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구도(構圖)

                                                                              -  신석정  -

                                                       

 

 

 

나와

하늘과

하늘 아래 푸른 산뿐이로다.

 

꽃 한 송이 피어낼 지구도 없고

새 한 마리 울어줄 지구도 없고

노루새끼 한 마리 뛰어다닐 지구도 없다.

 

나와

밤과

무수한 별뿐이로다.

 

 

 

 

밀리고 흐르는 게 밤뿐이오,

흘러도 흘러도 검은 밤뿐이로다.

내 마음 둘 곳은 어느 밤 하늘 별이드뇨.

 

                   -<조광>(1939)-

 

해        설

[개관 정리]

성격 : 상징적, 암시적, 주정적, 현실참여적, 절망적

표현 : 적절한 비유와 상징법 구사

             대구와 반복을 통한 점층적 구조

             회화성이 짙은 제목(구도-예술 표현의 요소를 배합하여, 작품의 미적 효과를 얻기 위한 수단)

 

◆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나와 / 하늘과 / 하늘 아래 푸른 산 뿐이로다

    → 낮풍경(절망적 현실)

        혼자 내 버려진 진한 고독(외로움)의 정서와 소외감이 느껴지는데, 오손도손 화목하게 살아갈 수 없는 시대적 상황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

* 꽃, 새, 노루 → 아름다움, 평화, 자유 상징

* 2연의 상황

    → 아름다운 자연을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의 부재에서 오는 '나'의 외로움과 절망감

        주권을 빼앗긴 망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일구어볼 수 있는 한 뼘의 자기 땅도 허락되지 않은 상황

* 나와 / 밤과 / 무수한 별 뿐이로다.

   → 밤풍경(암담한 상황)

       시적 화자를 외롭게 만드는 상황

       화자에게 필요한 것은 밤의 상황을 이겨낼 수 있는 하나의 의미있는 별이지, 별이 무수히 많다는 것은 결국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 여기에서의 '별'은 단순히 밤풍경을 나타내 주는 소재일 뿐

* 밤, 검은 밤 → 당대 식민지인의 설움과 고뇌가 단적으로 표현된 시어

* 내 마음 둘 곳은 어느 밤 하늘 별이드뇨

   → '별'로 상징되는 "조국의 광복 내지 이상세계"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는 현실인식이 담김.

        어두운 시대를 살아가면서 삶의 길을 찾고자 하는 간절한 소망이 담김.

 

주제 참담한 조국의 현실과 독립에의 소망

              안식을 줄 수 있는 이상세계에의 동경

[시상의 흐름(짜임)]

◆ 1연 : 절망적 현실 → 국권을 상실한 조국

◆ 2연 : 절망적 현실 → 제국주의의 천지가 된 세계

◆ 3연 : 별 뿐인 밤 → 국권을 상실한 암담한 조국

◆ 4연 : 절망에 대한 절규 → 참담한 식민지 조국의 현실에 대한 절규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슬픈 구도>라는 회화적인 제목은, 납작한 평면적 '구도' 속에 갇힌 '그림' 속의 '나'를 객관화시켜 볼 수밖에 없는 식민지 지식인의  비극적 상황을 의미한다. 슬픈 '그림' 속의 자연은 역시 죽은 자연이다. 그러기에 꽃 한 송이 필 리 없고, 새 한 마리  울어 줄 리 없다. 흘러도 검은 밤뿐이다. '별'로 상징되는 이상 세계 조차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는 절망적 상황인 것이다

이 시가 씌어진 당대의 시대 상황이 생명을 소멸케 하는 암담한 시기였음을 고려할 때, 시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이 시의 주조를 이루고 있다고 하겠다. 또한 이 시가 말하는 '슬픈 구도'란 시인 개인의 문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 시대 상황 전체의 것이다. 사람이 마땅히 누려야 할 사랑이 허용되지 않는, 오직 어둠과 절망 만이 있는 시대의 삶에 대해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내 마음 둘 곳은 어느 밤 하늘의 별이더뇨'에서 어두운 시대를 살아가면서 삶의 길을 찾고자 하는 간절하고도 절실한 소망을 느낄 수 있다. 이 시는 목가적 시인으로서의 작가가 지녔던 현란한 수식어와 서정적인 시어 대신에 날카롭고 투박한 시어로 당대의 상황에 대한 절망과 저항을 드러내고자 한 시이다.

 

<시인의 말 중에서>

" …그러므로 우리도 역시 자연의 일부로 존재하면서 미쳐 날뛰는 일제를 되도록 멀리 하고 싶었던 고달픈 심정을 … . -중략-  절망과 암담은 가일층 박차를 가해 왔으니, 끝내 나는 '슬픈 구도' 안에 묻히게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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