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월

                                                                              - 김현승 -

                                                       

 

 

 

플라타너스의 순들도 아직 어린 염소의 뿔처럼

돋아나지는 않았다.

그러나 도시는 그들 첨탑 안에 든 예언의 종을 울려

지금 파종의 시간을 아뢰어 준다.

 

깊은 상처에 잠겼던 골짜기들도

이제 그 낡고 허연 붕대를 풀어 버린 지 오래이다.

 

시간은 다시 황금의 빛을 얻고,

의혹의 안개는 한동안 우리들의 불안한 거리에서

자취를 감출 것이다.

 

검은 연돌(煙突)은 떼어다 망각의 창고 속에

넣어 버리고,

유순한 남풍을 불러다 밤새도록

어린 수선(水仙)들의 쳐든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개구리의 숨통도 지금쯤은 어느 땅 밑에서 불룩거릴 게다.

 

추억도 절반, 희망도 절반이어

사월은 언제나 어설프지만,

먼 북녘에까지 해동(解凍)의 기적이 울리이면

 

 

 

또다시 우리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이 달은 어딘가 미신(迷信)의 달 …….

 

 

해           설

[개관 정리]

성격 : 대립적, 상징적, 감각적, 긍정적, 희망적

표현 : 다양한 이미지의 활용

화자 : 현재의 상황이 부정적임에도 불구하고 미래에 대한 소망을 잃지 않는 긍정적 태도를 지닌 자아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플라타너스의 순들도 아직 어린 염소의 뿔처럼 / 돋아나지는 않았다.

                 → 생명력이 나타나지 않은 상황(겨울의 상황)

    * 예언의 종 →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확산적 이미지로 표현함.

    * 파종의 시간 → 생명력이 형성되기 시작하는 시기

    * 깊은 상처 → 겨울이 주는 고난과 시련

    * 낡고 허연 붕대 → 골짜기에 쌓인 흰 눈을 창백한 병적 이미지로 선명하게 형상화한 표현

                                 고통과 죽음의 이미지

    * 이제 그 낡고 허연 붕대를 풀어 버린 지 오래이다. → 생명력을 실현하기 위한 준비

    * 황금의 빛 → 밝고 건강한 이미지, 봄의 햇살을 연상케 하는 표현

    * 의혹의 안개 → 겨울에 속한 것, 과거의 부정적 상황

    * 검은 연돌(굴뚝) → 겨울에 속하는 것

    * 유순한 남풍 → 봄바람, 생명력 실현의 조건

    * 개구리의 숨통도 지금쯤은 어느 땅 밑에서 불룩거릴 게다.

                           → 생명력에 대한 기대감을 동적이미지로 표현, 애정이 담긴 표현

    * 우리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 봄의 도래에 대한 기대감

    * 미신의 달 → 알 수 없는 봄에 대한 기대를 가지게 하는 달

 

제재 : 봄

주제봄의 도래에 대한 희망과 기대

       * 이성부의 <봄>, 신동엽의 <봄은>

[시상의 흐름(짜임)]

◆ 1연 : 생명력의 실현을 위한 준비

◆ 2연 : 생명력의 실현을 위한 준비

◆ 3연 : 긍정적 미래에 대한 확신

◆ 4연 : 생명력의 분출에 대한 기대감

◆ 5연 : 봄의 도래에 대한 기대감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이 시의 화자는 죽음의 계절인 겨울에 위치해 있으면서, 봄이 다가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시인은 산골짜기에 쌓인 흰 눈이 지배하는 겨울을 '낡고 허연 붕대'로 형상화하고 있는데, 이는 시인이 가진 직관적 감수성을 잘 보여준다. '황금의 빛'과 '유순한 남풍'은 봄과 관련된 이미지로서, '의혹의 안개'나 '검은 연돌'과 같은 겨울의 이미지와 대립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겨울의 부정적 잔재 청산과 생명력 가득한 봄의 도래에 대한 화자의 강한 소망과 확신이 드러나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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