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  전봉건  -

                                                       

 

 

 

피아노에 앉은

여자의 두 손에서는

끊임없이

열 마리씩

스무 마리씩

신선한 물고기가

튀는 빛의 꼬리를 물고

쏟아진다.

 

 

 

 

나는 바다로 가서

가장 신나게 시퍼런

파도의 칼날 하나를

집어 들었다.

 

       -<꿈속의 뼈>(1980)-

 

해        설

[개관 정리]

◆ 성격 : 주지적, 감각적, 상징적, 실험적, 추상적

표현 : 소리를 시각화한 공감각적 이미지

             가진술(사이비 진술)에 의한 '낯설게 하기'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신선한 물고기가 / 튀는 빛의 꼬리를 물고 / 쏟아진다.

        → 피아노 '소리'가 싱싱한 '물고기'라는 시각적이고도 촉각적인 이미지로 표현됨.(공감각적)

            피아노 소리를 싱싱한 물고기가 연이어서 튀어오르는 것으로 표현함.

    * 바다 → 선율의 바다 곧, 음악에 심취된 마음의 바다

    * 가장 신나게 시퍼런 / 파도의 칼날 하나

        → 피아노 소리를 들으며 자아의 마음 속에 느껴지는 감동에 대한 비유적 표현

           '음악의 극치'를 의미하는 것으로, 언어의 거짓말(가진술)을 통하여 좋은 이미지를 창출해내는 본보기

 

주제 : 생기 넘치는 피아노 소리가 주는 감동

[시상의 흐름(짜임)]

◆ 1연 : 피아노의 생기 넘치는 소리의 시각화

◆ 2연 : 피아노 소리를 들으며 마음 속에 느껴지는 감동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이 시는 실험적 기법과 참신한 심상을 중시하는 전봉건의 대표작으로 과감한 비유와 공감각적 심상을 사용하여 생기 있는 피아노 소리에 대한 감동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사용된 심상이 강렬하면서도 돌발적이기 때문에 다소 난해한 느낌을 준다. 시인은 피아노의 신선하고 생기찬 소리를 시각화하여, 마치 싱싱한 물고기가 연이어 튀는 것으로 묘사했다. 마치 강렬한 감각(빛깔)들의 조형으로 이루어진 추상화 같은 시이다.

이 시의 연상(聯想)의 궤적(軌跡)을 추적해 보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제1연은 피아노 앞에 아름다운 여인이 앉아 있다. 건반을 두드리는 희고 긴 손가락은 마치 신선한 물고기 같다. 그 피아노의 건반에서 흘러 나오는 선율 또한 붉은 햇살에 지느러미를 빛내며 펄펄 뛰는 열 마리 스무 마리의 물고기 같다. 피아노의 선율은 청각적 이미지인 소리에서 시각적 이미지인 물고기로 전이(轉移)되어 공감각적 이미지를 빚어낸다.

제2연은 오르내리는 손가락과 건반, 그리고 선율에 의해 연상되는 물고기는 바다의 이미지로 연결된다. 시퍼렇게 파도가 일고 있다. 파도에서는 날이 시퍼렇게 선 칼날의 이미지를 이끌어낸다. 이 시퍼런 칼날은 가슴을 파고드는 감동적인 피아노의 선율로 이해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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