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경-

                                                       

 

 

 

오늘 숲길을 걸었다. 간벌을 위해 닦아 놓은 길을 따라 올라가노라면 여기저기 흙이 무너진 곳, 새로이 흐르는 작은 개울물, 간혹 베어진 통나무를 만나곤 한다. 숲 깊이 들어가노라면 어느새 나무들의 향기에 싸이고, 이 향기는 어디로부터 오는 것일까? 다시 베어진 통나무 더미를 만나 숨이 멎듯 발걸음을 멈춘다. 진한 향기는 베어진 나무의 생채기에서 퍼져 숲을 가득 채우고 있다.

우리의 상처에서도 저렇게 향기가 피어날 수 있을까?

가만히 땅에 눕는다. 옷을 벗듯 악취 나는 몸을 벗어 버리고 싶다. 생채기가 향기일 수 있는 것들의 실뿌리 파고들어 이윽고 향기일 수 있을 때까지 눕고 싶다. 붓꽃이며 복사꽃 또 노란 양지꽃 제 상처에 열심히 꽃을 피우고, 서로 다른 향기가 만드는 길을 따라 벌들이 붕붕대며 날고 있다.

 

 

 

 

                        -<슬픔의 힘>(2000)-

 

해           설

[개관 정리]

성격 : 상징적, 사색적, 자아성찰적, 자연친화적

특성

① 산문시의 형태

② 공간의 이동에 따른 시상 전개

③ 특정 어미(~고 싶다)를 반복해 화자의 소망을 강조함.

④ 시각과 후각의 감각적인 이미지와 섬세한 묘사가 돋보임.

⑤ 인간과 자연의 대비를 통해 상처를 향기로 승화시키는 자연의 포용력을 예찬함.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숲길 → 작품 전체를 통해 볼 때, 자신을 성찰하는 공간이자 소망을 드러내는 공간임.

* 간벌 → 나무들이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며 잘 자라도록 불필요한 나무를 솎아 베어 냄.

* 길을 따라 올라가면, 숲 깊이 들어가노라면 → 공간의 이동이 이루어지는 부분임.

* 여기저기 흙이 무너진 곳, 새로이 흐르는 작은 개울물, 간혹 베어진 통나무

   → 인간의 의해 파괴된 자연의 모습들

* 이 향기는 어디로부터 오는 것일까? → 화자의 경외감이 표출됨.

* 숨이 멎듯 발걸음을 멈춘다. → 예전에 알지 못했던 사실에 대한 화자의 새로운 깨달음을 나타냄.

* 진한 향기는 베어진 나무의 생채기에서 퍼져 숲을 가득 채우고 있다.

   → 베어진 나무에서 풍기는 진한 향기가 숲을 가득 채움(상처의 승화)

* 우리의 상처에서도 저렇게 향기가 피어날 수 있을까?

   → 인간을 향한 회의적 질문이자, 은근한 소망을 나타냄.

* 옷을 벗듯 악취 나는 몸을 벗어 버리고 싶다. → 숲의 향기를 통해 자신의 더러움을 인식함.

* 생채기가 향기일 수 있는 것들의 실뿌리 파고들어 이윽고 향기일 수 있을 때까지 눕고 싶다.

   → 화자에게도 향기가 나기를 바라는 마음(나무들의 본질에 동화되고자 하는 욕구)

* 붓꽃이며 복사꽃 또 노란 양지꽃 제 상처에 ~ 벌들이 붕붕대며 날고 있다.

   → 상처를 승화하고 아름답게 포용하는 자연의 모습

 

화자 : 나무를 닮고자 하는 이

주제숲의 포용력을 닮고 싶은 마음, 상처에서도 향기가 나는 삶을 소망함.

[시상의 흐름(짜임)]

◆ 1행 : 통나무의 생채기에서 나는 향기

◆ 2행 : 인간을 향한 회의적 물음

◆ 3행 : 숲의 향기에 동화되고자 하는 욕구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이 시는 인간의 행위와 자연의 모습을 대비하면서, 인간 문명의 파괴성을 비판하고 이와 대비되는 자연의 포용력을 부각시키고 있다. 숲에 누워 향기에 동화되고 싶어 하는 화자의 모습은 숲이 지닌 포용력을 닮고자 하는 화자의 고결한 소망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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