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대하여

                                                                              - 신경림 -

                                                       

 

 

 

산이라고 해서 다 크고 높은 것은 아니다.

다 험하고 가파른 것은 아니다.

어떤 산은 크고 높은 산 아래

시시덕거리고 웃으며 나지막히 엎드려 있고,

또 어떤 산은 험하고 가파른 산자락에서

슬그머니 빠져 동네까지 내려와

부러운 듯 사람 사는 꼴을 구경하고 섰다.

그리고 높은 산을 오르는 사람들에게

순하디 순한 길이 되어 주기도 하고

남의 눈을 꺼리는 젊은 쌍에게 짐짓

따뜻한 숨을 자리가 돼 주기도 한다.

그래서 낮은 산은 내 이웃이던

간난이네 안방 왕골자리처럼 때에 절고

그 누더기 이불처럼 지린내가 배지만

눈개비나무 찰피나무며 모싯대 개쑥에 덮여

곤줄박이 개개비 휘파람새 노랫소리를

듣는 기쁨은 낮은 산만이 안다.

사람들이 서로 미워서 잡아 죽일 듯

이빨을 갈고 손톱을 세우더라도

칡넝쿨처럼 머루넝쿨처럼 감기고 어우러지는

사람 사는 재미는 낮은 산만이 안다.

사람이 다 크고 잘난 것만이 아니듯

다 외치며 우뚝 서 있는 것이 아니듯

산이라 해서 모두 크고 높은 것은 아니다.

 

 

 

모두 흰 구름을 겨드랑이에 끼고

어깨로 바람 맞받아치며 사는 것은 아니다.

 

       - <가난한 사랑 노래>(1988)-

 

해           설

[개관 정리]

성격 : 대조적, 비유적, 교훈적, 서민적, 인간적

표현 : 산에 인격을 부여하여 의인화함.

              구체적인 묘사와 섬세한 표현력이 돋보임.

              높은 산과 낮은 산을 대비하여 화자가 지향하는 삶의 방향을 제시함.

 

제재

   * 산이라 해서 다 크고 높은 것은 아니다. → 산에 대한 일반인의 통념 거부

   * 시시덕거리고 웃으며 나지막이 엎드려 있고 → 낮은 산의 모습을 의인화하여 친근감 있게 표현함.

   * 슬그머니 빠져 동네까지 내려와 → 동네와 가까이 있는 낮은 산의 모습

   * 그러고는 높은 산을 ~ 숨을 자리가 되어 주기도 한다.

          → 인간미 넘치는 사랑과 인정을 가진 낮은 산의 모습

   * 간난이네 안방 ~ 지린내가 배지만 → 힘겹게 살아가는 서민들을 포용하는 낮은 산의 모습

   * 눈개비나무 ~ 듣는 기쁨은 낮은 산만이 안다. → 낮은 산의 작고 소박한 기쁨

   * 사람들이 서로 미워서 잡아죽일 듯 / 이빨을 갈고 손톱을 세우다가도

         → 서민들이 살아가는 생생한 삶의 모습

   * 사람이 다 크고 ~ 크고 높은 것은 아니다. → 유추

   * 모두 흰 구름을 겨드랑이에 끼고 / 어깨로 바람 맞받아치며 사는 것이 아니다.

         → 소수의 높고 부귀하고 유명한 사람만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듯 다수의 가난하고

                       힘겹게 살아가는 서민들의 삶에서 삶의 본질을 찾고 있음.

   * 높은 산 → 우뚝 서 있으면서 구름을 끼고 바람을 맞받아치는, 외형적으론 선망의 대상임,

   * 낮은 산 → 나지막히 엎드려 있으면서 동네까지 내려와 있는, 소박하고 평범한 삶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며, 자신의 영달을 추구하기보다는 다른 이들과 함께 하고 다른 이들을 위해 희생하는

                        존재를 의미함.

 

화자 : 낮은 산과 같은 삶을 추구하는 사람

주제낮은 산과 같은 삶의 방식과 가치 추구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이 시에서 화자는 산에다 '인격'을 부여함으로써, 산을 친근감이 느껴지며 우호적이고 긍정적인 대상으로 그려내고 있다. 산 중에서도 '낮은 산'을 중심 소재로 삼아 화자가 바라는 인간적 삶의 모습을 간접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이는 이 세상 낮은 곳에서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다수 서민들에 대한 시인의 따뜻한 애정과 관심의 발로로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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