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료 할아버지

                                                                              - 김창완 -

                                                       

 

 

     

    걸어가시라 신발 해진 이 기워 신고

    넘어야 할 고개 몇 개라도 넘으시라.

    아직은 아무도 이르지 못한 땅 끝으로

    거기 당신네들 발길이 헤맬지라도

    땅 끝까지 안심하고 걸어가시라.

    무딘 송곳, 밀 먹인 실, 허리 굽은 귀 큰 바늘

    키 작은 구두못 여기 모두 모였으니

    당신네들 안심하고 걸어가시라.

    떠돌며 십 년 주저앉아 십 년

    굽은 등에 햇살 받고 다시 몇 년 기약없이

    다리 부러진 돋보기로 지내 온 길 돌아보니

    돌자갈 가시밭길 험하기도 하여라.

    이 세상 모든 신발이여 앞길 또한 그러하나

    새 신보다 헌 신이 발 편한 줄 아시라

    닳은 뒷굽 갈아 대고 터진 앞창 기워 신고

    당신네들 갈 길로 걸어가시라.

    걸어가시라 개오릿들 건너 샛말 지나

    두고 온 우리 동에 고샅길 꺾어 돌아

    왼쪽으로 세 번째 집 머무를 곳 거기

    못 가는 사정 아는 이 없어도 서운치 않나니

    사과궤짝 위 낡은 구두 몇 켤레여

 

 

 

    먼지와 해으름과 눈곱과 잔기침과

    그런 것 아랑곳 말고 걸어가시라.

     

 

해              설

[개관 정리]

성격 : 의지적, 실천적

표현 : 상징적인 시어의 사용(신발, 길 = 인생)

              직접적이고 명령적인 화법으로 행동을 제안하고 촉구함.

              회상을 통해 화자 자신의 체험을 소개함으로써 설득력을 높임.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신기료 장수 → 헌 신을 꿰매어 고치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

    * 신발 해진 이 → 힘겨운 현실에 지친 사람

    * 넘어야 할 고개 → 인생에서 극복해야 할 시련, 장애물

    * 아직은 아무도 이르지 못한 땅 끝 → 미래에 다가올 삶

    * 땅 끝까지 않심하고 걸어가시라. → 고단한 인생살이에 대해 위로와 격려가 담긴 말

    * 무딘 송곳, 밀 먹인 실, 허리 굽은 귀 큰 바늘, 키 작은 구두못

         → 화자가 신기료장수임을 알려주는 소재들

    * 돌자갈 가시밭길 → 과거의 험난한 삶

    * 이 세상 모든 신발이여  → 세상이 모든 사람들이여

    * 앞길 또한 그러하나 → 미래의 삶 또한 지금같이 고단하게 이어질 것이나

    * 새 신보다 헌 신이 발 편한 줄 아시라

        → 지금까지 살아오던 방식대로 인내하며 극복해 나가기를 기원함.

    * 닳은 뒷굽 갈아 대고 터진 앞창 기워 신고 → 삶의 의지를 다지는 모습

    * 집 머무를 곳 거기 → 정신적 위안을 주는 고향집

    * 못 가는 사정 → 초라하고 비참한 현실상황

    * 사과궤짝 위 낡은 구두 몇 켤레여 → 삶에 지친 사람들이여

    * 먼지와 해으름(해거름, 석양)과 눈곱과 잔기침과 → 힘겨운 삶의 모습

 

제재 : 신발(신발은 그것을 소유한 사람을 대신 나타내는 것으로, 대유적 기능을 한다. 신발은 흔히 오랫동안 인간의 실제적, 구체적 삶과 연결되어 왔다. 애인의 변심(신발을 거꾸로 신음), 자살하는 사람들의 행동(신발을 벗어 둠.) 등을 신발을 이용해 표현하는 것이 그것이다.

◆ 화자 : 망가진 신발을 고쳐주는 신기료 할아버지로, 화자는 신발을 고쳐 줄테니 지치고 힘겨운 인생살이지만 꿋꿋하게 살아가라고 당부하며 우리들에게 삶의 의지를 북돋와주고 있다.

 

주제꿋꿋한 삶의 의지

[시상의 흐름(짜임)]

◆   1 ~ 5행 : 힘겨운 인생살이

◆   6~12행 : 화자의 지난 삶에 대한 회고

◆ 13~16행 : 삶에 대한 의지

◆ 17~23행 : 현실 극복 의지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이 시는 시적 화자가 독자에게 어떤 행동을 하도록 제안하는 방식으로 내용이 전개되고 있다. 시적 화자가 말하는 핵심적인 어휘는 바로 '걸어가시라'이다. 길을 걸어가라는 것임과 동시에 인생을 살아가라는 것이다. 여기서 시적 화자의 현실 인식이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시적 화자는 신기료장수로서 자신이 살아온 삶을 되돌아보며 매우 고달팠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며, 노상에서 신발을 기워주며 살아오면서, 가고 싶은 고향집 한 번 찾아가 보지 못하고 힘겹게 살아온 것이다. 이것은 팍팍하고 메마른 현실 때문이다. 그는 이러한 현실이 비단 자신에게만 그런 것이 아님을 알고 있다. 다른 사람들도 자신처럼 삶의 질곡 속에 놓여 있는 것이다. 그래서 시적 화자는 망가진 신발을 신은 사람들에게 신발을 고쳐 줄 테니 다시 힘을 내서 길을 걸어가라고 말한다. 다치고 지친 마음을 추슬러 다시 인생길을 걸어가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시는 힘겨운 현실을 살아가는 이 시대 모든 사람들에게 보내는 위로로 볼 수 있다.

 

이 시는 신기료 장수 노인이 시적 화자로 설정되어 있다. 이는 '무딘 송곳, 밀 먹인 실, 귀 큰 바늘, 구두못' 등의 소재를 통해 분명히 제시되고 있다. 이러한 시적 화자를 설정한 것은 '신발'이라는 소재의 특성을 이용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신발은 사람이 길을 걸어가기 위해 최소한 갖춰야 하는 물건이다. '길'은 대체로 인생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여기서의 신발은 인생과 결부되며, 이 신발이 망가지고 그것을 고쳐주는 신기료장수의 등장은 인생에 대한 어떤 성찰을 말하기 위한 것임을 알려준다. 신발이 망가진다는 설정은 험난한 인생길을 두 발로 걸어가야 하는 평범한 사람들이 현실에 지쳐 가는 모습을 암시한다. 그러므로 시적 화자가 '신발을 고쳐 줄 테니 걸어가시라.'고 말하는 것은 삶의 의지를 북돋우는 것임을 알 수 있다.

 

■ 시인 김창완(1942. 7. 19. ~ )

시인. 호는 금오(金烏). 전남 신안군 장산면 도창리 출생. 광주 조선대 국문과 졸업. 1973년 [서울신문] 신춘 문예에 <개화>가 당선되고, 같은 해 [풀과 별]에 <꽃게> 등의 시가 추천되면서 등단함. "반시" 동인.

1980년 [소설문학] 편집장, 1982년 [여원] 편집장, 1984년 [조선일보] 가정조선부 차장, 1989년 [조선일보] 가정조선부장, 1994년 동 기획출판부장 등 역임.

시적 경향은 척박한 현실을 견디며 살아가고 있는 존재들의 조용하지만 값진 의미를 친숙하고 서정적인 어조로 노래하고 있다.

작품에는 <겨울바다> <인동일기> <소금장수의 재주> <별이 된 여자들> 등이 있다.

시집에는 『인동일기(창작과 비평사, 1978)』『우리 오늘 살았다 말하자(실천문학사, 198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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