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전봉건-

                                                       

 

 

 

사랑한다는 것은

 

열매가 맺지 않는 과목은 뿌리째 뽑고

그 뿌리를 썩힌 흙 속의 해충은 모조리 잡고

그리고 새 묘목을 심기 위해서

깊이 파헤쳐 내 두 손의 땀을 섞은 흙

그 흙을 깨끗하게 실하게 하는 일이다.

 

그리고 아무리 모진 비바람이 삼킨 어둠이어도

바위 속보다도 어두운 밤이어도

그 어둠 그 밤을 새워서 지키는 일이다.

훤한 새벽 햇살이 퍼질 때까지

그 햇살을 뚫고 마침내 새 과목이

샘물 같은 그런 빛 뿌리면서 솟을 때까지

지키는 일이다. 지켜보는 일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전봉건 시선>(1985)-

 

해           설

[개관 정리]

성격 : 비유적, 상징적

특성

① 수미 상관의 구조를 통해 시상의 안정을 꾀함.

② 사랑하는 것을 과목을 키우는 행위에 비유하여 나타냄.

③ 추상적인 개념을 평이한 시어를 통해 형상화하고 있음.

④ 동일한 시구의 반복을 통해 시상을 강조함.

 

중요 시어 및 시구 풀이

* 1연 : 사랑한다는 것은

     → 시 전체의 주어 역할을 하고, 한 연을 한 행으로 배치함으로써 의미를 강조하기도 함.

         마지막 연과 대응되면서 이 시의 핵심 내용이 사랑의 참된 의미에 관한 것임을 알려주고 있음.

* 열매가 맺지 않는 과목은 ~ 해충은 모조리 잡고

     → 사랑을 위해서는 사랑을 이루지 못하는 것들이나 사랑에 방해가 되는 것들을 과감하게 없애야 함.

* 그리고 새 묘목을 ~ 하는 일이다.

     → 사랑을 하는 것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직접 노력해야 함을 강조함.

         또한 그 사랑의 토대를 튼튼하게 해야 사랑이 잘 자랄 수 있음을 나타냄.

* 내 두 손의 땀 → 내 스스로의 수고와 노력

* 아무리 모진 비바람이 ~ 지키는 일이다.

     → 사랑이란 것은 즐겁고 행복한 일만 있는 것이 아니다. 모진 비바람과 어둠 같은 고난과 시련도 겪게 된다. 하지만 화자는 밤을 새워서라도 사랑을 지켜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 새벽 햇살이 퍼질 때까지 → 어두운 밤이 지나고 새벽이 올 때까지

* 그 햇살을 뚫고 ~ 지켜보는 일이다.

     → 사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성을 다해 끝까지 지켜보는 것이다. 화자는 사랑이 피어날 때까지 어느 한 순간도 놓치지 말고 열심히 지켜봐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 4연 : 사랑한다는 것은 → 1연을 반복하여 구조적 안정성과 시상의 강조 효과를 나타냄.

 

제재 : 사랑, 과목(果木)

주제 : 온갖 정성과 마음을 쏟아야 하는, 사랑의 참된 의미 

[시상의 흐름(짜임)]

◆ 1~2연 : 사랑의 토대를 만들기 위한 과정

◆ 3~4연 : 사랑한다는 것은 끝까지 지켜봐 주는 것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인류의 역사 이래 수많은 예술 작품들을 통해 무한히 반복되어 온 주제가 바로 '사랑'이다. 인간이 살아가는 여러 가지 이유들 중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을 매료시키고 있는 이유이고, 자신이 의식하지 못해도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감정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 시에서 화자는 사랑이란 저절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온갖 정성과 보살핌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1연에서 화자는 단 한 줄의 시행만을 배치하고 있다. 이 시가 '사랑한다는 것'에 관한 시임을 단 한 줄을 통해서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 시행을 다시 마지막 연에서 반복함으로써 2연과 3연에서 말한 내용이 바로 '사랑한다는 것'에 관한 것임을 다시 한번 환기시키고 있다. 이는 제목 '사랑'과 더불어 이 시의 모든 내용이 바로 '사랑'으로 집중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2연에서 화자는 사랑을 '과목'을 가꾸는 행위에 빗대어 나타내고 있다. 먼저 화자는 사랑을 열매 맺기 위한 준비 과정을 보여 주고 있다. 그동안 열매 맺지 못했던 썩은 과목을 뿌리째 뽑아 버리고, 나무를 썩게 만들었던 해충을 모조리 잡고, 토양이 될 흙을 튼실하게 하는 모습은 사랑의 토대를 만들기 위한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3연에서 화자는 '사랑이란 밤새 지켜보는 일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끊임없이 상대방을 지켜보면서, 상대방이 고난과 시련에 흔들릴 때면 꿋꿋하게 옆에서 함께해 주며 힘이 되어 주는 것이 바로 사랑이라는 것이다. 이렇듯 사랑이란 상대방에 대한 변하지 않는 관심과 노력을 필요로 하며, 그래야만 환한 햇살 속에서 사랑의 결실을 맺을 수 있는 것이다.

◆ '과목'을 가꾸는 행위를 통해서 본 참된 '사랑'

* 뿌리가 썩은 나무 뽑아내기 →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에 대한 미련을 갖지 않고 잊어 버리기

* 해충 제거 → 사랑을 하는 방해가 되는 장애 요소들을 제거하기

* 땅을 깊게 파고 흙을 실하게 하기 → 사랑할 수 있는 환경과 마음의 자세 마련하기

* 비바람이 삼킨 밤으로부터 지키기 → 사랑을 뒤흔드는 시련과 역경을 이겨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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