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 발음법에 대해

-송철의(서울대학교)-

1. 머리말 

‘한글 맞춤법’이 표준어를 글로 적을 때 어떻게 표기할 것인가를 규정해 놓은 것이라면 ‘표준 발음법’은 표준어를 입으로 말할 때 어떻게 발음해야 하는가를 규정해 놓은 것이다. 예컨대 ‘明’을 뜻하는 국어의 단어를 ‘밝다, 밝고, 밝으니’와 같이 표기하도록 한 것은 ‘한글 맞춤법’에 규정되어 있는 사항이고, 이것을 [박따, 발꼬, 발그니]로 발음하도록 한 것은 ‘표준 발음법’에 규정되어 있는 사항이다.

흔히 동일하게 표기된 단어에 대해서는 모든 사람들이 동일하게 발음할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밝다’를 [박따]로 발음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발따]로 발음하는 사람도 있고, ‘의사’를 [의사]라고 발음하지 못하고 [으사]라고 발음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사]라고 발음하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대체로 방언에 따라서 발음습관이 다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사람들은 모두 자기의 방언을 먼저 배우고 표준어를 나중에 배우게 되는데 표준어를 배워서 표준어를 구사할 때에도 자기 방언의 발음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표준어를 발음하기 때문에 위와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동일한 표준어 단어를 사람마다 각기 다르게 발음한다면 통일된 언어생활이 이루어질 수 없다. 따라서 통일된 언어생활을 위해서는 표준어의 발음과 관련된 규정도 필요하다. ‘표준 발음법’이 바로 이에 해당하는 규정인 셈이다.

우리의 어문생활은 말과 글로써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는데, ‘표준 발음법’은 말과 관련된 어문규정이고 ‘한글 맞춤법’은 글과 관련된 어문규정이다. 우리의 어문생활에 있어서 글을 올바로 쓰는 것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말을 올바로 하는 것도 중요하다면 ‘한글 맞춤법’ 못지 않게 ‘표준 발음법’도 우리에게 중요한 어문규정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가 글을 쓸 때에 ‘한글 맞춤법’을 지켜서 글을 써야 하는 것처럼 말을 할 때에는 ‘표준 발음법’을 지켜서 말을 해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맞춤법에 대해서는 많은 관심을 기울이지만 발음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사정은 학교 교육에서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심지어는 ‘표준 발음법’이라는 규정이 있다는 사실조차도 모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의 언어생활에서 ‘표준 발음법’에 어긋나게 발음하는 예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표준 발음법’과 관련하여 표준어 사용자들의 발음상의 문제점들, 특히 일상의 언어생활에서 ‘표준발음법’에 어긋나게 발음하는 경우들을 살펴 보고자 한다. 우리의 경우, 학교 교육에서 발음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표준어를 사용한다고 하는 사람들의 말에서조차 발음상의 문제점이 적지 않게 드러나고 있다. 특히 지방에서 자란 사람들은,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표준어를 배운 다음에도 자기 방언의 발음 습관을 버리지 못해서 표준 발음을 정확히 구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2. 모음의 발음 

모음에는 단모음(單母音)과 이중모음(二重母音)이 있다. 단모음은 발음을 하는 동안 입모양이 바뀌지 않는 모음이고 이중모음은 발음하는 동안 입모양이 달라지는 모음이다. 단모음 ‘ㅏ’와 이중모음 ‘ㅑ’, 단모음 ‘ㅗ’ 와 이중모음 ‘ㅘ’를 비교하여 발음해 보면 그 차이를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2.1 단모음(單母音)의 발음 

표준어에서 인정되는 단모음은 10개이다.(제4항) 

 

(1)ㅏ ㅓ ㅗ ㅜ ㅡ ㅣ ㅐ ㅔ ㅚ ㅟ 

이 10개의 모음 중 ‘ㅚ ㅟ’는 이중모음으로 발음하는 것도 허용된다. ‘ㅚ’를 이중모음으로 발음하면 ‘ㅞ’[we]와 발음이 같아진다. ‘외국’을 ‘웨국’이라고 발음하는 사람은 ‘ㅚ’를 이중모음으로 발음하는 사람이다. ‘ㅚ ㅟ’를 단모음으로 발음하려면 두 입술을 앞으로 내밀어 동그랗게 한 다음 그 입술모양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ㅚ’는 ‘ㅔ’를 발음하듯이, ‘ㅟ’는 ‘ㅣ’를 발음하듯이 발음해야 하는데 4,50대 이하의 세대들은 이런 발음을 거의 하지 못한다. 6,70대 이상의 화자들에게서나 그런 발음을 들을 수 있다. ‘표준 발음법’에서는 ‘ㅚ ㅟ’를 단모음으로 발음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이중모음으로 발음하는 것도 허용한다고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이들을 단모음으로 발음하는 경우보다 이중모음으로 발음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이 현실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러나 이들을 이중모음으로 발음하는 것이 ‘표준 발음법’에 어긋나는 것은 아니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표준 발음법’에서 이들을 이중모음으로 발음하는 것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ㅚ ㅟ’를 이중모음으로 발음하는 사람은 단모음을 8개만 가지고 있는 셈이 된다. 

단모음의 발음에서 다음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ㅔ’와 ‘ㅐ’이다. ‘ㅔ’와 ‘ㅐ’를 구별하지 못하는 현상은 전라남도의 일부와 경상도 지역에서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현상인데 요즈음은 서울 지역의 젊은 세대들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이는 방언에서 나타난 현상이 서울말 내지는 표준어 화자들에게 영향을 미친 결과일 것이다. 학생들의 글을 읽다 보면 ‘ㅔ’와 ‘ㅐ’를 구별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보여 주는 예들이 적지 않게 나타난다. ‘그런데’를 ‘그런대’로 쓴다든가, ‘예컨대’를 ‘예컨데’로 쓴다든가, ‘제적생’(除籍生)과 ‘재적생’(在籍生)을 제대로 구별하지 못한다든가 하는 예들을 통해서 그러한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단모음(單母音)의 발음에서 또하나 문제되는 것은 ‘ㅓ’를 ‘ㅡ’로 잘못 발음하는 경우이다. ‘어른’을 [으:른], ‘거짓말’을 [그:진말], ‘거지’를 [그:지]라고 발음하는 예들이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현상은 중부 방언의 영향이다. 충청도를 포함한 중부 방언에서는 단어의 제1음절에 오는 ‘ㅓ’가 긴모음(장모음)일 때 그것을 ‘ㅡ’로 발음하는 현상이 있다. 위에 든 예들 외에 ‘더럽다[드:럽따], 없다[읍:따], 정말[증:말]’ 등 많은 예들이 있다. 이들은 모두 첫 음절이 길게 발음되는 단어들이다. ‘ㅓ’가 제1음절에 오더라도 그것이 짧은모음이면 이러한 현상은 나타나지 않는다. ‘거미’를 [그미]라고 한다든가, ‘거울’을 [그울]이라고 하는 경우는 없다. 이들은 첫음절이 짧게 발음되는 단어들이다. 이러한 중부 방언의 영향으로 서울말에서도 제1음절에 오는 긴모음 ‘ㅓ’를 ‘ㅡ’로 잘못 발음하는 현상이 드물지 않게 나타나게 된 것이다.  

한편 경상도 방언에서는 아예 ‘으’와 ‘어’가 합류해 버려서 경상도 화자들은 ‘으’와 ‘어’를 거의 구별하지 못한다. 따라서 경상도에서 자란 화자들은 대부분 ‘으’와 ‘어’를 구별하여 발음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이들에게 있어서는 사람 이름 ‘근식(根植)이’와 ‘건식(健植)이’가 발음상으로 구별되지 않으며, ‘승재(承宰)’와 ‘성재(成宰)’도 발음상으로 구별되지 않는다. 

제2음절 이하에 오는 ‘ㅗ’를 ‘ㅜ’로 잘못 발음하는 경향도 꽤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현상 중의 하나이다. 어미 ‘-고, -고요’를 [-구, -구요]로 발음한다든가 조사 ‘-(으)로, -도’를 [-(으)루, -두]로 발음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2) 먹 싶다 → [먹꾸] 싶다 

영이는 학교에 갔고요 순이는 도서관에 갔어요.   → 영이는 학교에 [갇꾸요] 순이는 도서관에 갔어요.

우리 같이 가자. → [우리두] 같이 가자.

어디 갈까? → [어디루] 갈까?

‘삼촌’을 [삼춘], ‘사돈’을 [사둔], ‘부조’를 [부주]라고 발음하는 경우들도 같은 예에 속하는 것들이다. 이런 현상은 중부 방언에서 가장 두드러지는데, 중부 방언에서는 제2음절 이하에 오는 ‘ㅗ’가 거의 다 ‘ㅜ’로 바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에 조사된 서울 토박이말 자료를 검토해 보면 서울말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현저하게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2 이중모음(二重母音)의 발음

표준어에서 인정되는 이중모음은 11개다(제5항).  

 

(3)ㅑ ㅕ ㅛ ㅠ ㅒ ㅖ ㅢ ㅘ ㅝ ㅙ ㅞ 

‘ㅟ’를 이중모음 [wi]로 발음하는 경우에는 이중모음이 12개가 된다. ‘ㅚ’는 이중모음으로 발음된다 하더라도 이중모음의 개수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ㅚ’가 이중모음으로 발음되면 ‘ㅞ’와 발음이 같아지기 때문이다. 이중모음 중 ‘ㅑ ㅕ ㅛ ㅠ ㅒ ㅖ ㅢ’는 반모음 ‘j’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j계이중모음이라 하고 ‘ㅘ ㅝ ㅙ ㅞ’는 반모음 ‘w’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w계이중모음이라 한다. 이중모음의 발음에서 주로 문제가 되는 것은 ‘ㅖ ㅢ ㅙ ㅞ’이다.   

‘ㅖ’는 ‘예, 례’의 경우에는 제 음가대로(이중모음으로)만 발음해야 하고, 그밖의 경우에는(계, 폐, 혜 등) 제 음가대로 발음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ㅔ]로 발음하는 것도 허용된다고 규정되어 있다(제5항 다만2). 이에 따르자면 ‘계산, 폐품’의 ‘계, 폐’는 [계], [폐]로 발음해도 되고 [게], [페]로 발음해도 되지만 ‘차례, 사례’의 ‘례’는 [례]로만 발음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례’조차도 [레]로 발음하는 경향이 농후하다. 필자가 관찰한 바에 따르면 ‘차례’를 [차례]로 발음하는 사람보다 [차레]로 발음하는 사람이 훨씬 더 많지 않은가 생각될 정도이다. 그러나 어쨌든 ‘례’를 [레]로 발음하는 것은 ‘표준 발음법’에는 어긋나는 것이다. 

‘ㅢ’는 자음을 첫소리로 가지고 있는 음절에서는 [ㅣ]로 발음한다(제5항 다만3). ‘희망, 띄어쓰기, 무늬’는 각각 [히망], [띠어쓰기], [무니]로 발음하는 것이 표준 발음이다. 그러나 자음을 첫소리로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에는(‘의’로 적히는 경우) 이중모음 [ㅢ]로 발음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단어의 첫 음절 이외의 위치에 올 때는 [ㅣ]로 발음하는 것을 허용하며, 조사 ‘의’는 [ㅔ]로 발음하는 것도 허용된다(제5항 다만4). 따라서 ‘주의, 협의, 우리의’는 제 음가대로 발음해도 되고, [주이], [혀비], [우리에]로 발음해도 된다. 그러나 단어의 첫 음절에 오는 ‘의’는 [ㅢ]로만 발음해야 한다. 그러므로 ‘의사’를 [으사]라고 발음한다든가, [이사]라고 발음하는 것은 ‘표준 발음법’에 어긋나는 것이다. 전라도 사람들은 흔히 ‘의’를 [으]로 발음하는 경향이 있고, 경상도 사람들은 ‘의’를 [이]로 발음하는 경향이 있다.

‘ㅙ’와 ‘ㅞ’를 잘못 발음하는 예들로서는 다음과 같은 경우들을 들 수 있다. 첫째는 ‘ㅙ’와 ‘ㅞ’를 혼동하는 경우이다. ‘웬 일이냐’를 ‘왠 일이냐’라고 한다든지 ‘왠지 모르게’를 ‘웬지 모르게’라고 하는 예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것은 ‘ㅐ’와 ‘ㅔ’를 혼동하는 데서 오는 현상이다. ‘ㅙ’와 ‘ㅞ’는 반모음 [w]를 제외하면 ‘ㅐ’와 ‘ㅔ’의 차이로 귀착되므로 ‘ㅐ’와 ‘ㅔ’의 발음을 잘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은 ‘ㅙ’와 ‘ㅞ’의 발음도 잘 구별하지 못하게 된다. 둘째는 ‘ㅙ’를 [ㅞ]로 발음하는 경우이다. ‘됐다’를 [뒏따]로 발음한다든지 ‘돼지’를 [뒈지]로 발음하는 예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것들도 잘못된 발음이다. 셋째는 ‘ㅙ, ㅞ’가 가지고 있는 반모음 [w]를 달락시키고 [ㅐ, ㅔ]로 발음하는 경우이다. ‘괜찮다’를 [갠찬타]로 발음한다든가, ‘궤도’를 [게도]로 발음하는 예들이 이에 해당한다. ‘뒤에’를 [디에]라고 발음하는 경우나 ‘최고’를 [체고]라고 발음하는 경우도 같은 부류에 속하는 잘못된 발음들이다.

 

3. 소리의 장단(長短)

국어의 모음에는 장단의 구별이 있다. 모음의 장단은 다음과 같이 대립짝을 갖는 경우에 가장 분명하게 드러난다.

 

(4) 눈[眼] / 눈:[雪]             말[馬, 斗] / 말:[言] 

     발[足] / 발:[簾]             밤[夜] / 밤:[栗]

     배[船, 梨, 腹] / 배:(倍)   섬[石] / 섬:[島]

     적다[記] / 적:다[少]      그리다[慕] / 그:리다[畵] 

     되다[化] / 되:다[硬]

대립짝은 없지만 ‘없:다[無], 길:다[永], 얼:다[氷], 멀:다[遠], 거:지[乞人]’ 등도 첫음절이 길게 발음되는 단어들이다.

그런데 국어에서 긴소리(장음)는 단어의 제1음절에서만 인정된다. 일부 합성어를 제외하고는 제2음절 이하에서 긴소리를 인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긴소리로 발음되던 것이라도 파생어나 합성어 구성에 의해 제2음절 이하에 놓이게 되면 짧게 발음된다. ‘눈[雪]’이 ‘눈사람[눈:싸람]’에서와 같이 첫 음절에 놓이게 될 때는 여전히 긴소리로 발음되지만 ‘첫눈[천눈], 함박눈[함방눈]’에서와 같이 2음절 이하에 놓이게 되면 긴소리로 발음되지 못하고 짧은소리[短音]로 발음되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한두 예를 더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5) 말[말:] 

     말소리[말:쏘리]       참말[참말] 

     말동무[말:똥무]       거짓말[거:진말] 

    밤[밤:]       밤나무[밤:나무]       회오리밤[회오리밤] 

긴소리가 짧은소리로 바뀌는 현상에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경우가 더 있다. 긴소리로 발음되는 1음절 용언어간에 모음으로 시작되는 어미가 결합되면 짧은소리로 발음된다.

 

(6) 적+다[적:따] - 적+으니[저그니]   안+다[안:따] - 안+으니[아느니] 

       살+다[살:다] - 살+아[사라]          감+다[감:다] - 감+아[가마] 

  이러한 현상은 용언어간에만 적용되고 체언어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7) 말[言]+도[말:도] - 말+이[마:리]   밤[栗]+과[밤:과] - 밤+을[바:믈] 

용언어간의 경우에도 예외적인 것들이 있다. 즉 모음으로 시작되는 어미와 결합해도 여전히 긴소리로 발음되는 것들이 있는 것이다. ‘끌다, 떫다, 썰다, 없다’ 등이 그러한 예들이다: 없+으니[업:쓰니], 끌+어[끄:러].  

긴소리로 발음되는 1음절 용언어간에 사동·피동 접미사가 결합되어도 긴소리가 짧은소리로 바뀐다.

 

(8) 안다[안:다] - 안기다[안기다]     살다[살:다] - 살리다[살리다] 

       넘다[넘:다] - 넘기다[넘기다]     쏘다[쏘:다] - 쏘이다[쏘이다] 

한편 위에서와는 달리 짧은소리가 긴소리로 바뀌는 현상도 있다. 모음으로 끝나는 1음절 용언어간에 어미 ‘-아/어-’가 결합되어 한 음절로 축약되는 경우에 그러하다. 두 음절이 한 음절로 줄어들면서 그대신 소리가 길어지는 셈이다.

 

(9) 보아 → 봐[봐:]         주어 → 줘[줘:]         두어 → 둬[둬:] 

       끼어 → 껴[껴:]         기어 → 겨[겨:] 

그런데 여기에도 예외가 있다. ‘오아 → 와[와], 지어 → 져[저], 찌어 → 쪄[쩌],치어 → 쳐[처]’ 같은 예들은 축약이 되어도 긴소리로 바뀌지 않는다. 

모음의 장단에 대한 인식은 젊은 세대로 내려갈수록 희박해진다. 장단을 제대로 구별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장단의 차이에 의해서 의미가 구별되는 짝들이 아직도 상당수 존재하므로 실제의 발음에서 장단의 구별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다. 

 

4. 자음의 발음 

표준어에서 인정되는 자음은 다음의 19개이다.(제2항)  

 

(10) ㄱ ㄲ ㄴ ㄷ ㄸ ㄹ ㅁ ㅂ ㅃ ㅅ ㅆ ㅇ ㅈ ㅉ ㅊ ㅋ ㅌ ㅍ ㅎ 

이들이 음절의 초성으로 쓰일 때는 발음상에 별 문제가 없다. 특별히 혼란을 보이는 경우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경상도의 일부 지역에서 ‘ㅅ’의 된소리인 ‘ㅆ’을 잘 발음하지 못한다는 보고가 있다. 이런 지역에서는 ‘쌀’[米]을 [살]이라고 발음하여 ‘살’[疲]과 발음상으로 구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를 제외하면 자음의 발음에서 주로 문제가 되는 것은 받침의 발음에서이다. 

 

4.1 홑받침의 발음 

받침에는 홑받침과 겹받침이 있는데, 홑밭침 중에서는 ‘ㅋ’, ‘ㅍ’ 받침과 ‘ㅈ ㅊ ㅌ’ 받침의 발음이 문제가 된다. 이들은 각각 어말이나 자음 앞에서는 [ㄱ ㅂ ㄷ]으로 발음하고, 모음으로 시작되는 어미나 조사와 결합할 때는 제 음가대로 발음해야 하는데, 

(11) 부엌[부억], 부엌과[부억꽈] // 부엌이[부어키], 부엌을[부어클] 

         무릎[무릅], 무릎과[무릅꽈] // 무릎이[무르피], 무릎을[무르플] 

         젖[젇], 젖과[젇꽈] // 젖이[저지], 젖을[저즐] 

         꽃[꼳], 꽃과[꼳꽈] // 꽃이[꼬치], 꽃을[꼬츨] 

         밭[받], 밭과[받꽈] // 밭이[바치], 밭을[바틀] 

어말이나 자음 앞에서의 발음은 별로 문제가 없으나 이들 받침을 갖는 체언어간이 모음으로 시작되는 조사와 결합될 때는 위와 같이 발음하지 않는 경우들이 많다.

 

(12) 꽃이, 꽃을 → [꼬시, 꼬슬]     무릎이, 무릎을 → [무르비, 무르블] 

       젖이, 젖을 → [저시, 저슬]     부엌이, 부엌을 → [부어기, 부어글] 

       밭이, 밭을 → [바시, 바슬]

(12)와 같은 현상은 ‘부엌, 무릎, 젖, 꽃, 밭’이 각각 ‘부억, 무릅, 젓, 꼿, 밧’으로 형태가 변화되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인데(이러한 현상을 재구조화라 부른다), 전라도 방언 및 중부 방언에서 이런 변화가 광범위하게 일어났다. (12)에 제시된 잘못된 발음들은 이들 방언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그러나 표준 발음에서는 그와 같은 발음을 인정하지 않으므로 이들의 경우(모음으로 시작되는 조사와 결합되는 경우) 받침을 제 음가대로 발음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홑받침에서 또하나 유의해야 할 것은 ‘ㅎ’이다. 먼저 받침 ‘ㅎ’은 모음으로 시작되는 어미나 접미사와 만날 때(‘ㅎ’받침을 갖는 어간은 용언에만 있다) 발음되지 않는다(제12항 4). 따라서 ‘놓이다’는 [노이다]로, ‘놓으니’는 [노으니]로 발음해야지 [노히다]나 [노흐니]로 발음해서는 안 된다. 겹받침 ‘ ᄚ’의 경우에도 모음으로 시작되는 어미나 접미사와 만날 때 ‘ㅎ’은 발음되지 않는다. ‘많으니[마:느니], 싫어도[시러도]. 

한편 받침 ‘ㄱ ㄷ ㅂ ㅈ’이 ‘ㅎ’을 만나면 두 자음이 하나로 합쳐져서 거센소리‘ㅋ ㅌ ㅍ ㅊ’으로 발음된다.(제12항 붙임1) 받침이 ‘ㅅ ㅈ ㅊ ㅌ’인 경우에는 이들이 ‘ㄷ’으로 된 다음 뒤에 오는 ‘ㅎ’과 합쳐져서 ‘ㅌ’으로 발음된다.(제12항 붙임2)  

 

(13) 각하[가카] 막히다[마키다]

       맏형[마텽] 

       좁히다[조피다] 밥하고 떡하고[바파고 떠카고] 

       꽂히다[꼬치다]  

       깨끗하다[깨끄타다]  못 해[모태] 옷 한 벌[오탄벌],  

       낮 한때[나탄때]  

       꽃 한 송이[꼬탄송이] 

       숱하다[수타다]  

그런데 ‘깨끗하다’를 [깨끄다다]로 발음한다든지, ‘못 해’를 [모대]로 발음한다든지, ‘밥하고 떡하고’를 [바바고 떠가고]로 발음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러한 현상은 전라도 방언에서 많이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하는데 표준어에서는 인정되지 않는 현상이다. 따라서 ‘못 해’를 [모대]로 발음한다면 그것은 표준 발음이 아니다.  

 

4.2 겹받침의 발음 

국어의 겹받침에는 위에서 언급한 ‘ㅀ’ 이외에 ‘ㄳ, ㄵ, ㄼ, ㄽ, ㄾ, ㅄ, ㄺ, ㄻ, ㄿ’ 등이 있다. 겹받침의 발음은 그 발음의 양상이 일률적이지 못한 면이 있기 때문에 ‘표준 발음법’을 유의해서 익혀 둘 필요가 있다. 

먼저 이들 겹받침은 어말이나 자음 앞에서 둘 중 하나만 발음되고 하나는 탈락하는데, 첫 번째 자음이 발음되고 두 번째 자음이 탈락하는 부류와 첫 번째 자음이 탈락하고 두 번째 자음이 발음되는 부류가 있다. ‘ㄳ, ㄵ, ㄼ, ㄽ, ㄾ, ㅄ, ㄺ’은 전자에 해당하고 ‘ㄻ, ㄿ, ’은 후자에 해당한다. 

 

 (14)  넋[넉], 넋도[넉또] 

      앉다[안따] 

     여덟[여덜], 여덟도[여덜또] / 넓다[널따], 넓고[널꼬] 

      외곬[외골] 

         핥다[할따], 핥고[할꼬] 

     값[갑], 값도[갑또] / 없다[업따] 

      흙[흑], 흙도[흑또] / 읽다[익따], 읽지[익찌], 읽는[잉는] 

      삶[삼], 삶도[삼도] / 삶다[삼따] 

         읊다[읍따], 읊고[읍꼬] 

일부 화자들 중에는 ‘여덟’을 [여덥]으로, ‘짧다’를 [짭다]로, ‘읽다’를 [일따]로, ‘읊다’를 [을따]로 발음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발음들은 모두 ‘표준 발음법’에 어긋나는 발음들이다.  

그런데 위와 같은 일반 원칙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몇 가지 있다. 첫째 ‘ㄼ’ 받침을 갖는 것 중에서 ‘밟다’와 ‘넓죽하다, 넓적다리’ 등은 위에서와는 달리 첫 번째 자음 ‘ㄹ’이 탈락하고 두 번째 자음 ‘ㅂ’이 발음된다.  

 

(15) 밟다[밥따], 밟고[밥꼬], 밟는[밤는] 

       넓죽하다[넙쭈카다], 넓적다리[넙쩍따리]  

둘째 ‘ㄺ’ 받침이 용언 어간 말음일 경우, 뒤에 ‘ㄱ’으로 시작되는 어미가 오면(이런 경우에만) 두 번째 자음 ‘ㄱ’이 탈락하고 ‘ㄹ’이 발음된다: 읽고[일꼬], 읽거나[일거나]. 그러나 체언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 : 흙과[흑꽈]. 

이상의 두 가지 경우는 예외적인 것이라 할 수 있으므로 특별히 따로 기억해 두어야 한다. 겹받침의 발음은 방언에 따라서 다양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겹받침 다음에 모음으로 시작되는 조사나 어미, 접미사가 올 때에는 마지막 자음만 다음 음절의 초성으로 옮겨 발음하면 되므로 별로 문제될 것은 없다. 다만 체언의 경우에는 다음과 같이 잘못 발음하는 경우가 많이 있으므로 유의할 필요가 있다. 

 

(16) 흙이[흘기], 흙을[흘글] → [흐기], [흐글] 

       닭이[달기], 닭을[달글] → [다기], [다글] 

       여덟이[여덜비], 여덟을[여덜블] → [여더리], [여더를] 

       값이[갑씨], 값을[갑쓸] → [가비], [가블]  

즉, 화살표의 왼쪽과 같이 발음해야 할 것을 화살표의 오른쪽과 같이 발음하는 경우가 흔히 있으므로 주의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들도 중부 방언에서는 많은 지역에서 어간이 ‘흑, 닥, 여덜, 갑’으로 완전히 형태가 변화한 예들이다. 어간이 그렇게 변화하였다면 화살표의 오른쪽과 같이 발음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아직 표준어에서는 그러한 변화를 인정하지 않으므로 화살표의 오른쪽과 같이 발음하는 것은 ‘표준 발음법’에는 어긋나는 것이다.

 

4.3 그밖의 경우 

받침의 발음과 관련하여 예외적인 것 두 가지만 더 언급하기로 한다. 하나는 ‘맛있다’와 ‘멋있다’는 [마딛따], [머딛따]로 발음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마싣따], [머싣따]로 발음하는 것도 허용된다는 것이고(‘맛없다’는 [마덥따]만 표준발음으로 인정된다. 제15항) 다른 하나는 한글 자모의 이름이 모음으로 시작하는 조사와 결합할 때는 그 받침소리를 연음하되 ‘ㄷ ㅈ ㅊ ㅋ ㅌ ㅍ ㅎ’의 경우에는 특별히 다음과 같이 발음한다는 것이다. (제16항) 

 

(17) 디귿이[디그시]   디귿을[디그슬] 

       지읒이[지으시]   지읒을[지으슬] 

       치읓이[치으시]   치읓을[치으슬] 

       키읔이[키으기]   키읔을[키으글] 

       티읕이[티으시]   티읕을[티으슬] 

       피읖이[피으비]   피읖을[피으블] 

       히읗이[히으시]   히읗을[히으슬] 

한글 자모의 이름은 해당 자모가 첫소리로 쓰일 때와 끝소리로 쓰일 때를 모두 보이기 위한 방식으로 붙인 것이어서 원칙적으로는 모음으로 시작되는 조사와 결합될 때 ‘디귿이[디그디], 지읒이[지으지]’ 등과 같이 발음해야 할 것이나 실제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디그시], [지으시] 등과 같이 발음하므로 이 현실 발음을 인정하여 위와 같이 규정화한 것이다. 그러나 다른 명사의 경우에는 모음으로 시작되는 조사와 결합할 때 받침을 제 음가대로 연음하여 발음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제13항)는 점을 고려해 보면, 그리하여 ‘꽃이[꼬시], 젖을[저슬], 밭을[바슬], 무릎이[무르비], 부엌에[부어게]’ 등은 표준 발음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해 보면, 이 규정은 확실히 예외적인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5. 소리의 동화 

소리의 동화 현상에는 구개음화(ㄷ, ㅌ → ㅈ,ㅊ: 미닫이[미다지], 같이[가치], 묻히다[무치다]), 자음동화에 속하는 비음화(ㄱ, ㄷ, ㅂ → ㅇ, ㄴ, ㅁ: 먹는[멍는], 국물[궁물], 믿는[민는], 잡는[잠는], 밥물[밤물])와 유음화(ㄴ → ㄹ: 앓는[알른], 줄넘기[줄럼끼], 신라[실라], 대관령[대괄령]) 등이 있는데, 유음화를 제외한 나머지 경우는 발음상에 혼란을 보인다든가 ‘표준 발음법’에 어긋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유음화의 경우도 고유어에서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 한자어에서가 문제이다. 다음의 두 경우를 비교해 보자. 

 

(18) ㄱ. 광한루[광할루]  대관령[대괄령] 

       ㄴ. 의견란[의견난]  결단력[결단녁] 

(18ㄱ)은 ‘-ㄴㄹ-’이 [ᄙ]로 발음되는 경우이고 (18ㄴ)은 ‘-ㄴㄹ-’이 [ᄔ]으로 발음되는 경우인데 이를 구분하는 기준은 대체로 다음과 같다. 즉 하나의 한자어를 두 부분으로 분석했을 때 앞쪽의 것이 독립성이 있으면 (18ㄴ)과 같이 [ᄔ]으로 발음하고 독립성이 없으면 [ᄙ]로 발음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18ㄱ)의 ‘광한루’와 ‘대관령’은 ‘광한+루’, ‘대관+령’과 같이 분석될 것인데 ‘광한’이나 ‘대관’은 독립성이 없다. 이에 비해 ‘의견란’의 ‘의견’이나 ‘결단력’의 ‘결단’은 독립성이 있다(너 자신의 결단이 필요한 때다). 가끔 ‘실천력’은 [실천녁]이 아니라 [실철력]으로 발음하는 것이 옳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는 경우가 있는데 앞서의 기준에 따른다면 ‘실천’은 독립성이 있으므로(자신의 계획을 실천에 옮기다) [실천녁]으로 발음하는 것이 옳다. ‘음운론’을 [음울론]이 아니라 [음운논]으로 발음하는 것도 이러한 기준에 따른 것이다. 

자음동화에는 방법동화와 위치동화가 있다. 위에서 말한 비음화나 유음화는 방법동화이고 ‘감기’가 [강기]로 발음되는 경우나(ㅁ→ ㅇ) ‘밥그릇’이 [박끄륻]으로 발음되는 것은(ㅂ → ㄱ) 위치동화이다. 국어에서 방법동화는 필수적이고 위치동화는 수의적이다. 그런데 이 수의적인 위치동화는 표준발음으로 인정되지 않는다.(제21항) 

 

6. 된소리되기 

국어의 된소리되기는 매우 복잡한 양상을 보이는데 대략 다음과 같이 다섯 가지 경우로 나누어 볼 수 있다. 

 

(19) ㄱ. ‘ㄱ ㄷ ㅂ’ 다음에서  

              죽다[죽따] 믿고[믿꼬] 잡고[잡꼬] 죽과[죽꽈]  밥과 [밥꽈] 

              국밥[국빱] 밥주걱[밥쭈걱] 

       ㄴ. ‘ㄴ ㅁ’ 다음에서 

             (아기를) 안고[안꼬] (머리를) 감다[감따] 

       ㄷ. 관형사형 어미 ‘-ㄹ(-을)’ 다음에서 

             갈 사람[갈 싸람]   할 적에[할 쩌게] 

       ㄹ. 한자어의 ‘ㄹ’ 받침 다음에서 

             갈등[갈뜽] 말살[말쌀] 발전[발전]  

       ㅁ. 사이시옷이 개입하는 경우 

            냇가[낻까] 빗소리[빋쏘리] 

(19ㄱ)의 경우는 거의 필수적이기 때문에 별로 문제되는 것이 없다. (19ㄴ)의 경우는 ‘ㄴ ㅁ’이 용언어간 말음일 때에만 뒤에 오는 자음이 된소리화하는데, 다만 사동· 피동의 접미사 ‘-기-’와 결합할 때는 된소리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안기다[안기다], 신기다[신기다], 감기다[감기다]. 따라서 ‘안기다’나 ‘신기다’를 [안끼다], [신끼다]로 발음하는 경우가 있다면 그것은 ‘표준발음법’에 어긋나는 것이다. 체언어간 말음 ‘ㄴ ㅁ’ 다음에서는 된소리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산과[산과], 감도[감도]. (19ㄹ)의 경우는 뒤에 오는 소리가 ‘ㄷ ㅅ ㅈ’일 때만 된소리화가 일어나고 ‘ㄱ ㅂ’일 때는 된소리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발굴[발굴], 불복[불복]. 그러나 한자어에서의 된소리화는 매우 복잡한 양상을 보이고 있어서 아직은 이 문제가 명쾌하게 해결되지 못했다고 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19ㅁ)과 관련하여서는 ‘봄바람[봄빠람], 산(山)새[산쌔]’ 등에서의 된소리화도 표기상으로는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사이시옷이 개입하여 된소리화가 일어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밤밥[밤밥]’에서처럼 사이시옷이 개재하지 않으면 된소리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한편, 근래에 어두 위치의 예사소리를 까닭없이 된소리로 잘못 발음하는 경향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젊은 층에서 그런 경향이 더욱 뚜렷하다. 

 

(20) 고추 → [꼬추]                 거꾸로 → [꺼꾸로]  

       과(科) → [꽈]                동그랗다 → [똥그라타]  

       두드리다 → [뚜드리다]        소주 → [쏘주] 혹은 [쒜주] 

       생라면 → [쌩나면]           세련되다 → [쎄련되다]  

       좀스럽다 → [쫌스럽따]         작다 → [짝다]  

       조금 → [쪼금] 

이들을 된소리로 발음하는 것은 표준어에서는 인정되지 않는다.

외래어의 경우도 표기와는 달리 어두 자음을 된소리로 발음하는 경우가 많다. ‘버스[뻐스], 가스[까스], 볼[뽈], 검[껌]’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의 어두 자음은 원어에서는 유성자음(b, g)인 것들인데 외국어의 어두 유성자음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된소리에 유사하게 들리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표준 발음법’에 이들을 된소리로 발음해도 된다는 규정은 없다. 따라서 이들을 된소리로 발음하는 것도 표준발음에서는 벗어나는 것이다.

 

7. 소리의 첨가 

한자어, 합성어 및 접두파생어에서, 앞 단어나 접두사가 자음으로 끝나고 뒤 단어의 첫 음절이 ‘ㅣ ㅑ ㅕ ㅛ ㅠ’로 시작되는 경우에는 ‘ㄴ’을 첨가하여 [니 냐 녀 뇨 뉴]로 발음한다.(제29항) 물론 ‘ㄹ’받침 뒤에 첨가되는 ‘ㄴ’은 ‘ㄹ’에 동화되어 [ㄹ]로 발음된다. 그밖에 두 단어를 한 마디로 발음하는 경우에도 동일한 현상이 나타난다. 

 

(21) 솜이불[솜니불]        콩엿[콩녇]                   물약[물략] 

       막일[망닐]              짓이기다[진니기다]  

       늑막염[능망념]       영업용[영엄뇽] 

       옷 입다[온닙따]      할 일[할릴] 

이 ‘ㄴ’첨가의 경우도 한자어에서는 양상이 단순하지를 않아서 간단·명료하게 기술하기가 어렵다. 예컨대 ‘금융’ 같은 것은 합성어라고 보기 어려운데 [금늉]으로 발음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제29항 <다만> 참조) 그렇다면 ‘촬영, 활약’ 같은 경우도 [촬령], [활략]으로 발음하는 것이 허용되는 것인지, 아니면 이 경우에는 [촤령], [화략]으로 발음하는 것만 인정하는 것인지가 불분명하다. 다만, ‘6.25, 월요일’은 [유기오], [워료일]로 발음하는 것이 표준 발음이므로, 경상도 방언 화자들이 흔히 그러듯이 이것을 [융니오], [월료일]로 발음하는 것은 ‘표준 발음법’에 어긋난다. 

 

8. 맺음말

이상에서 우리는 ‘표준 발음법’의 내용과 표준어 사용자들의 실제 언어생활에서 나타나는 발음상의 문제점들을 개략적으로 검토하여 보았다. 세부적으로 검토하면 더 많은 것들을 지적할 수 있겠지만 지면 관계상 대표적인 예들만 거론하였다. 그러나 이 정도만 가지고도 표준어 사용자들의 발음에 많은 문제점이 있다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 표준어 사용자들의 표준어 사용 실태를 광범위하게 조사한 자료가 없기 때문에 섣불리 판단할 수는 없지만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표준 발음을 제대로 구사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의심스러울 때가 많다.  

그러면 표준어 사용자들의 이러한 발음의 혼란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표준어 사용자들로 하여금 정확한 표준 발음을 구사할 수 있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첫째, 표준어 보급의 일차적인 책임은 교육이 떠맡을 수밖에 없으므로 학교 교육을 통해서 표준어, 표준 발음을 익힐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사실 지금까지의 우리 나라 국어 교육은 읽기와 쓰기에만 치우쳐 있었고 말하기는 등한시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표준어로 말하는 훈련을 학교에서 시켜본 적이 있는지 의문스럽다. 이런 상황에서는 표준어, 표준 발음을 제대로 구사하는 사람이 나오기 어렵다. 말이란 것은, 특히 발음은 많은 반복 훈련을 통해서 입에 익지 않으면 제대로 실현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학교에서 표준어, 표준발음에 대해 설명만 하는 교육을 할 것이 아니라 반복적인 훈련을 통해서 표준어, 표준 발음이 입에 익도록 하는 교육을 해야 할 것이다.  

둘째, 국민들의 언어생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방송 매체이므로 방송매체에 종사하는 사람, 혹은 방송에 출연하는 사람들은 정확한 표준어, 표준 발음을 사용하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발음이 가장 정확해야 할 아나운서들조차도 발음을 잘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편, 교육 방송에서는 외국어 회화를 가르치는 프로그램만 방영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표준어를 가르치는 프로그램도 개발하여 방영해야 할 것이다.   

셋째, 고등 교육을 받은 사람이 글을 쓸 때 맞춤법이 틀리면 부끄러운 일이듯이 말을 할 때 발음이 틀리는 것도 부끄러운 일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대개 맞춤법이 틀리면 부끄러워 하면서도 발음이 틀리는 것은 조금도 부끄러워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부끄러운 줄울 모르니 틀리는 것을 굳이 고치려고 노력할 리가 없다. 

넷째, 국민들에게 표준어, 표준 발음 교육을 효과적으로 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각 방언 화자들이 표준어를 배울 때, 가장 어려워 하는 점이 무엇인가를 정확히 파악해야 할 것이다. 즉, 표준어를 배울 때, 전라도 사람이 자주 틀리는 발음은 어떤 것이며, 경상도 사람이 자주 틀리는 발음은 어떤 것인가를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어떤 지역 사람들에게는 어떤 점을 강조해서 표준어 교육을 시킬 것인가 하는 방안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다섯째, 표준어, 표준발음을 교육하고 훈련시킬 수 있는 교재가 체계적으로 개발되어야 한다. 단계별로 거기에 알맞는 교재가 만들어져야 할 것이고, 듣는 훈련을 시키려면 표준어 교육을 위한 카세트 테이프 같은 것도 개발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국민 각자가 표준어, 표준발음을 왜 익혀야 하는가를 올바로 인식하고 표준어를 정확히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표준어 규정에 보면 표준어는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로 정함을 원칙으로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여기에는 표준어를 올바로 사용하지 못하면 교양 있는 사람이 되지 못한다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또한 ‘표준어 규정 해설’에서는 표준어는 교양의 수준을 넘어 국민으로서 갖추어야 할 의무요건 중의 하나라고 하였다. 따라서 표준어를 정확히 구사할 줄 모르는 사람은 교양 있는 사람이 못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국민으로서의 의무도 제대로 다 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 참고 문헌 >

국어연구소 편(1988), 표준어 규정 해설. 

----------- (1988), 한글 맞춤법 해설. 

권인한(1996) “표준 발음법”, 국어문화학교(국어반) 교재, 국립국어연구원. 

송철의(1993), “자음의 발음”, 새국어생활 3-1, 국립국어연구원. 

----- (1996), “우리말 발음의 문제점과 그 극복 방안”, 한글사랑 창간호, 한글사. 

이승재(1993), “모음의 발음”, 새국어생활 3-1, 국립국어연구원. 

이익섭(1983), “한국어 표준어의 제문제”, 한국어문의 제문제, 일지사. 

이현복(1989), 한국어의 표준 발음, 과학교육사. 

----- (1993), “방송 언어와 표준 발음”, 새국어생활 3-1, 국립국어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