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제

                                                                              - 오장환 -

                                                       

 

 

 

산 밑까지 나려온 어두운 숲에

몰이꾼의 날카로운 소리는 들려오고,

쫓기는 사슴이

눈 우에 흘린 따듯한 핏방울.

 

골짜기와 비탈을 따러 나리며

넓은 언덕에

밤 이슥히 횃불은 꺼지지 않는다.

 

뭇짐승들의 등 뒤를 쫓아

며칠씩 산 속에 잠자는 포수와 사냥개,

나어린 사슴은 보았다.

오늘도 몰이꾼이 메고 오는

표범과 늑대.

 

어미의 상처를 입에 대고 핥으며

어린 사슴이 생각하는 것

그는

어두운 골짝에 밤에도 잠들 줄 모르며 솟는 샘과

깊은 골을 넘어 눈 속에 하얀 꽃 피는 약초.

 

아슬한 참으로 아슬한 곳에서 쇠북 소리 울린다.

죽은 이로 하여금

죽는 이를 묻게 하라.

 

길이 돌아가는 사슴의

두 뺨에는

맑은 이슬이 나리고

 

 

 

눈 우엔 아직도 따듯한 핏방울 …….

 

                -<조선일보>(1939)-

 

해           설

[개관 정리]

성격 : 감각적, 비판적, 시각적

표현 : 색채의 대비(흰색 ↔ 붉은색)를 통해 비극성을 강조하면서 인간의 잔혹성을 비판함.

              감각적 이미지(청각, 시각, 촉각) 사용으로 주제를 강조함.

              사슴을 소재로 하여 시대적 상황을 비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우화(寓話) 시의 특징을 지님.

             사슴과 인간의 관계를 대립적 관계로 설정하면서 상징성이 강한 시어들을 구사하여 주제를

                             명료하게 형상화함.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성탄제 → 원래의 의미는 생명체의 탄생과 성스러운 사랑이며, 여기서는 생명이 소멸되는 상황으로

                             역설적인 표현을 통해 생명체의 고귀함과 존엄성을 드러냄.

    * 어두운 숲 → 생명이 위협받는 공간

    * 몰이꾼의 날카로운 소리 → 생명체를 노리는 인간의 비정함.

    * 눈 위에 흘린 따듯한 핏방울 → 눈의 흰색과 핏방울의 빨간색의 강렬한 대비를 통해 잔혹한 상황을

         강렬하게 전달하고 있다. 여기서 '핏방울'은 인간에게 희생당하는 생명체, 또는 그 고통을 의미한다.

    * 밤 이슥히 횃불은 꺼지지 않는다. → 몰이꾼이 집요하게 사슴을 쫓는 상황을 암시함.

    * 횃불 → 생명체를 노리는 인간의 비정성

    * 몰이꾼이 메고 오는 / 표범과 늑대 → 생명을 유린하는 사냥꾼

    * 어두운 골짝 → 절망적 상황

    * 잠들 줄 모르며 솟는 샘, 꽃 피는 약초 → 생명 소생에 대한 희망

    * 아슬한 참으로 아슬한 곳에서 쇠북소리 울린다.

          → 잠시 조용했던 산 속에서 다시 동물들을 잡으려는 몰이꾼의 쇠북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 죽인 이로 하여금 / 죽은 이를 묻게 하라. → 인간의 잔혹한 살상 행위에 대한 절규와 분노가 담겨 있다. 어미 사슴의 죽음과 동시에 곧 같은 처지에 놓이게 될 어린 사슴의 위험을 표현한 것으로, 그런 상황에서 최소한의 인간적인 배려가 필요함을, 비인간적인 현실에서 화자가 개입하여 몰이꾼들의 행동이 잘못된 것임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제재 : 사슴(순수하고 연약한 생명)과 사냥꾼(생명을 유린하고 살육하는 광기에 사로잡힌 비생명성)

제목 '성탄제'의 의미 : 쫓는 자인 몰이꾼들은 '날카로운 소리'로 쫓기는 자인 사슴은 '따뜻한 핏방울'로 그 이미지가 대비되고 있다. 쇠북소리를 통해 화해의 의지를 먼저 내비치는 것은 쫓기는 자인 '어린 사슴'이다. 이는 어미 사슴의 희생에도 불구하고 용서와 화해의 아량을 보여주는데, 이것이 바로 이 시의 제목이 나타내는 의미이다. 생명체의 고귀함과 존엄성이라는 주제를 부각시키는 제목이자, 시적 상황과 모순되는 배경 설정으로 생명이 소멸되는 비극적 현실이 부각되는 제목이다.

 

주제생명의 순결성과 영원성

[시상의 흐름(짜임)]

◆ 1연 : 피 흘리며 쫓기는 사슴

◆ 2연 : 추적의 연속 - 꺼지지 않는 횃불

◆ 3연 : 어린 사슴의 공포 - 사냥꾼의 폭력성

◆ 4연 : 어린 사슴의 소망 - 어미의 상처 회복을 위한 샘, 약초

◆ 5연 : 죽음의 구원 - 쇠북소리

◆ 6연 : 어린 사슴의 슬픔 - 어미 사슴의 죽음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어린 사슴과 죽어가는 어미 사슴은 포수, 몰이꾼, 사냥개에게 쫓김을 당하고 있다. 따뜻한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생명과, 이를 지켜보는 어린 사슴의 슬픔을 통해 생명 유린의 현실과 폭력을 비판하고 있다. 아울러 '쇠북소리'를 통해 용서와 화해로의 기원을 나타내고 있다.

이 시에서 생명을 유린하는 세계의 폭력성은 산짐승들을 쫓는 포수와 사냥개로 나타나고 있다. 이와 달리 쫓기는 사슴의 피와 눈물을 통해 어린 사슴은 연약한 생명성의 순결성을 나타낸다. 두 개의 대비되는 시어는 연약함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핏방울과 꺼지지 않는 횃불, 하얀 약초와 눈은 빨강과 하얀 색의 색채 대비를 이루고 있다. 3연까지는 명사형의 종결을 통해 다소 딱딱한 감이 있었으나 4연에서는 명령형으로, 5연에서는 여운을 남기고 있다.

이 시에는 총맞은 어미 사슴은 피를 흘리며 죽어가고, 어린 사슴이 상처를 핥으며 그 곁을 떠나지 못하는 장면이 설정되어 있다. 이를 통하여 생명을 유린하는 세계의 폭력성과 그것에 대비된 연약한 생명체의 순결성을 대비하여 보여주고 있다. 이 시에서 '샘, 약초, 이슬, 핏방울' 등은 생명의 순수성이나 연약성을 암시하며, '횃불'은 사냥꾼들이 사냥하기 위해 밝혀 놓은 것으로 생명을 유린하고 살육하는 광기를 연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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