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 동(運動)

                                                                              - 이  상 -

                                                       

 

 

 

一層(일층)우에있는二層(이층)우에있는三層(삼층)우에있는屋上庭園(옥상정원)에올라서南(남)쪽을보아도아무것도없고北(북)쪽을보아도아무것도없고해서屋上庭園(옥상정원)밑에있는三層(삼층)밑에있는二層(이층)밑에있는一層(일층)으로내려간즉東(동)쪽으로솟아오른太陽(태양)이西(서)쪽에떨어지고東(동)쪽으로솟아올라西(서)쪽에떨어지고東(동)쪽으로솟아올라西(서)쪽에떨어지고東(동)쪽으로솟아올라하늘한복판에와있기때문에時計(시계)를꺼내본즉서기는했으나時間(시간)은맞는것이지만時計(시계)는나보담도젊지않으냐하는것보담은나는時計(시계)보다는늙지아니하였다고아무리해도믿

 

 

 

어지는것은필시그럴것임에틀림없는고로나는時計(시계)를내동댕이쳐버리고말았다.

 

                              -<조선과 건축>(1935)-

 

해          설

[개관 정리]

성격 : 모더니즘적, 초현실주의적, 관념적, 심리적, 문명비판적, 상징적

표현 : 독백적 어조, 단호하고 비판적인 어조

              반복법, 점층법, 대구법을 구사함.

              구체적 사무을 통해 상징적 의미를 전달함.

              띄어쓰기를 무시함으로써 기존의 시 형식을 파괴하고자 함.

              공간과 시간의 이동에 따라 시상을 전개함.

              백화점을 통해서 규격화된 공간을, 시계를 통해서 규격화된 시간을 드러내고자 함.

              1930년대를 배경으로 획일화된 근대문명에 대한 거부감을 상징적으로 드러냄.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제목 '운동'의 의미→ 제목과 내용은 상반된다. 시의 내용은 역동적이지 못하다는 점에서 '운동'과는 거리가 멀다. 시의 제목은 궁극적으로는 단조롭고 반복적인 현대 사회의 움직임을 반어적으로 강조하기 위한 표현이며, 현대문명의 반복적, 기계적 특성에 대한 풍자를 하기 위한 것이다.

    * 일층우에있는 ~ 옥상정원에올라서 → 화자의 수직적 공간 이동의 과정을 서술

                                                             공간의 무미건조함과 단조로움을 나타냄.

    * 남쪽을보아도 ~ 아무것도없고해서 → 근대 문명의 허망함과 무의미성을 나타냄.

                                                              획일화된 도시의 풍경

    * 옥상정원밑에있는 ~ 일층으로내려간즉 → 볼 것 없는 백화점을 무의미하게 오르내리는 모습

    * 동쪽으로솟아오른 ~ 서쪽에떨어지고 → 매일 되풀이되는 태양의 움직임

                                                                 기계적으로 반복되는 단조로운 근대적 일상을 비판

    * 시계를꺼내본즉 ~ 시계보다는늙지아니하였다

          → 시계의 반복적 순환(늙음)에 나는 단조로움을 거부(젊음) 한다. 따라서 나는 젊다.

    * 나는시계를내동댕이쳐버리고말았다. → 반복적이고 무의미한 일상성에 대한 거부감과 저항의식의 표현

 

제재 : 백화점 건물, 시계

주제무의미한 근대 문명에 대한 저항과 거부감

           규격화되고 단조로운 근대문명에 대한 거부감과 비판의식

[시상의 흐름(짜임)]

◆ 일층우에있는이층 ~ 일층으로 내려간즉 : 규격화된 공간(백화점)에 대한 비판

◆ 동쪽으로솟아오른 ~ 내동댕이쳐버리고말았다. : 규격화되 시간(시계)에 대한 비판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한 문장으로 구성된 이 시는 실제로 건축가로도 활동했던 이상의 작품으로, 무의미하고 반복적인 운동을 지속하는 화자의 행위를 통해 근대적 삶의 양식이 모두 규격화된 것이라는 비판적 견해를 드러내고 있다. 기존의 시에서 볼 수 없었던 기하학적인 상상력이 지배적인데, 이는 공간과 시간을 형상화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시 전반부의 백화점 건물을 올라가고 내려가는 과정을 통해 근대적 공간의 단조로움과 무미건조함을 보여주며, 시 후반부의 시계를 통해 근대의 규격화된 시간을 보여준다. 시인은 이러한 무의미하고 반복적인 일상을 강요하는 문명에 대한 저항 의식을 나타내고 있다.

백화점은 근대 사회의 개막과 함께 등장한 새로운 공간이다. 이러한 백화점은 조선의 새로운 인문 경관으로 출현하면서 지적인 해석과 탐구의 대상으로 자리 잡기도 했다. 이 시와 관련하여 눈여겨 보아야 할 백화점의 특성은 공간 배치의 폐쇄성이다. 재래시장과 달리 백화점은 직선과 사각형으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 한 층 한 층은 별다른 개성을 지니지 못한 채 일률적으로 규격화되어 있다. 이러한 폐쇄성은 단조롭고 획일화된 문화를 직접적으로 상징한다. 그렇기에 시적 화자의 눈에 비친, 또 일제 시대를 사는 시인의 눈에 비친 '백화점'은 그저 단조롭고 규격화된 근대 건축물에 불과했던 것이다.

또 이 시의 '시계' 역시 이러한 의미의 단조로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계'는 쉼없이 시간을 가리키지만, 시적 화자에게는 어떠한 영향도 주지 못한다. 다시 말해 시계는 인간의 삶의 흐름을 재지 못하는 것이다. 이렇듯 '시계' 역시 이 작품에서는 근대 문명의 첨병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시적 화자는 이 시계를 통해 근대 문명의 무의미성을 포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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