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上下)

                                                                              -박목월-

                                                       

 

 

     

                       Ⅰ

    시(詩)를 쓰는,

    이 아래층에서는 아낙네들이

    계(契)를 모은다.

    목이 마려워

    물을 마시려 내려가는

    층층대는 아홉 칸.

    열에 하나가 부족한,

    발바닥으로

    지상(地上)에 하강(下降)한다.

                       Ⅱ

    열에 하나가 부족한,

    발바닥으로

    생활을 질주(질주)한다.

    달려도 달려도 열에

    하나가 부족한

    그것은

    골인 없는 백열경주(白熱競走).

     

                       Ⅲ

    열에 하나가 부족한

    계단을 오르면

    상층(上層)은

    공기가 희박했다.

 

 

 

     

 

해           설

[개관 정리]

성격 : 의지적, 비유적, 고백적

특성

① 공간의 대비를 통해 주제의식을 강조함.

② 공간의 이동(위층 → 아래층, 아래층 → 위층)에 따라 시상을 전개함.

③ 현실적 공간과 이상적 공간의 대비를 통해 주제를 강조함.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아래층에는 아낙네들이 / 계를 모은다 → 일상적 공간에서 돈(현실적, 세속적)을 모으는 아낙네

* 목이 마려워 → 시 창작의 어려움

* 층층대는 아홉 칸 → 시 창작과 일상생활 사이의 매개체

* 열에 하나가 부족한, → '아홉'이 부족하다는 의미를 내포함.

* 지상 → 생활의 공간

* 발바닥으로 / 생활을 질주한다. → 생활의 현실적 어려움

* 골인 없는 백열경주 → 목표에 도달할 수 없는데 뜨거운 햇볕 속을 달려야 함. 고난에 찬 삶

* 상층 → 시 창작의 공간(예술적 공간)

* 공기가 희박했다 → 시 창작의 어려움

 

주제시인이 겪는 시 창작의 현실적 어려움

[시상의 흐름(짜임)]

◆ 1연 : 시를 쓰는 상층과 생활의 공간인 아래층의 대비

◆ 2연 : 현실적 어려움과 결핍

◆ 3연 : 시 창작의 어려움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2층에서 시를 쓰는 화자는 물을 마시기 위해 부인들이 계 모임이 한창인 1층으로 내려간다. 2층은 시인의 정신이 추구되는 '시의 공간'이고 1층은 삶의 터전인 '생활의 공간'인 셈이다. 화자는 상하를 오르내리며 시를 쓰기도 하고 생활에 매달리기도 하는데, 그 계단이 열에서 늘 한 개가 부족한 아홉 개 뿐이다. 시인의 공간, 시인의 생활이라는 것은 늘 이렇게 부족하고, 또 희박한 공기 속의 생활인 것이다. 화자는 생활고로 인한 비애감을 느끼고 있지만, 이를 직접 제시하지 않고 '발바닥으로 지상에 하강한다, 생활을 질주한다, 공기가 희박했다' 등의 표현을 통해 간접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박목월 시인은 50년대 이후 개인과 현실에 대한 시를 주로 썼는데, 사는 것의 어려움, 직장생활의 어려움, 자식 교육의 힘듦 등에 관한 시를 주로 썼다. 이 시는 원효로의 적산가옥에서 박목월 시인이 썼는데, 그 집은 2층 구조로 2층에서 글을 쓰다가 목이 말라 물을 마시려 그 아래층으로 내려가는데 그 아래층에는 아줌마들이 모여 계를 하는 상황이 1연의 상황이다. 그러니까 1층은 현실적인 공간이고, 2층은 문예 창작의 공간이다. 시인은 그러한 현실의 자신과 시인으로서의 자신을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처럼 왔다 갔다 하는 것이다.

2연에서는 그런 자신의 상황을 백열경주(햇빛이 강렬히 내리쬐는 경주)라고 묘사하고 있다. 그리고 계단을 올라 2층 즉, 작품 창작의 공간은 공기가 희박하다고 말하고 있다. 이것은 실제로 공기가 희박했다고 볼 수도 잇으나 시인으로서의 어려운 현실 혹은 작품 창작의 어려움에 대해서 말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다. 그리고 열에 하나가 부족한 계단이라는 문구가 계속 나오는 것은 숫자를 잘 생각해 보면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열이라는 숫자는 뭔가 굉장히 안정된 느낌이 들지만 거기에서 하나가 빠진 아홉이라는 숫자는 뭔가 불안해 보인다. 즉 열에 하나가 빠진 아홉이라는 숫자로 안정되지 못하고 불안한 시인의 삶을 나타내는 것이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