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동물들

                                                                              -황동규-

                                                       

 

 

 

제임스 벨록의 무성(無聲)으로 찍은

90년 4월호 『내셔널 지오그래픽』사진들,

고급 동물들의 아우슈비츠,

숨죽인 지구의 자전.

 

사약(賜藥) 받기 전 선비는 아름답다.

아메리카 대륙 밖으로 사라지기 직전 플로리다 표범.

너울 쓰고 우리 밖을 곁눈질하는 아시아의 검은 곰.

그리고 사그라진 치타 나라의 슬픈 치타.

그들의 사별 현장은 아름답다.

 

고별사 대신

맨 앞에서

침팬지가 뒷짐지고 세상 등진 채

 

 

 

열중쉬어!

 

               -<몰운대行>(1991)-

 

해        설

[개관 정리]

◆ 성격 : 문명 비판적

특성 : 반어적 표현

주제인간 존재에 대한 비판

[시상의 흐름(짜임)]

◆ 1연 : 우리에 갇힌 동물들의 무표정함

◆ 2연 : 죽어 가는 동물의 비장한 모습

◆ 3연 : 동물에의 경의(敬意) 표명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이 시에서는 동물들이 지구상에서 사라져 가는 서글픈 세태에서 인간 세계가 근본적으로  붕괴되어 가는 것을 읽고 있다. 화자는 동물들이 사라지는 현상에 마음 아파하기보다는, 인간의 문명화에 대해 빈정거리고 있다. 잡지에 실린 동물들이 그들의 삶을 빼앗기고 있는 현실을 소리 없는(無聲) 사진에 담겼다는 진술로 표현한다. 생명(소리)을 잃은 동물들이 살아가는 동물원 또는 지구는 동물들에게 아우슈비츠 수용소와 마찬가지로 생명을 앗아가는 곳이다.

죽어 가는 동물과 사약을 받아 가는 선비를 유사성으로 결합하며 의미 있게, 의연하게 죽어가는 삶의 비장성에 아름답다는 경의를 표한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이라는 잡지에 실린 동물들의 사진이 창작의 모티프로 작용하고 있는 작품으로, 화자는 지구상에서 멸종해 가는 동물들을 통해 문명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화자는 이 작품에서 동물들이 멸종해 가는 현상을 단순히 서글퍼하기보다는, 뒷짐을 진 침팬지의 모습을 통해 동물들이 비정한 인간에게 무관심하며 인간을 냉소하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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