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연명의 ‘도화원기’

진(晉)나라 태원(太元) 연간(A.D 377~397년), 무릉(武陵)에 고기를 잡는 어부가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시내를 따라 가다가 어디쯤인지에서 길을 잃고 말았다. 배는 어느새 복숭아 꽃이 강 양켠으로 흐드러진 곳을 지나고 있었다. 수백보의 꽤 긴 거리를 그렇게 배는 흘러갔는데, 잡목은 보이지 않고 향기 드높은 꽃들이 선연히 아름답게 피어 있었으며 꽃잎들은 분분히 날리며 떨어지고 있어 어부는 아주 기이하게 여겼다.

앞이 궁금하여 계속 나아가니 숲이 끝나는 곳에 수원(水源)이 있었고 그곳에 산이 하나 막아섰다. 거기에 작은 동굴이 있었는데 희미한 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어부는 배를 버리고 동굴 입구로 들어갔다. 들어갈 때는 구멍이 아주 좁아 사람 하나 정도 들어갈 만하더니, 몇 십 발자국 나서자 시야가 훤하게 트여왔다.

너른 들판에 집들이 늘어서 있었다. 기름진 전답이며 아름다운 연못, 뽕나무나 대나무 등속이 눈에 들어왔다. 옛날의 (즉 진시황 이전의) 토지 구획 구대로 개와 닭 소리가 한가로이 들리고 있었다. 그 사이를 사람들이 오가며 경작하고 있었는데 남녀가 입은 옷이 모두 이국풍이었다. 기름도 바르지 않고 장식도 없는 머리를 하고, 한결같이 기쁨과 즐거움에 넘치는 모습들이었다.

어부를 보더니 크게 놀라 어디서 왔느냐고 물었다. 질문에 하나하나 대답했더니 집으로 초대해 술을 내고 닭을 잡아 음식을 베풀어 주었다. 낯선 사람이 있다는 소문이 온 마을에 돌아 모두를 찾아와 이것저것 물었다. 자기네들은 옛적 선조들이 진(秦) 이후 한(漢) 이후 위진(魏晉) 시대가 온 것도 알지 못했다. 어부가 아는 대로 일일이 대꾸해주자 모두들 놀라며 탄식했다. 사람들은 교대로 돌아가며 그를 집으로 초대해 술과 음식을 내주었다.

그렇게 며칠을 머문 후, 어부는 이제 가봐야겠다고 말했다. 마을 사람 가운데 누군가가 "바깥 세상에는 알리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어부는 동굴을 나서서 배에 올라, 방향을 잡아 나가면서 곳곳에 표식을 해 두었다. 고을로 돌아와 태수에게 자초지종을 고했더니 태수는 사람을 보내 오던 길을 되딮어 표식을 더듬어 나가게 했으나 다시 그 길을 찾아내지는 못했다.

남양(南陽)의 유자기(劉子驥)는 뜻이 높은 은자(隱者)이다. 이 이야기를 듣고 기뻐하며 그곳을 찾아가려 했으나 병이 들어 죽고 말았다. 그 후로는 그곳을 다시 찾아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