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터 속의 비둘기

                                                                              - 신동집 -

                                                       

 

 

 

포스터 속에 들어 앉아

비둘기는 자꾸만 곁눈질을 하고 있다.

포스터 속에 오래 들어 앉아 있으면

비둘기의 습성도 웬만치는 변한다.

비둘기가 노닐던 한때의 지붕마루를

나는 알고 있는데

정말이지 알고 있는데

지금은 비어 버린 집통만

비바람에 털럭이며 삭고 있을 뿐이다.

포스터 속에는

비둘기가 날아 볼 하늘이 없다.

마셔 볼 공기가 없다.

답답하면 주리도 틀어보지만

그저 열없는 일

그의 몸을 짓구겨

누가 찢어 보아도

피 한 방울 나지 않는다.

불속에 던져 살라 보아도

잿가루 하나 남지 않는다.

그는 찍어 낸 포스터

수 많은 복사 속에

 

 

 

다친 데 하나 없이 들어 앉아 있으니

차라리 죽지 못해 탈이다.

 

 

해           설

[개관 정리]

성격 : 문명비판적, 우의적, 상징적

◆ 표

     * 포스터 속 비둘기를 통해 자유와 생명, 순수를 잃어 버리고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형상화함.

     * 포스터 속 비둘기와 하늘을 날아다녔던 비둘기를 대조시켜 포스터 속에 갇힌 비둘기의 비극을 드러냄.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포스터 → 인위적이며 일상이 반복되는 공간

   * 비둘기 → 자유와 순수를 잃어 버린 존재로서의 현대인을 상징함.

    * 포스터 속에 오래 들어 앉아 있으면 → 주어진 환경에 익숙해지면

    * 지붕마루 → '하늘', '공기'와 함께 자유와 순수가 보장된 긍정적인 공간

   * 지금은 비어 버린 ~ 있을 뿐이다. → 황폐한 정경 묘사를 통해 스산한 분위기를 자아냄.

    * 포스터 속에는 ~ 공기가 없다. → 자유로움과 생명력이 없는 포스터 속의 공간을 나타낸 부분

    * 차라리 죽지 못해 탈이다. → 현대인의 비애를 역설적으로 표현함.

 

주제자유와 순수를 잃은 존재의 비극

[시상의 흐름(짜임)]

◆ 1 ~ 4행 : 포스터 속에 들어앉아 있는 비둘기

◆ 5 ~ 9행 : 비바람에 털럭이며 삭아가는 빈 집통

◆ 10~12행 : 하늘과 공기가 없는 포스터 속

◆ 13~19행 : 생명력을 상실한 포스터 속의 비둘기

◆ 20~23행 : 포스터 속 비둘기의 비애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이 시는 포스터라는 인위적 공간에 놓인 비둘기를 통해 순수와 자유를 잃고 일상에 파묻힌 채 살아가는 현대인의 비극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비둘기는 포스터에 갇혀 한때 자유롭게 노닐던 '지붕마루', '하늘'과 숨 쉴 수 있는 공기마저 사라진 현실에서 살아가며 점차 그 습성마저 변하는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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