀이하기 어려운 마음의 상태를 효과적으로 나타낸다.

    김동명의 <내 마음은>이란 시에서는 '나'의 마음을 '호수'라는 비유적 이미지를 통해 나타내고 있다. '그대'가 노를 저어 올 수 있고, '나'는 '그대'의 뱃전에 부서질 수 있는 '나'의 내면심리가 효과적으로 나타난다.

⑷ 매우 뚜렷하고도 직접적인 인상을 전해 준다.

    이미지는 대개 감각적 경험과 구체적 사물을 나타내는 언어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뚜렷하고 직접적인 인상을 남기게 된다.

심상의 표현 방법과 종류

♠ 표현 방법

㈀ 묘사적 심상 : 마치 그림을 그려내는 듯한 묘사를 통해 제시되는 심상

예> 송홧가루 날리는 / 외딴 봉우리. // 윤사월 해 길다 / 꾀꼬리 울면 //

      산지기 외딴 집 / 눈먼 처녀사 // 문설주에 귀 대이고 / 엿듣고 있다.   (박목월, "윤사월")

      → 한 폭의 그림을 떠올릴 수 있도록 외딴 봉우리의 풍경을 묘사하고 있다.

㈁ 비유적 심상 : 비유를 통해 제시되는 심상

예> 이는 먼 / 해와 달의 속삭임 / 비밀한 울음.          (박두진 "꽃")

      → 꽃을 '속삭임', '울음'에 비유함.

㈂ 원형적 심상 : 고대로부터 현대까지 이어지며 되풀이되는 인류의 보편적 이미지

예> 우리가 이 되어 만난다면 / 가문 어느 집에선들 좋아하지 않으랴.   (강은교, <우리가 물이 되어>)

      → 물은 '생성, 생명'이라는 원형적 의미로 쓰임.

㈃ 상징적 심상 : 대상을 통하여 여러 가지 의미나 관념을 떠올릴 수 있게 하는 심상

㉠ 생성 이미지 : 새로운 대상이 생겨나거나 소망이 이루어지는 느낌을 주는 이미지

예> 어둠은 새를 낳고, 돌을 / 낳고, 꽃을 낳는다.            (박재삼의 <아침 이미지>)

㉡ 상승 이미지 : 낮은 데서 높은 데로 올라가는 느낌을 주는 이미지

예> 산호도 섬도 없는 저 하늘로 / 나를 밀어 올려다오.

      채색한 구름같이 나를 밀어 올려다오. / 이 울렁이는 가슴을 밀어 올려다오.  (서정주의 <추천사>)

㉢ 소멸 이미지 : 기존의 대상이 사라지거나 어떤 소망이 좌절되는 느낌을 주는 이미지

예> 저무는 역두에서 너를 보냈다. / 비애야! //

      개찰구에는 / 못쓰는 차표와 함께 찍힌 청춘의 조각이 흩어져 있고 / 병든 역사가 화물차에 실리어 간다.

                                                      (오장환, <The Last Train>)

㉣ 어둠과 추위의 이미지 : 시어나 시구가 어둠과 추위의 의미를 환기하는 이미지

예> 울엄매야 울엄매, / 별밭은 또 그리 멀리 /

     우리 오누이의 머리 맞댄 골방 안 되어 / 손시리게 떨던가 손시리게 떨던가.    (박재삼, <추억에서>)

㉤ 역동적 이미지 : 힘차게 움직이는 느낌을 주는 이미지

예> 모든 산맥들이 /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 차마 이곳을 범하던 못하였으리라.  (이육사, <광야>)

㉥ 하강 이미지 :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느낌을 주는 이미지

예> 관이 내렸다. / 깊은 가슴 안에 밧줄로 달아 내리듯. /

      머리맡에 성경을 얹어주고 / 나는 옷자락에 흙을 받아 / 좌르르 하직했다.    (박목월, <하관>)

♠ 심상의 종류

㈀ 시각적 심상 : 색채, 명암, 모양, 움직임 등을 제시한 이미지.

예> 지나가던 구름이 하나 새빨간 노을에 젖어 있었다.                   (김광균의 <외인촌>)

      애수는 백로처럼 날개를 펴다.                                              (유치환의 <깃발>)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나무를 생각하는 것이었다.  (서정주의 <무등을 보며>)

㈁ 청각적 심상 : 소리, 음성, 음향 등을 제시한 이미지.

예> 접동 / 접동 / 아우래비 접동.               (김소월의 <접동새>)

     늙으신 아버지의 / 기침소리랑              (신석정의 <망향의 노래>)

㈂ 후각적 심상 : 냄새, 향기 등을 제시한 이미지.

예>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이육사의 <광야>)

      달은 과일보다 향그럽다.           (장만영의 <달,포도,잎사귀>)

      산에 가면 / 우거진 나무와 풀의 / 후덥지근한 냄새.  (박재삼의 <산에 가면>)

㈃ 미각적 심상 : 음식의 맛, 맛을 보는 행위 등을 제시한 이미지.

> 집집 끼니마다 봄을 씹고 사는 마을.      (김상옥의 <사향>)

㈄ 촉각적 심상 : 만짐에 의한 것으로 차가움과 뜨거움, 피부결 등으로 세분됨.

예> 젊은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       (김종길의 <성탄제>)

      살진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 발목이 시리도록 밟아도 보고  (이상화의 <빼앗긴 들~>)

㈅ 공감각적 심상 : 하나의 감각이 다른 감각으로 전이되는 것.

예> 분수처럼 흩어지는 푸른 종소리. → 청각의 시각화.      (김광균, <외인촌>)

      동해 쪽빛 바람에 / 항시 사념의 머리 곱게 씻기우고. → 촉각의 시각화.  (유치환, <울릉도>)

      바다가 꽃이 피지 않아서 서글픈 / 나비 허리에 새파란 초생달이 시리다. (김기림, <바다와 나비>)

㈆ 지배적 심상 : 시에 나타난 여러 가지 심상 중에서 독자의 마음 속에 가장 강렬한 인상이나 정서를 일으켜 내는 심상

어조의 개념과 양상

♠ 개념 → 어조(語調. tone)란 시적 대상에 대한 시적 화자 특유의 말투 혹은 가락을 말한다. 사람마다 음성 · 억양 · 강세 · 음색 등에 의한 어조가 다른 것처럼, 시에 나타나는 화자의 어조(개성적 목소리) 역시 다르다.

♠ 어조의 양상

㉠ 화자가 자기 자신을 향한 목소리

→ 화자가 혼자 독백하듯이 말하며, 영탄과 감탄의 어조를 띠며, 서정성을 주조로 한 서정시에 알맞다. 시인의 내면세계와 직접 관련되어, 사색적이고 명상적인 성격을 지니게 된다.

예> 산산히 부서진 이름이여! / 허공 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

      불러도 주인없는 이름이여! /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김소월의 <초혼>)

㉡ 화자가 청자인 '너'를 향한 목소리

→ 화자는 숨고 청자인 '너(독자)'에게 제시하듯이 말하며, 명령 · 권고 · 요청 · 갈망 · 호소의 어조를 띠며, 청자에 대한 소망이 주조를 이룬다. 참여시와 목적시에 알맞다.·

예> 복사꽃이 피었다고 일러라. 살구꽃도 피었다고 일러라. 너이 오오래 정드리고 살다 간 집, 함부로 함부로 짓밟힌 울타리에, 앵도꽃도 오얏꽃도 피었다고 일러라. 낮이면 벌떼와 나비가 날고, 밤이면 소쩍새가 울더라고 일러라. (박두진 <어서 너는 오너라>)

㉢ 3인칭 '그'를 향한 목소리

→ 화자와 청자가 숨고 3인칭 '그'를 지향하며, 정보 전달에 적합한 사실적 · 객관적 어조로 서사시에 알맞다.

어조의 기능과 종류

♠ 어조의 기능

㈀ 어조와 분위기 : 시의 어조는 시의 느낌, 분위기(정조)를 창조한다.

예>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 풀 아래 웃음 짓는 샘물같이

      내 마음 고요히 고운 봄길 위에 / 오늘 하루 하늘을 우러르고 싶다.

→ 여성적이며 부드러운 어조로 순수하고 맑은 시적 분위기를 조성하여 삶의 가성적인 앙양에 대한 소망을 노래하고 있다.

㈁ 어조와 주제 : 어조는 시의 주제와도 밀접한 관련을 지닌다.

예> 가을에는  / 기도하게 하소서 ….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 명상적인 기도조의 어조는 경건한 삶에 대한 염원을 노래하는 주제를 효과적으로 나타냄.

♠ 어조의 종류

㈀ 남성적 어조 : 강하고 의지적이고 힘찬 기백을 담은 내용의 전달에 적합함.

예> 이육사의 <광야>, 유치환의 <깃발> 등.

㈁ 여성적 어조 : 간절한 기원, 한, 애상 등의 내용 전달에 적합함.

예> 한용운의 시, 김소월의 <진달래꽃>, 김영랑의 시 등.

㈂ 풍자, 해학, 냉소의 어조 : 사회 비판의 내용 전달에 적합함.

예> 조선 후기의 사설시조, 민중시 등.

㈃ 그 외

* 단호한 어조 → 망설임 없이 엄격하게 딱 잘라서 결정하는 듯한 어조  (함형수, <해바라기의 비명>)

* 유장한 어조 → 급하지 않고 느리고 길게 뽑는 가락을 띤 어조  (한용운, <알 수 없어요>)

* 냉소적 어조 → 시적 대상에 대해 쌀쌀한 태도로 비웃는 듯한 어조  (황지우, <새들도 세상을~>)

* 비판적 어조 → 시적 대상이나 상황에 대해 못마땅하게 여기는 어조 (김광섭, <성북동 비둘기>)

* 설득적 어조 → 이치를 따져 자기 생각에 동조하게 만드는 듯한 어조 (김남조, <설일>)

* 담담한 어조 → 상황이나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차분하고 평온한 느낌을 주는 어조 (이용악, <풀벌레 소리 가득 차 있었다.>)

* 독백적 어조 → 혼자 말하는 듯한 어조 (서정주, <자화상>)

* 경쾌하고 발랄한 어조 → 밝고 긍정적인 시어와 빠른 호흡이 두드러지는 어조 (박두진, <해>)

* 섬세하고 부드러운 어조 → 가냘프고 곱고 순한 어조 (김영랑, <내 마음을 아실 이>)

* 친근한 어조 → 누구와도 거부감 없이 친하게 어울리는 듯한 어조 (김상용, <남으로 창을 내겠소.>)

* 영탄적 어조 → 슬픔이나 기쁨 등의 감정을 강하게 드러내는 태도 (김소월, <초혼>)

㈄ 어조의 변화 : 화자의 태도나 심정의 변화에서 유발됨. 어조의 변화는 시정이 전환되면서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게 됨. (한용운, <님의 침묵> → 이별로 인한 슬픔에서 이별한 임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확신을 갖는 어조로 변화됨.)

정서적 거리

♠ 정서적 거리란, 서정적 자아가 시적 대상에 대해서 느끼는 감정과 정서의 미적 거리를 말한다.

♠ 정서적 거리의 유형

㈀ 가까운 거리 : 대상에 대하여 주관적인 감정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것.

예>행여나 다칠세라 / 너를 안고 줄 고르면 //

     떨리는 열 손가락 / 마디 마디 에인 사랑 //

     손 닿자 애절히 우는 / 서러운 내 가얏고여.    (정완영의 <조국>)

㈁ 균제 · 절제된 거리 : 대상에 대하여 담담하고 객관적인 거리를 어느 정도 유지하는 것.

예> 어두운 방 안엔 / 바알간 숯불이 피고 //

      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

      애처로이 잦아드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         (김종길의 <성탄제>)

㈂ 먼 거리 : 대상에 대하여 반감을 가지거나, 철저히 객관적인 태도를 드러내는 것.

예> 강나루 건너서 / 밀밭 길을 //

      구름에 달 가듯이 / 가는 나그네/              (박목월의 <나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