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꿩

                                                                              -김광규-

                                                       

 

 

     

    서울 특별시 서대문구

    한 모퉁이에

    섬처럼 외롭게 남겨진

    개발 제한 구역

    홍제동 뒷산에는

    꿩들이 산다.

     

    가을날 아침이면

    장끼가 우짖고

    까투리는 저마다

    꿩병아리를 데리고

    언덕길

    쓰레기터에 내려와

    콩나물대가리나 멸치꽁다리를

    주워 먹는다.

     

    지하철 공사로 혼잡한

    아스팔트 길을 건너

    바로 맞은쪽

    인왕산이나

    안산으로

    날아갈 수 없어

    이 삭막한 돌산에

    갇혀 버린 꿩들은

    서울 시민들처럼

    갑갑하게

 

 

 

    시내에서 산다.

     

      -<아니다 그렇지 않다>(1983)-

 

해           설

[개관 정리]

성격 : 비판적, 우의적, 주지적, 상징적

특성

① 우의적 수법을 통해 주제를 형상화함.

② 담담한 어조의 서술로 현대 도시 문명의 비정성을 부각함.

③ 공간의 대조적 제시, 꿩과 도시인의 유사성 부각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개발 제한 구역 → 서울꿩의 제한된 삶의 터전

* 꿩 → 문명에 찌든 삶을 살아가는 도시인들, 개발에 의해 훼손되어 가는 자연

           개발에 떠밀린 꿩의 처지가 나타남.

* 장끼와 까투리와 꿩병아리 → 부(父)와 모(母)와 자(子)

* 2연 → 객관적인 서술로 꿩 가족의 비참한 모습을 부각함.

* 지하철 공사, 아스팔트 길 → 꿩을 가로막는 도시 문명 상징

* 인왕산, 안산 → 꿩들이 지향하는 보금자리

* 갇혀 버린 꿩들, 서울 시민들 → 꿩들의 운명 = 서울 시민들의 운명(동병상련)

* 갑갑하게 / 시내에서 산다 → '꿩들'과 '서울 시민들'의 도시에서 갑갑하게 살아가는 공통된 처지

 

화자 : 도시의 갑갑한 삶을 고발하는 이

주제도시 문명 속에서 갑갑하게 살아가는 도시인의 삶

[시상의 흐름(짜임)]

◆ 1연 : 개발 제한 구역에서 외롭게 살아가는 서울꿩들

◆ 2연 : 쓰레기터를 뒤지며 살아가는 서울꿩들

◆ 3연 : 돌산에 갇혀 서울 시민들처럼 갑갑하게 살아가는 서울꿩들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이 시는 개발에 떠밀려 서울의 한 개발 제한 구역에서 근근이 살아가는 꿩들의 모습을 통해 도시 문명 속에서 갑갑한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비애를 노래한 작품이다. 꿩 가족의 비참한 모습을 객관적으로 묘사함으로써 도시 문명에 대한 비판 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 더 읽을 거리기

김광규 시인은 평이한 언어와 명료한 문장으로 일상적인 소재에 깊은 내용을 담아 내고 있어, 그를 흔히 난해시에 식상한 독자와의 통교(通交)를 회복시킨 시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시 역시 일상적 삶에서 소재를 취해 도시 문명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찌들린 삶을 살아야 하는 도시인의 비애를 서울꿩에 빗대어 노래하고 있다. 도시를 벗어나지 못하고 현실에 얽매어 본성을 잃고 살아가는 도시인의 아픔을 적절하게 형상화한 시로, 김광섭의 시 '성북동 비둘기'와 발상과 표현면에서 유사성을 띠고 있다.

이 시는 홍제동 개발 제한 구역에 사는 꿩들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담담하게 보여주는 형식을 띠고 있다. 하지만 시의 구석구석에 사용된 시어들, 예를 들어 '섬처럼 외롭게 남겨진', '개발 제한 구역', '쓰레기터', '콩나물대가리', '멸치꽁다리' 등을 사용하여 꿩이 처한 처지를 제시함으로써 개발에 떠밀린 꿩의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다. 따라서 이 시는 자연물의 대표적 대상인 '꿩'과 개발이라는 명목하에 이루어지는 '문명의 자연 파괴'가 대립적으로 형상화되고 있으며, 자연을 파괴하는 인간 문명의 잔혹함을 보여주고 있다.

'장끼(아버지)'와 '까투리(어머니)', 그리고 '꿩병아리(아이)'로 형상화한 꿩 가족이 '쓰레기터에 내려와 / 콩나물대가리나 멸치꽁다리'를 주워 먹는 모습은 문명에 의해 훼손되어가는 자연의 모습을 형상화하는 것이면서도, 현대 사회에서 소외되어가는 가난한 사람들의 모습을 형상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이 시에는 꿩들이 원래 자기들의 보금자리였던 서울이 인간의 거처가 되어 파괴되면서 불쌍한 처지가 된 모습을 '지하철 공사로 혼잡한 / 아스팔트길'에 가로막혀 있다는 표현을 통해 잘 나타내고 있다. 이런 무자비한 개발로 인한 자연의 훼손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 작품은 이러한 문제에 대하여 직접적으로 비판한 것은 아니지만 도시화로 삶의 터전을 잃은 꿩들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형상화함으로써 인간의 욕망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홍제동 뒷산에 모여 사는 꿩들은 쓰레기통을 뒤져 먹고 살며 자유롭게 움직이지도 못하며 갑갑하게 산다. 더욱이 '갇혀 버린 꿩들은 / 서울 시민들처럼 / 갑갑하게 / 시내에서 산다.'고 말함으로써 자연을 훼손한 대가가 자연의 한 구성 요소인 인간들(서울 시민)에게까지 미치고 있음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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