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성의전’에 대해

<적성의전>은 작자 및 창작 연대가 알려지지 않은 국문소설이나 불전설화 근원설과 관련하여 창작 시기를 17~18세기로 추정하는 견해가 유력하다. 이 작품은 방각본, 필사본, 구활자본 등으로 다양하게 유포되었으며, 독자들에게도 상당한 인기를 끈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완판본은 상하 합권 1책 74장(상 38장, 하 36장)으로 되어 있다. 작품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강남 안평국의 왕자가 둘이 있는데, 첫째는 적항의요 둘째는 적성의이다. 형 항의는 심술과 행동이 사나왔으나, 아우 성의는 순하고 풍채가 좋아 부모가 사랑하였다. 이에 항의는 동생에 대하여 시기와 질투를 느껴 항상 음해하고자 하였다. 어느 날 모친이 병에 걸렸는데 백약이 무효하였다. 하루는 한 도사가 와서 서역 청룡사에 있는 일영주(日映珠)를 먹으면 모친의 병을 고칠 수 있다고 하였다. 이에 성의는 모친의 약을 구하러 부모의 만류도 뿌리치고 서역으로 떠난다.

그는 도중에 선관의 도움으로 무사히 서역 청룡사에 도착한다. 청룡사의 도사는 성의의 지극한 효심에 감동하여 일영주라는 선약을 주어 돌아가게 한다. 성의는 선관의 안내로 약수 3천리를 무사히 건너 부하들이 머물러 있는 곳까지 온다. 하지만 성의가 약을 구하여 오는 것을 시기한 항의는 도중에서 칼로 성의의 눈을 쳐서 물에 던진다. 항의는 동생에게서 빼앗은 선약으로 모친의 병을 고쳐 공을 세운다.

형의 칼에 맞아 눈이 먼 성의는 나뭇조각에 의지하여 바다를 표류하다가 어느 섬에 도달하게 된다. 그 섬에서 목숨을 이어가면서 대나무로 만든 피리를 불게 되는데, 중국 사신 호승상이 그 피리 소리를 듣고 비범하게 여겨 중국으로 데려간다. 천자는 성의의 뛰어난 피리 소리를 듣고 감탄하여 궁중에서 지내게 하고, 성의는 천자의 사랑을 받으면서 공주의 벗이 되어 놀았다.

한편 성의의 모친은 병이 나았으나 성의를 볼 수 없어 밤낮으로 근심에 잠겨 있다가, 성의가 기르던 기러기의 발에 편지를 써서 매어주며 주인에게 전해달라고 한다. 그 기러기는 중국으로 날아가서 공주가 놀고 있는 궁중에 가서 앉는다. 공주가 기러기의 다리에 있는 편지를 성의에게 읽어주자 성의는 감격하여 무심코 눈을 뜨는데, 신기하게도 눈이 열렸다.

눈을 뜨게 된 성의는 과거에 응시하여 장원급제하고 공주와 결혼하여 중국 천자의 부마가 된다. 성의는 천자로부터 여가를 얻어 공주와 함께 고국으로 간다. 성의가 살아서 돌아온다는 소식을 들은 항의는 무사를 보내 성의를 죽이려고 하지만 도리어 무사들에게 살해된다. 성의는 무사히 궁중으로 들어가서 감격 속에 부왕과 모친을 만나고 한을 푼다. 성의는 잠시 고국에 머물러 있다가 중국으로 돌아와서 승상이 되었다. 그 후 성의는 중국 천자로부터 안남국의 왕세자로 책봉이 되고, 고국으로 돌아와서 왕이 되었다.

<적성의전>에는 종교적 색깔이 복합적으로 드러난다는 점이 흥미롭다. 작품의 형성 과정에서 <선우태자전>, <김태자전>과 같은 불교설화를 바탕으로 형성되었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그러나 <적성의전>은 유교의 효와 우애가 작품 전체에 일관되게 흐르고 있으며, 그 바탕에는 이상세계라는 도교적 색채와 서사무가 <바리데기>에서 보이는 무속의 이계 여행적 체험 등도 짙게 깔려 있어 성격이 복합적이다.

<적성의전>은 주인공 적성의의 '탐색적 생애'를 그린 작품이다. 즉, 위험을 무릅쓴 주인공의 모험, 악마에게 당한 위기의 순간, 투쟁에서의 승리와 귀환이라는 점에서 탐색 구조가 명확히 드러난다. <적성의전>은 일영주라는 선약을 찾는 탐색 과정에서 약 자체보다는 오히려 그 과정에서 겪게 되는 이계에서의 다양한 체험들이 독자의 상상을 자극함으로써 지속적인 흥미를 제공한다.

또한 눈이 먼 뒤에도 살아남아 마지막에는 중국 공주와 결혼하게 되는 애정의 과정이 중첩됨으로써,  현실에서 이룰 수 없는 가상의 체험을 독자들에게 제공한다. 이 같은 흥미소들로 인하여 이 작품이 독자들에게 많은 호응을 입으며 전승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