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사월(閏四月)

                                                                              -박목월-

                                                       

 

 

     

    송화(松花) 가루 날리는

    외딴 봉우리

     

    윤사월 해 길다

    꾀꼬리 울면

     

    산지기 외딴 집

    눈 먼 처녀사

 

 

 

     

    문설주에 귀 대이고

    엿듣고 있다.

     

       -<상아탑>(1946)-

 

해        설

[개관 정리]

성격 : 서경적, 시각적, 고전적, 동양적, 정지적

◆ 표현 : 3음보의 율격과 간결한 시형

              선경후정에 의한 시상 전개

              정적미(靜寂美)와 비애미(悲哀美)

 

◆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송화가루 → 후각과 시각(노랑)을 동시에 드러내주는 시어

* 외딴 봉우리, 외딴 집 → 눈 먼 처녀의 비극적 이미지(외로움, 답답함 등)를 나타내주는 배경

                                      토속적이고 향토적인 은은한 비애와 고독의 이미지

* 꾀꼬리

   → ① 계절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전령사의 모습

       ② 하루 해가 길다고 울어대는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는데, 뭔가에 대한 애틋함이나 설레임이 없다는 점에서는 '눈 먼 처녀'와는 다소 대조적인 모습으로도 볼 수 있음.

* 눈 먼 처녀 → 눈이 멀어서 아름다운 세계로부터 격리되어 '외딴 집'에 갇혀 있을 수밖에 없는 인물

                       바깥 세상의 아름다움이 너무도 그립지만, 그것을 맛볼 수 없는 불행한 인물

                       내면적 설움과 고뇌의 소유자

* 엿듣고 있다

   → 바깥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가야 하는 눈 먼 처녀의, 바깥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설레임과 그리움이 담긴 모습, 보지 못하는 처녀가 듣는 것으로라도 외부 세계와 봄을 느끼고 싶어하는 모습

 

주제외딴 산중의 풍경과 눈 먼 처녀의 애틋한 그리움

[시상의 흐름(짜임)]

◆ 1연 : 송화가루 날리는 외딴 봉우리

◆ 2연 : 긴 봄날 울어대는 꾀꼬리

◆ 3연 : 외딴 집의 눈 먼 처녀

◆ 4연 : 눈 먼 처녀의 엿듣는 모습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이 작품은 한국적이고 토속적인 서정과 정감을 탁월한 간결미로 인상깊게 표현한 작품이다.  봄(또는 초여름) 산의 경관을 서경적으로 아름답게 표현하면서도, 눈 먼 처녀의 모습에서는 애틋함과 안타까움이 담겨 있다. 조용하고도 쓸쓸한 산중에 꾀꼬리 소리만이 들리고, 눈 먼 처녀는 수선스레 나가지도 못하고 숨 죽여 그 아름다운 소리만을 엿듣고 있다는 데서, 깊은 산중에 찾아온 늦봄의 이미지와 함께 처녀의 삶의 불행과 안타까움을 함께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의 모티프는 '송화가루'와 '꾀꼬리', 그리고 '눈 먼 처녀'이다. 그런데 '송화가루'는 시각적인 것으로 '눈 먼 처녀'와 직접적인 상관 관계를 가지지 못하게 되는데, 이 양자 사이에 교량적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꾀꼬리'의 울음 소리이다. 꾀꼬리의 울음에 의해서만 '눈 먼 처녀'는 윤사월의 무르익은 정경 속에 용해될 수 있기에 꾀꼬리의 울음은 바로 그녀가 자신의 존재 의미를 확인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시인의 다른 작품과 마찬가지로 절제된 언어에 의한 간결하고 깨끗한 인상을 잘 살려주고 있다. 또한 인상적 묘사 방식에 의한 한 폭의 '그림'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서경시의 특성을 나타내주기도 한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