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운사에서

                                                                              -최영미 -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 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창작과 비평>(1992)-

 

해           설

[개관 정리]

성격 : 낭만적, 주정적, 상징적, 애상적

표현 : 이별의 안타까움을 토로하는 독백체의 목소리

              이별한 임을 잊지 못하는 애틋한 목소리

              동일한 시어의 반복을 통해 화자의 정서를 부각시킴.

                  ( ~ 이더군 : 현실 인식과 깨달음,       ~ 그대여 : 이별한 이에 대한 애절한 심정 )

              시간의 대비( 잠깐, 순간 ↔ 영영, 한참 )

              자연 현상(꽃이 피고 지는 것)을 인간사(만남과 이별의 상황)에 비유함.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꽃 → 선운사 동백꽃, 자연물이자 '님'의 상징물

    * 피는 건 힘들어도 → 만남의 상황

    * 지는 건 잠깐이더군 → 이별의 상황

    * 님 한 번 생각할 틈도 없이 → 꽃과 님이 동일시되는 부분

    * 내 속에서 피어날 때 → 그대를 만나서 사랑이 시작될 때

    * 그렇게 → 꽃이 지는 것처럼

    * 순간이면 좋겠네 → 쉽게 잊기 어렵다.

    * 3연 → 공간적 거리감을 통해 이별의 상황을 암시함.

    * 멀리서 웃는 → 사랑의 감정

    * 산 넘어 가는 → 이별의 암시

    * 영영 한참이더군 → 잊기 어려움을 역설적으로 표현함.

 

제재 : 꽃

주제사랑하는 사람을 잊지 못하는 마음

[시상의 흐름(짜임)]

◆ 1연 : 낙화의 순간성

◆ 2연 : 잊혀지지 않는 사랑

◆ 3연 :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

◆ 4연 : 잊혀지지 않는 사랑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꽃이 피고 지는 과정을, 만나서 사랑하고 헤어지고 잊는 과정으로 대비시켜, 이별한 사람을 잊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표현한 시이다

이 시에서 중심이 되는 시상의 흐름은 '꽃이 피는 것이 힘들다', '꽃이 지는 것이 잠깐이다', '꽃을 잊는 것은 한참이다'로 연결된다. 이것을 임과의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잊혀짐으로 대비시켜 보면 '임과의 만남은 길다', '임과의 이별은 잠깐이다', '임을 잊는 과정은 길다' 와 같이 된다. 이와 같이 이 시는 꽃이 피고 지는 과정을 통해 인생의 보편적 진리를 깨닫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시인이 선운사에서 활짝 핀 동백꽃을 보고, 임과 이별한 자신의 처지와 대비시켜 표현한 시로 볼 수 있다.

꽃이 피고 지는 자연 현상에 사랑하는 사람과의 만남과 이별이라는 인간사를 병치시켜 이별의 슬픔과 임에 대한 그리움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시적 화자는 선운사에서 '꽃'이 지는 모습을 보고 헤어진 사람을 생각한다. 그러면서 '아주 잠깐' 사이에 지는 '꽃'과 달리 '영영 한참' 동안 지속되던 이별의 고통을 독백의 어조로 노래하고 있다. 이별로 인한 마음의 쓰라림을 다스리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을 담담하게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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