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어(原語)

                                                                              -하종오-

                                                       

 

 

 

동남아인 두 여인이 소곤거렸다

고향 가는 열차에서

나는 말소리에 귀 기울였다

각각 무릎에 앉아 잠든 아기 둘은

두 여인 닮았다

맞은편에 앉은 나는

짐짓 차창 밖 보는 척하며

한마디쯤 알아들어 보려고 했다

휙 지나가는 먼 산굽이

나무 우거진 비탈에

산그늘 깊었다

두 여인이 잠잠하기에

내가 슬쩍 곁눈질하니

머리 기대고 졸다가 언뜻 잠꼬대하는데

여전히 알아들을 수 없는 외국말이었다

두 여인이 동남아 어느 나라 시골에서

우리나라 시골로 시집왔든 간에

내가 왜 공연히 호기심 가지는가

한잠 자고 난 아기 둘이 칭얼거리자

두 여인이 깨어나 등 토닥거리며 달래었다

한국말로,

울지 말거레이

 

 

 

집에 다 와 간데이.

 

        -<녹색평론>(2006)-

 

해           설

[개관 정리]

성격 : 관조적, 사실적, 서사적

특성

① 시각적, 청각적 이미지의 효과적 활용

② 1인칭 관찰자 시점의 소설과 같이 시상이 전개됨.

③ 짧고 간결한 문장을 활용한 서사적 시상 전개가 두드러짐.

④ 화자의 경험을 차분하고 솔직담백하며 평이한 시어로 진술함.

⑤ 생활 주변의 경험을 평이한 시어로 진술하여 사실성을 높이고 친근감을 줌.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각각 무릎에 앉아 잠든 아기 둘은 / 두 여인 닮았다

   → 아이의 얼굴을 통해 소곤거리고 있는 동남아 두 여인이 한국으로 시집온 결혼 이주 여성임을 확인하는 부분이다.

* 휙 지나가는 먼 산굽이 / 나무 우거진 비탈에 / 산그늘 깊었다.

   → 열차 바깥의 풍경을 묘사하고 있는 부분이다. 결혼 이주 여성들이 거주하는 곳이 농촌 혹은 시골임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또 '두 여인'의 처지에 대해 시적 화자가 가지고 있는 연민의 마음을 객관적 상관물로 표현한 부분이기도 하다.

* 산그늘 → 두 여인에 대한 화자의 연민과 걱정이 투영된 객관적 상관물

* 내가 슬쩍 곁눈질하니 → 시적 화자의 지속적인 관심

* 머리 기대고 졸다가 언뜻 잠꼬대하는데 / 여전히 알아들을 수 없는 외국말이었다

   → 피곤한 몸으로 열차에서 잠이 든 이주 여성들이 자신들의 모국어로 잠꼬대를 하는 장면이다. 한국으로 시집와 결혼생활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자신들의 고향을 그리워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내가 왜 공연히 호기심 가지는가

   → 시적 화자가 고향 가는 열차에 타고 있는 동안, 유독 동남아인 두 여인에 비상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을 자각하는 부분이다. 이러한 관심은 한국에서 어려운 삶을 살아가는 두 여인에 대해 시적 화자가 지닌 연민과 관심을 표현한 것이다.

* 울지 말거레이 / 집에 다 와 간데이.

   → 현실에서는 한국말을 사용하는 모습이다. 또한 사투리를 사용하여 두 여인에 대한 친근감과 연민의 감정을 부각시킴.

 

주제결혼 이주 여성들의 삶의 애환

[시상의 흐름(짜임)]

◆ 1 ~ 8행 : 동남아 출신 결혼 이주 여성에 대한 관심

◆ 9 ~15행 : 꿈속에서 고향의 언어를 쓰는 두 동남아 여인

◆ 16~23행 : 두 동남아 여인에 대한 인식의 태도 변화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이 시는 시적 화자가 고향으로 가는 열차에서 우연히 마주하게 되는 동남아 출신 결혼 이주 여성들의 이야기를 매우 사실적이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다문화 사회로 급속히 진입하고 있는 내용을 평이한 시어와 간결한 문장을 통해 인상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시적 화자는 고향 가는 열차에서 아이를 안고 낯선 언어로 대화하는 동남아 출신 두 여인에게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다. 그들을 닮은 아이들부터 말소리까지 시적 화자는 모른 척하면서도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기울인다. 그리고 그들이 머리를 기대고 졸면서 그들의 모국어로 잠꼬대 하는 소리를 듣는다. 하지만 어느 순간, 우리 사회의 일원이 된 이주 여성들에게 자기도 모르는 사이 비상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게 된다. 이러한 자각과 함께 얼마의 시간이 흐른 뒤, 칭얼대는 아이들을 달래는 두 여인의 나직한 경상도 사투리가 모국어 잠꼬대와 선명한 대비를 이루며 제시되고, 시상이 마무리된다.

이 시에서는 결혼 이주 여성들이 겪는 여러 가지 어려움 가운데 특히 이중의 언어를 사용해야 하는 어려움과 고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결혼 이주 여성들은 한국에서 결혼, 출산, 양육 등을 경험하며 한국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때문에 한국어가 새로운 원어가 된다. 결국 결혼 이주 여성들은 지금까지 그들의 의식 전반을 지배해 왔던 모국어와 새로 배우는 한국어 사용의 이원적 언어 구조 속에서 그들의 존재와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경험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 시적 화자의 태도 변화

시적 화자는 열차에서 만나게 된 동남아 출신 결혼 이주 여성들에게 지대한 관심을 보인다. 짐짓 모르는 척은 하고 있지만 화자의 눈과 귀는 모두 그들에게 집중되어 있다. 하지만 시적 화자는 그들에 대한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자신을 스스로 경계하며 인식의 전환을 보이고 있다. 이는 그들에 대한 지대한 관심이, 그들을 우리 사회의 보편적 일원으로 인식하기보다는 우리와 다른 이방인으로 인식하려는 편견과 차별적 인식에서 기인한 것임을 자각하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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