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철리

                                                                              -김광균-

                                                       

 

 

 

산비탈엔 들국화가 환 ―― 하고 누이동생의 무덤 옆엔 밤나무 하나가 오뚝 서서 바람이 올 때마다 아득 ―― 한 공중을 향하여 여윈 가지를 내어 저었다. 갈 길을 못 찾는 영혼같애 절로 눈이 감긴다. 무덤 옆엔 작은 시내가 은실을 긋고 등 뒤에 서걱이는 떡갈나무 수풀 앞에 차단 ―― 한 비석이 하나 노을에 젖어 있었다. 흰나비처럼 여윈 모습 아울러 어느 무형(무형)한 공중에 그 체온이 꺼져 버린 후 밤낮으로 찾아 주는 건 비인 묘지의 물소리와 바람 소리뿐. 동생의 가슴 우엔 비가 나리고 눈이 쌓이고 적막한 황혼이면 별들은 이마 우에서 무엇을 속삭였는지. 한 줌 흙을 헤치고 나즉 ―― 히 부르면 함박꽃처럼 눈뜰 것만 같애 서러운 생각이 옷소매에 스몄다.

 

 

 

 

 

해           설

[개관 정리]

성격 : 감각적, 애상적, 산문적

특성

① '――'을 사용하여 시어의 느낌을 풍부하게 함.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수철리 → 공동묘지가 있던 서울의 한 마을

* 산비탈엔 들국화가 환하고 → 무덤과는 대조적인 풍경임.

* 밤나무 하나 → 누이동생을 연상케 함.

* 갈 길을 못 찾는 영혼 → 밤나무, 누이동생

* 차단한 비석 → 차갑고 단절된 이미지

* 흰나비처럼 여윈 모습 → 동생의 이미지

* 어느 무형한 공중에 그 체온이 꺼져 버린 후 → 누이동생의 죽음

* 비인 묘지의 물소리와 바람 소리뿐 → 적막감과 공허감

* 함박꽃 → 누이동생의 상징

* 서러운 생각이 옷소매에 스몄다. → 슬픔과 그리움, 추상적 개념의 구체화

 

주제죽은 누이동생에 대한 추모와 그리움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이 시는 '수철리'에 있는 누이동생의 묘를 찾은 시적 화자가, 무덤 주변의 풍경을 감각적으로 묘사하면서 죽은 누이동생에 대한 그리움과 추모의 마음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묘지의 정경을 그림 그리듯이 묘사하고 있으며, 전체적으로 애상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무덤 옆 밤나무의 '여윈 가지', 노을에 젖은 '비석', '비인 묘지의 물소리와 바람 소리' 등의 이미지를 통해 적막하고 쓸쓸한 분위기를 나타내고 있으며, 여윈 '흰나비'는 '무형한 공중에 그 체온이 꺼져 버린' 누이의 모습을 연상시키는데, 시적 화자는 죽은 누이가 '나즉히 부르면 함박꽃처럼 눈뜰 것' 같다며 서러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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