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 풀이름 외기

                                                                              -송수권-

                                                       

 

 

 

봄날에 날풀들 돋아 오니 눈물 난다.

쇠뜨기풀 진드기풀 말똥가리풀 여우각시풀들

이 나라에 참으로 풀들의 이름은 많다.

쑥부쟁이 엉겅퀴 달개비 개망초 냉이 족두리꽃

물곶이 앉은뱅이 도둑놈각시풀들

조선 총독부 식물도감을 펼치니

구황식(救荒食)의 풀들만도 백오십여 가지다.

쌀 일천만 섬을 긁어가도 끄떡없는 민족이라고

그것이 고려인의 기질이라고

나마무라 이시이가 서문에서 점잖게 게다짝을 끌고 나온다.

나는 실제로 어렸을 때 보리 등겨에 토면(土麵) 국수를 말아 먹고

북어처럼 배를 내밀고 죽은 늙은이를

마을 앞 당각에 내다버린 것을 본 일이 있었다.

햄이나 치이즈 버터나 인스턴트 식품이면

뭐나 줄줄이 외워 대는 어린놈에게

어서 방학이 왔으면 싶다.

우리 어머니는 아버지를 위해 센인바리(千人針)를 받으러

이 마을 저 마을 떠돌았듯이

나 또한 이 나라 산천을 떠돌며

어린것의 식물 표본을 도와주고 싶다.

쇠똥가리풀 진드기풀 말똥가리풀 여우각시풀들

이 나라에 참으로 풀들의 이름은 많다

쑥부쟁이 엉겅퀴 달개비 개망초 냉이 족두리꽃

물곶이 앉은뱅이 도둑놈각시풀들

 

 

 

 

                     -<아도>(1986)-

 

해           설

[개관 정리]

성격 : 상징적, 서사적, 비판적

특성

① 수미상관의 구조를 통해 주제를 부각시킴.

② 반복과 열거를 통해 우리 민족의 생명력과 민족의식을 부각시킴.

③ 우리나라 풀 이름을 통해 우리 민족의 역사를 돌아보게 함.

④ 인용과 반어, 그리고 냉소를 통해 일본에 대한 비판의식을 일깨움.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봄날에 날풀들 돋아 오니 눈물 난다.

   → 민족의식과 역사의식이 깃든 소재를 보면서 우리 민족의 뼈아픈 역사에 대한 연민을 느낌.

* 구황식(救荒食)의 풀들만도 백오십여 가지다.

   → 가난하게 살았던 민중들의 삶에 대한 재인식

* 구황식 → 흉년이 들어 굶주릴 때 농작물 대신 먹는 음식

* 쌀 일천만 섬을 긁어가도 끄떡없는 민족이라고 / 그것이 고려인의 기질이라고

   → 일제의 식민지 수탈에 대한 자기 합리화

* 나마무라 이시이 → 조선총독부의 관변학자로, 동경대 교수였으며, 식물도감의 저자임.

* 점잖게 → 반어적 표현

* 나는 실제로 어렸을 때 ~ 내다 버린 것을 본 일이 있었다.

   → 가난과 고통 속에서 힘겹게 살던 민중의 모습

* 햄이나 치이즈 버터나 인스턴트 식품이면 / 뭐나 줄줄이 외워 대는 어린놈에게

   → 민족의식이나 역사의식이 부재한 신세대들의 모습

* 어서 방학이나 왔으면 싶다. → 민족의 신세대들에게 역사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고 싶은 소망

* 센인바리(천인침) → 일제 식민지 때 징병이나 징용에 끌려가는 사람들을 위해 우리 어머니들이 베조각에 천 명의 바늘 땀을 놓아 지니고 가면 살아 돌아올 수 있다는 믿었던 부적 같은 것

* 어린것의 식물 표본을 도와주고 싶다.

   → 신세대들에게 우리 민족의 역사와 민중의 삶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고 싶은 소망

 

주제우리 민족의 고통스런 역사에 대한 인식, 민족 의식을 회복하고 싶은 소망

[시상의 흐름(짜임)]

◆ 1 ~ 5행 : 우리나라의 풀 이름 나열

◆ 6 ~ 10행 : 일제의 수탈과 자기 합리화

◆ 11~13행 : 가난으로 고통받던 민중에 대한 기억

◆ 14~24행 : 역사인식이 부재한 신세대에 대한 비판과 필요성 자각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어린 시절 우리 민족의 어려운 현실을 직접 눈으로 보고 자란 화자는 이 땅에 난 많은 풀들이 구황식물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화자의 눈물은 그러한 구황식물로 연명을 했던 우리 민족의 삶에 대한 연민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의 아이들은 우리 민족이 겪었던 수난의 역사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을 뿐 아니라 서양식 패스트푸드 음식 이름만 줄줄이 외워 대고 있다. 이에 화자는 방학 때 아이들에게 실물 표본을 도와주며 민족의식을 일깨우고자 하는 소망을 가져본다. 조선총독부 실물 도감의 서문에 쓴 나마무라 이시이의 말은 언뜻 보기에 우리 민족의 끈기와 생활력을 높이 평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일제의 식민지 수탈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한 억지에 불과한 것이다. '점잖게'라는 반어적인 표현과 '게다짝'이라는 비속어를 사용하여 일제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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