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6) : 시적 화자의 태도와 정서

시적 화자

♠ 시적 화자란?

→ 시에는 시인의 정서나 관념, 생각을 전달하는 사람이 나오는데, 이 사람이 화자다. 화자가 반드시 시인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말하자면 시인은 시를 통하여 표현하고 싶은 정서나 관념을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하여 다른 사람의 가면을 쓰고 나오는 셈이다. 결국 화자란 시 속에서 시인을 대리하는 노래를 부르는 사람(시인의 허구적 대리인)이다.

♠ 시적 화자의 양상

① 화자의 위치와 관련하여

* 이면적 화자 → 화자를 지칭하는 시어가 작품 속에 드러나지 않는 상태의 화자

* 표면적 화자 → 작품에서 '나' 또는 '우리'라는 시어를 통하여 자신을 노출시키는 화자

② 화자와 관계를 맺는 대상

* 시적 대상 → 시인이 경험한 것 중 시인의 미의식에 의해 선택된 대상이다. 시인은 개인적 고뇌, 경이로운 자연 현상, 시대와 역사의 아픔, 희로애락의 인간사 등 많은 것을 경험한다. 이 중에서 시인에 의해 선택되어 시라는 작품에 녹아든 것을 시적 대상이라고 한다.

* 청자 → 화자와 대응되는 개념으로 화자의 노래를 들어주는 사람이다. 대화체로 된 시에서는 화자와 청자가 나타난다. 즉, 화자의 말을 들어주는 대상을 설정하여 '청자'가 시의 표면에 나타나는 것이다. 청자가 없는 경우는 주로 화자의 독백으로 이루어진다.

시적 화자의 태도

♠ 시적 화자의 태도란? → 시적 화자가 시적 제재 · 독자 · 사회를 향해 내는 개성적 목소리 및 대응방식을 말한다. 주로 시적 화자의 태도는 '어조'를 통해 드러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 주된 유형

㉠ 예찬적 태도 → 사람이나 대상이 가진 좋은 점을 찾아서 그것을 칭찬하고 세워주는 태도

예> 홀로 내려가는 언덕길 / 그 아랫마을에 등불이 켜이듯 / 그런 자세로 / 평생을 산다. // 철 따라 바람이 불고 가는 / 소란한 마음길 위에 / 스스로 펴는 / 그 폭넓은 그늘……. (이형기, <나무>)

㉡ 비판적 태도 → 사회나 대상의 잘못된 점을 따지는 태도

예> 송진마저 말라 버린 몸통을 보면, / 뿌리가 아플 때도 되었는데 / 너의 고달픔 짐작도 못하고 회원들은 // 시멘트로 밑동을 싸바르고 / 주사까지 놓으면서 / 그냥 서 있으라고 한다. (김광규, <늙은 소나무>

㉢ 구도적 태도 → 진리나 궁극적인 깨달음의 경지를 구하는 태도

예> 암벽을 더듬는다. / 빛을 찾아서 조금씩 움직인다. / 결코 쉬지 않는   (오세영, <등산>)

㉣ 긍정적, 낙관적 태도 → 상황이나 대상이 옳다고 인정하거나 바람직하다고 받아들이는 태도 또는 지금은 어렵고 힘들지만 앞으로 일이 잘 풀릴 것이라고 생각하는 태도

예> 자네는 언제나 우울한 방문객 / 어두운 음계를 밟으며 불길한 그림자를 이끌고 오지만

     자네는 나의 오랜 친구이기에 나는 자네를 / 잊어 버리고 있었던 그 동안을 뉘우치게 되네.

                                                                                                             (조지훈, <병에게>)

㉤ 달관적 태도 → 세상의 근심 걱정, 사소한 사물이나 일 등에 얽매이지 않고 세속에서 벗어나 초월한 자세를 보이는 태도

예> 모래밖에 본 일이 없는 낙타를 타고 / 세상사 물으면 짐짓, 아무것도 못 본 체

      손 저어 대답하면서, / 슬픔도 아픔도 까맣게 잊었다는 듯.               (신경림, <낙타>)

㉥ 반성과 성찰의 태도 → 자기의 잘못을 되짚고 뉘우치거나, 자신이나 대상을 찬찬히 살펴보는 태도

예> 두툼한 개정판 국어사전을 자랑처럼 옆에 두고 / 서정시를 쓰는 내가 부끄러워진다. (정일근, <어머니의 그륵>)

      볕이거나 그늘이거나 혓바닥 늘어뜨린 / 병든 수캐마냥 헐떡거리며 나는 왔다. (서정주, <자화상>)

㉦ 의지적 태도 → 절망적이거나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려는 굳센 마음을 먹는 태도

예>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도종환, <담쟁이>)

㉧ 수용적 태도 → 어떤 상황을 자신의 운명으로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태도

예> 이때 나는 내 뜻이며 힘으로, 나를 이끌어가는 것이 힘든 일인 것을 생각하고, 이것들보다 더 크고, 높은 것이 있어서, 나를 마음대로 굴려가는 것을 생각하는 것인데,  (백석,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 관조적 태도 → 좀 떨어진 위치에서 거리를 두고 대상을 바라보면서 차분한 마음으로 그 의미나 본질을 추구하고 자신에게 비추어보는 태도

예> 크낙산 골짜기가 / 온통 연록색으로 부풀어 올랐을 때 / 그러니까 신록이 우거졌을 때 / 그 곳을 지나가면서 나는 / 미처 몰랐었다.   (김광규, <나뭇잎 하나>)

㉩ 도피적 태도 → 어려운 상황이나 문제를 해결하는 대신에 피하고 도망가려는 태도

예> 나타샤와 나는 /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백석,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 자연친화적 태도 → 자연 속의 삶을 지향하고 만족감을 드러내고 그것을 즐기는 태도

예> 언제나 숭고할 수 있는 푸른 산이 / 그 푸른 산이 오늘은 무척 부러워 (신석정, <청산백운도>)

㉫ 조화와 합일의 추구 → 이질적인 것들이 서로 어울리며 하나의 모습을 만드는 것을 추구하는 태도

예> 사슴을 따라, 사슴을 따라, 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따라,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 ……. (박두진, <해>)

㉬ 체념적 태도 → 할 수 없지 않느냐는 식으로 상황을 받아들이는 태도

예> 일이 끝나 저물어 / 스스로 깊어가는 강을 보며 / 쭈그려 앉아 단배나 피우고 / 나는 돌아갈 뿐이다. (정희성, <저문 강에 삽을 씻고>)

㉭ 회의적 태도 → 믿고 따르려는 태도가 아니라 의심하면서 믿지 않는 태도

예> 불빛에 연긴 듯 희미론 마음은 / 사랑도 모르리, 내 혼자 마음은  (김영랑, <내 마음을 아실 이>)

* 그 외 : 여성적, 남성적, 철학적, 명상적, 풍자적, 염세적, 고백적 태도 등.

시적 화자의 정서

♠ '정서'란 시인(화자)이 세계에 부딪쳐 느끼게 되는 온갖 감정과 생각 등을 말한다. 그러므로 시에서의 정서라고 하면, 시 속에 나타난 여러 가지 느낌, 생각, 사상 등을 가리키는 것이다.

♠ 주된 유형

㉠ 밝음과 긍정의 정서

→ 희망, 환희, 소망, 그리움, 동경, 여유, 풍류, 달관(초탈) 등.

㉡ 어둠과 부정의 정서

→ 고통, 죽음, 절망, 한, 애상, 허무, 고독(외로움), 우수, 방황, 체념, 분노, 개탄 등.

시의 분위기

♠ '분위기'란 어떤 사람이나 사물이 가진 독특한 느낌으로, 문학에서는 개별 작품의 바탕에 깔려 있는 독특한 색조나 느낌을 가리킨다. 시적 정조(mood)라고도 함. 

♠ 주된 유형

① 숭고한 분위기 : 보통 사람들보다 정신적 경지가 높아서 존경심이 느껴지는 분위기

예> 윤동주의 <서시>

② 애상적 분위기 : 슬퍼하거나 가슴 아파하는 분위기

예> 백석의 <팔원>

③ 정적인 분위기 : 조용하고 고요하며 움직이지 않는 느낌을 주는 분위기

예> 허영자의 <자수>

④ 경건한 분위기 : 공경하는 마음으로 깊이 삼가고 조심하는 느낌이 나는 분위기

예> 김현승의 <가을의 기도>

⑤ 목가적 분위기 : 전원에서 한가롭게 부르는 노래의 느낌이 나는 분위기

예>정훈의 <머얼리>

⑥ 환상적 분위기 : 현실적인 기초나 가능성이 없고 헛된 것을 생각하게 하는 분위기

예> 김춘수의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