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향(思鄕)

                                                                        
      -  김상옥  -
                                                       

 

 

 

눈을 가만 감으면 굽이 잦은 풀밭 길이,

개울물 돌돌돌 길섶으로 흘러가고

백양 숲 사립을 가린 초집들도 보이구요.

 

송아지 몰고 오며 바라보던 진달래도,

저녁 노을처럼 산을 둘러 퍼질 것을. 

어마씨 그리운 솜씨에 향그러운 꽃지짐

 

 

 

 

어질고 고운 그들 멧남새도 캐어 오리.

집집 끼니마다 봄을 씹고 사는 마을,

감았던 그 눈을 뜨면 마음 도로 애젓하오.

 

                  -<초적>(1947)-

 

해        설

 [개관정리]

성격 : 회상적, 낭만적, 회화적, 애상적

◆ 표현

* 다양한 이미지 구사

회상 기법의 사용으로 '현실-사향-현실'이라는 세 단락의 의미 구조를 가짐.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눈을 감으면 → 회상의 시작

* 굽이 잦은 → 굽이가 빈번한, 꼬불꼬불한

* 길 섶 → 길 가

* 백양 → 실버들

* 저녁노을 처럼 산을 둘러 퍼질 것을

    → 진달래꽃이 마치 저녁 노을의 불그스레함처럼 산등성이를 뒤덮고 있을 것을

* 멧남새 → 산나물

* 봄을 씹고 사는 마을 → 미각을 통한 봄의 향수(봄 : 산나물)

* 감았던 그 눈을 뜨면 → 회상에서 현실로 다시 돌아오는 순간

* 마음 도로 애젓하오

    → 시를 통해 드러내고자 하는 시적 자아의 주된 정서

        고향의 삶에 대해 자아가 가지는 정서는 한마디로 '애젓하다(떠나 버린 것이나 놓쳐 버린 것에 대해서 잊지 못해 안타깝도록 서운한 것)'는 것으로, 애상적 분위기를 표출함.

 

주제고향에 대한 향수(首丘初心)

작품의 산문화

  <1연>

굽이 굽이 이어진 풀밭 길과 그 옆으로 한가로이 흘러가는 개울물이 있고, 백양 숲이 사립문을 가렸으나 지붕만은 드러나 있는 초가집들이 보인다.

  <2연>

시적 자아는 송아지를 몰고 들판 길을 걸어 집으로 돌아오던, 먼 어느 봄날 진달래 산천이 불현 듯 그리워진다. 그때, 서산을 둘러치던 저녁노을도 불타고 있었지. 그런 날의 저녁상엔 어머니의 그리운 그 솜씨, 향기롭고 싱그럽던 꽃지짐 부쳐 주시던 옛 일이 떠오르는구나.

  <3연>

참 어질고 마음씨 곱던 고향 사람들 생각이 절절하다. 산나물 캐다가 끼니를 잇던, 허기지던 옛날이었지만 그때가 한량없이 그립다. 눈을 뜨면 그 아득한 옛 마을이 상실의 안타까움으로 가슴에 젖어든다.

[시상의 흐름(짜임)]

◆ 1연 : 고향의 전경(全景) → 시·청각적 이미지

◆ 2연 :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과 소박한 생활 → 시·후각적 이미지

◆ 3연 : 어질고 가난한 고향 사람들의 삶 → 미각적 이미지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이 시조는 자연의 서정을 다룬 현대시조로, 고향 마을에 깃들어 있는 자연과 인정의 세계를 다채로운 이미지의 구사를 통해 생생하게 환기시키고 있다. 연시조인 이 작품은 눈을 감는 데서 시작하여 눈을 뜨는 데서 끝이 난다. 이 작품의 화자는 고향에 대한 회상에 자겨, 그 회상 속에서 고향의 아름다움과 그리운 어머니를 떠올린 후에 안타까운 마음으로 눈을 뜨고 만다. 관념적인 고향 노래가 아니라 묘사에 의한 이미지의 선명한 제시를 통해 고향을 그려 낸 솜씨가 이 작품의 매력이다.

제1연은 고향 마을의 전체적인 모습을 시각적으로 잘 묘사해주고 있으며, 제2연은 이 속에서 누리던 소박하고 행복한 생활의 한 장면으로서, 붉게 핀 진달래의 아름다움과 꽃지짐의 향그러운 입맛이 어머니의 따뜻한 정과 잘 어울려 있다. 제3연은 시상이 마을 사람들에게로 넓혀진다. 가난함 속에서도 함께 어울려 사는 인정과 고운 마음을 간직했던 사람들 모습이 함께 떠올라 오는 것이다.

이렇게 회상된 고향은 물론 아름답고 행복한 면만을 기억 속에서 재구성한, 이상화 내지 낭만화된 고향이다. 시인은 이러한 고향의 모습을 회상함으로써 메마른 현재의 삶을 넘어서 따뜻한 조화의 삶을 희구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교과서 학습활동 풀이]

1. 작자는 고향에 대한 회상을 중심으로 내용을 엮어 가고 있다. 이러한 내용에 주목하여 작자가 고향을 바라보는 태도는 무엇인지 말해 보자.

→ 작자는 1연에서 눈을 감으며 고향에 대한 회상에 잠긴다. 그리고 2연을 거쳐 3연에 이르러서는 눈을 뜨고 있는데, 이 부분에서 화자는 마음이 안타깝고 서운하다고 하였다. 이렇게 1연과 3연으로 이어지는 내용에서 작자는 어린 시절 고향에서의 추억 어린 생활로 돌아가고픈 태도를 강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돌아가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시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할 수 있다.

 

2. 다음 <보기>의 작품을 읽고, 아래 제시된 활동을 해 보자.

              <보기>

        말없는 청산이요, 태(態)없는 유수(流水)로다.

        값없는 청풍이요, 임자 없는 명월이라.

        이 중에 병(病) 없는 이 몸이 분별없이 늙으리라.

         

(1) '사향'은 <보기>와 같은 작품이 오늘날에도 이어져 오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두 작품의 공통점은 무엇이라고 할 수 있는지 말해 보자.

→ 구절마다 변화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평시조의 음수율은 다음과 같다. [3 · 4 / 3 · 4 // 3 · 4 / 3 · 4 // 3 · 5 / 4 · 3]  이러한 음수율을 '사향'과 송순의 시조가 동일하게 준수하고 있다는 점이 공통점이다.

 

(2) '사향'과 <보기>의 작품은 언어 생활 속에서 창작된 것이지만 문학 작품이라고 부른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생활 문화와 예술 문화와의 관계에 대해 토의해 보자.

→ 지금도 할아버지들이 들려주는 옛날 이야기나 할머니들이 혼자서 부르는 노래들이 있다. 이런 이야기나 노래들은 예술적으로 뛰어난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어린 세대들은 이러한 이야기나 노래를 들으면서 그 사회가 추구해 온 가치를 간접적으로 경험해 보게 된다. 또 할머니들은 혼자서 노래를 부르면서 신세 한탄을 하고 이를 통해 심리적인 억압을 어느 정도 해소하게 된다. 이것이 문학의 생활 문화적 의의이다.

'사향'과 <보기>의 시조 작품도 이런 관점에서 파악해 볼 수 있다. '사향'은 고향을 멀리 떠나 와 있는 사람이 어린 시절에 뛰어 놀던 고향의 풍경을 상상 속에 떠올린 내용을 담고 있다. 고향을 떠나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고향에 대한 향수를 가지고 있으며, 그래서 고향의 풍경이나 어릴 적의 추억을 회상한다. '사향'은 이러한 일상적인 계기를 문학으로 다듬어 형상화한 것이다. <보기>의 작품 또한 어느 정도 나이가 든 사람이 자연 속에서 자연과 더불어 남은 여생을 보내겠다는 의지를 보여 주고 있는 바, 이러한 의지도 인간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가져봄 직하다는 점에서 생활 문화적 의의를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 작품을 이런 관점에서 파악한다고 해서, 이 작품들이 예술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일상적인 상황을 섬세하게 포착한 작품일수록 높은 예술성을 갖추게 될 가능성이 높다. 문학을 예술 문화로만 바라보게 되면 평범한 사람들은 쓰지도 읽지도 못하는 신비로운 대상으로 간주하게 되어, 문학은 생활로부터 멀어지게 된다. 생활 문화로서 대중적인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문학 작품들이 예술 문화로서도 가치를 가진다는 점에서, 생활 문화와 예술 문화는 문학의 상보적인 두 가지 위상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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