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 홍윤숙 -

                                                       

 

 

 

세탁소 이발소 미장원 양복점

도장포 지물포 문방구 철물점

한식 일식 고급 양식에 중화요리점

없는 게 없습니다 우리 동네엔

하루 종일 유리창 하나 가득 웃음을 파는

사내의 얼굴이 무성 영화 시대의 활동사진 같은

사진관 앞을 지나 약국을 지나

헐었다 지었다 헐었다 지었다

집짓기 놀이하는 교회당을 지나

내가 사는 골목 바람 속에 들어서면

헐어 빠진 구멍가게

시금치 몇 다발 알사탕 몇 개

시들시들 꿈을 앓던 그 모퉁이

흙과 해가 놀던 자리

오늘은 덩그렇게 빌딩이 서고

빌딩 창구마다 H은행 개업 축하

꽃다발로 밀리더니

어느 날 최신형 슈퍼마켓이

총천연색으로 들어앉았습니다.

나의 손목시계는 '여기서 언제나 저녁 여섯 시'

멎어 버린 시계 속엔 황금빛 해바라기

일각 대문집

 

 

 

치렁치렁 우물물 푸는 소리

퐁퐁 들립니다 맨드라미밭에.

 

 

해           설

[개관 정리]

성격 : 회상적, 문명비판적

표현 : 대립적인 공간을 통한 정서의 표출(낯선 현대적 풍경 ↔ 소박한 과거의 풍경)

              도치법을 사용하여 사라져 가는 옛 풍경들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함.

              일상적인 풍경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속도감 있게 표현함.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1~3행 → 우리 동네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제시함.

    * 유리창 하나 가득 웃음을 파는 → 사진관에 걸린 사진의 모습

    * 활동사진 → '영화'의 옛날 용어

    * 헐었다 지었다 헐었다 지었다 → 개발의 흔적

    * 헐어 빠진 구멍가게 ~ 흙과 해가 놀던 자리 → 초라하지만 유년의 꿈을 간직한 공간

    * 오늘은 덩그렇게 ~ 총천연색으로 들어앉았습니다. → 개발로 인해 달라진 우리 동네의 모습

    * '여기서 언제나 저녁 여섯 시' → 시적 화자의 마음은 과거의 동네에 머물러 있음.

    * 일각 대문 → 대문간이 따로 없이 양쪽에 기둥을 하나씩 세워서 문짝을 단 대문

    * 퐁퐁 들립니다 맨드라미밭에 → 아쉬움을 나타냄. 도치법

   * 멎어 버린 시계 속엔 ~ 맨드라미밭에 → 소박한 과거의 풍경을 시각적 이미지와 청각적 이미지로

                            제시하여 그리움과 서러움, 정겨움이라는 다양한 정서를 표출함.

 

화자 : 유년의 추억에 젖은 이('나')

주제개발로 사라져 가는 옛 풍경에 대한 그리움과 아쉬움

[시상의 흐름(짜임)]

◆   1 ~   4행 : 우리 동네의 모습

◆   5 ~ 14행 : '나'의 어릴 적 추억이 깃든 우리 동네의 옛 풍경들

◆ 15 ~ 19행 : 현대적인 풍경들로 빠르게 바뀌어 가는 동네의 모습

◆ 20 ~ 24행 : 어릴 적 풍경들에 대한 그리움과 아쉬움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이 시에서 배경으로 등장하는 '우리 동네'는 시적 화자의 어릴 적 추억이 깃든 공간이다. 시적 화자는 어릴 적 추억의 공간이었던 '우리 동네'의 친근한 모습이 낯설고 현대적인 풍경으로 바뀌어 가고 있음을 안타까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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