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촌

                                                                              -  김광균  -

                                                       

 

 

 

하이얀 모색(暮色) 속에 피어 있는

산협촌(山峽村)의 고독한 그림 속으로

파아란 역등(驛燈)을 달은 마차가 한 대

잠기어 가고

 

바다를 향한 산마루 길에

우두커니 서 있는 전신주 위엔

지나가던 구름이 하나 새빨간 노을에 젖어 있었다.

 

바람에 불리우는 작은 집들이 창을 내리고

갈대밭에 뭍힌 돌다리 아래선

작은 시내가 물방울을 굴리고

안개 자욱한 화원지(花園地)의 벤치 위엔

한낮에 소녀들이 남기고 간

가벼운 웃음과 시들은 꽃다발이 흩어져 있었다.

 

외인 묘지의 어두운 수풀 뒤엔

밤새도록 가느단 별빛이 내리고

 

공백(空白)한 하늘에 걸려 있는 촌락의 시계가

여윈 손길을 저어 열 시를 가리키면

날카로운 고탑(古塔)같이 언덕 위에 솟아 있는

 

 

 

퇴색한 성교당(聖敎堂)의 지붕 위에선

분수처럼 흩어지는 푸른 종소리.

 

                  -<와사등>(1939)-

 

해        설

[개관정리]

성격 : 감각적, 묘사적, 회화적, 애상적, 이국적, 도시적

◆ 표현 : 색채감과 시각성을 살려 감각도 높은 정서의 형상화

             현대성을 함축한 시어의 사용(역등, 전신주, 화원지, 공원, 시계…)

             시간의 흐름에 따른 시상 전개

             시각적, 공감각적 심상

 

◆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하이얀 → '하얀'의 시각적, 음악적 효과.  어둠이 완전히 찾아들지 않은 상태

    * 모색 → 날이 저물 때 쇠잔해가는 빛. 저물어가는 풍경

    * 산협촌의 고독한 그림 → 현실과 동화되지 않은 거리감이 느껴지는 모습

                                           시 속에 형상화하고자 하는 주된 정서와 분위기

    * 우두커니 서 있는 전신주 → 바다에 대해 동경과 그리움에 젖어있는 인간의 고독한 모습이 연상됨

    * 노을에 젖은 구름 하나 → 그리움에 불타는 자아의 모습 연상(객관적 상관물)

    * 2연 → 밤이 되어 지상의 활동이 정지되고 시냇물만 흘러가는 '적막감'

    * 가벼운 웃음과 시들은 꽃다발이 흩어져 있다. → 축제 뒤의 허망함이나 처량함이 느껴짐

                                                                            공감각적 심상(청각의 시각화)

    * 외인묘지 → 시의 분위기를 한층 더 어둡게 하는 시어

    * 별빛 → '구원, 희망'보다는 '우수, 애상'의 이미지로 해석됨

    * 공백한 → 아무 것도 없이 텅 비어 있는 상태.  회색 하늘빛의 이미지

    * 여윈 손길 → 시계 바늘을 의인화한 표현. 고독과 애수의 심상 제시

    * 분수처럼 흩어지는 푸른 종소리 → 공감각적 심상(청각의 시각화)

                                                         작품 전체의 우수와 애상이 극복되는 심상(비약과 확산의 심상)

 

◆ 주제 외인촌의 이국적 정취(고독과 우수)

             도시인의 고독과 우수

◆ 제목 : 이국적 정취의 시적 효과를 높이기 위해 사용된 제목

             '식민지 시대 우리 조국의 모습'을 형상화한 제목으로도 볼 수 있음.

[시상의 흐름(짜임)]

◆ 1연 : 산협촌(산골짜기 두메마을)의 저녁 원경 → 고독과 우수의 정서

◆ 2연 : 산협촌의 저녁 근경 → 어둠 속의 적막감

◆ 3연 : 화원지의 정경 → 공허함

◆ 4연 : 외인묘지의 정경→

◆ 5연 : 산협촌의 아침 정경(성교당의 종소리) → 시간의 이행으로 하강에서 상승으로 이동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우선 이 시는 30년대 모더니즘의 영향하에서 쓰여졌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 같다. 모더니즘의 중요한 테마는 인간성 옹호에 있다. 지적으로 통제된 표현 속에서 산업 사회로 인한 인간 소외의 문제에 눈을 돌린다. 이렇게 볼 때 외인촌은 우리가 살고 있는 삶터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30년대라는 일제 하에서 우리의 모습은 정상적인 상태가 아닌 굴절된 모습이었을 것이고, 따라서 이를 묘사하는 태도가 매우 애상적이고 우수어리게 나타났을 것이다.

이 시는 시상이 구조적으로 전개되지 않고 단편적 편린이 주가 된다. 그리고 지나친 회화적 수법으로 인해 시인이 드러내고자 하는 의식이 빈약한 편이다. 그러나 30년대 상황에서 서구시의 이론을 바탕으로 새로운 작품을 보여주려 한 점은 평가받을 만하다. 즉, 서구적 영향을 받아 시각적, 회화적, 공감각적 이미지가 적절히 표현되었고, 소재마저도 서구풍의 '외인촌'을 택했으나, '고독한'·'공백한'·'여윈' 등이 환기하는 애상감으로 대표되는 한국적 정서를 담고 있다

그럼에도 모더니즘의 결점이라고도 할 수 있는 반역사성과 비인간화를 온전히 극복하지 못하고 있으며,  아름다운한 폭의 그림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은 이 시의 한계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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