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늘한 이마

                                                                              - 박용철 -

                                                       

 

 

 

큰 어둠 가운데 홀로 밝은 불 켜고 앉아 있으면 모두 빼앗기는 듯한 외로움

한 포기 산꽃이라도 있으면 얼마나한 위로이랴.

 

모두 빼앗기는 듯 눈덮개 고이 나리면 환한 왼몸은 새파란 불 붙어 있는 인광

까만 귀또리 하나라도 있으면 얼마나한 기쁨이랴.

 

 

 

 

파란 불에 몸을 사르면 싸늘한 이마 맑게 트이어 기어가는 신경의 간지러움

길 잃은 별이라도 맘에 있다면 얼마나한 즐검이랴.

 

                                -<시문학 창간호>(1930)-

 

해           설

[개관 정리]

성격 : 직서적, 감각적, 서정적, 고백적, 애상적

표현

    * 각 연의 1행은 연쇄적으로 이어지며 의미를 형성함.

    * 각 연의 2행은 가정적 표현을 통해 화자의 외로움의 정도를 알게 해 줌.

    * 어둠과 밝음의 대립적 이미지, 시각과 촉각적 이미지의 사용

    * 유사한 문장 구조의 반복으로 운율감을 형성함.

    * 설의적 표현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큰 어둠 가운데 홀로 밝은 불 켜고 앉아 있으면 → 명암의 대비, 시각적 이미지

    * 외로움 → 화자의 주된 정서로 직서적으로 표현됨.

    * 산꽃, 귀또리, 길 잃은 별 → 화자의 소망이 투영된 대상으로, 위로와 위안의 대상임.

    * 눈덮개 고이 내리면 환한 왼몸은 → 낯설게 표현함(눈을 감으면),  역설적 표현(눈을 감으면 환한)

    * 새파란 불 붙어 있는 인광(燐光)

           → 어두운 곳에서 볼 때 청백색의 약한 빛, 극한적인 외로움을 인상적으로 표현한 시각적 이미지

    * 얼마나한 기쁨이랴. → 화자의 고독의 정도를 알 수 있음.

    * 파란 불 → 2연의 인광

    * 맑게 트이어 기어가는 신경의 간지러움 → 잠은 안 오고 정신이 점점 맑아져 가는 상황

                                                                   외로움으로 밤을 지새고 있는 모습

    * 즐검 → 즐거움(시적 허용)

 

제재 : 싸늘한 이마 → 외롭고 쓸쓸한 화자의 모습

주제견딜 수 없는 외로움

[시상의 흐름(짜임)]

◆ 1연 : 화자가 느끼는 외로움

◆ 2연 : 화자의 외로움 극대화

◆ 3연 : 불면증의 고통과 같은 외로움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이 시는 시적 자아의 견딜 수 없는 외로움을 노래한 작품으로, 2행 1연의 전 3연의 간결한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 연의 첫 행은 견딜 수 없는 외로움을, 둘째 행은 그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벗삼고 싶은 대상을 보여 주고 있다. '~라도 있으면(있다면)'이라는 표현은 화자의 외로움이 얼마나 큰지 알게 해 주는 것으로, 화자는 그 대상을 각각 '산꽃, 귀뚜리, 별이라는 평범한 사물로 제시하고 있다.

1연에서 화자는 자신이 처해 있는 상황을 '큰 어둠 가운데 홀로 밝은 불 켜고 앉아 있으면 모두 빼앗기는 듯한 외로움'이라는 직설적인 방법으로 표출하고 있다. 자신을 둘러 싼 세계를 어둠으로 인식하는 화자는 그 속에서 '한 포기 산꽃'이라도 있으면 얼마나 큰 위로가 되겠는가 하고 생각한다.

2연에서는 1연과는 다른 방식인 비유적 표현으로 외로움이 나타나 있다. 눈을 감으면 마치 자신의 몸이 '새파란 불 붙어 있는 인광'처럼 느껴진다는 진술에서 그가 겪고 있는 외로움이 가히 짐작된다. 섬뜩한 표현을 통해 자신의 외로움을 극대화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화자는 한 마리 '귀뚜리'만 있으면 외로움을 이겨내는 큰 기쁨이 되리라고 한다.

3연에서 외로움은 '이마 맑게 트이어 기어가는 신경의 간지러움'으로 나타나 있다. '파란 불', 즉 예민한 신경으로 인해 잠을 재촉하면 할수록 머리 속이 초롱초롱해지며 잠이 오지 않는 불면증같이 고통스러운 외로움을 말하고 있다. 이럴 때, 길 잃은 별이라도 맘에 있다면 얼마나 큰 즐거움이겠냐고 화자는 자문하고 있다.

화자가 고통을 겪고 있는 외로움의 원인이 무엇인지, 또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왜 어둠으로 인식하고 있는지, 이 시느 어느 것 하나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고 있지 않지만, 그런 대로 이 시가 읽히는 것은 바로 화자의 진한 호소력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러나 그저 간단히 일제 치하라는 시대 상황으로만 설명하기엔 무언가 있어야 할 것이 결여되어 있다는 느낌을 감출 수 없다. 그러므로 이 시는 20년대 초 <백조>파의 '감상의 과잉'에 박용철의 기교가 결합된 정도의 수준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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