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밭가에서

                                                                              - 김수영 -

                                                       

 

 

 

삶은 계란의 껍질이

벗겨지듯

묵은 사랑이

벗겨질 때

붉은 파밭의 푸른 새싹을 보아라.

얻는다는 것은 곧 잃는 것이다.

 

먼지 앉은 석경 너머로

너의 그림자가

움직이듯

묵은 사랑이

움직일 때

붉은 파밭의 푸른 새싹을 보아라.

얻는다는 것은 곧 잃는 것이다.

 

새벽에 준 조로의 물이

대낮이 지나도록 마르지 않고

젖어 있듯이

묵은 사랑이

뉘우치는 마음의 한복판에

젖어 있을 때

 

 

 

붉은 파밭의 푸른 새싹을 보아라.

얻는다는 것은 곧 잃는 것이다.

 

           -<자유문학>(1960)-

 

해           설

[개관 정리]

: 상징적, 의지적, 성찰적, 역설적

표현

    * 말하고자 하는 바를 다른 대상에 빗대어 표현

    * 시각적 이미지를 활용하여 강렬한 효과를 자아냄(색채의 대비)

    * 관념적인 의미를구체적으로 형상화해서 표현함.

    * 역설적 표현을 통해 시적 진실을 추구함.

    * 각 연이 동일한 구조를 취함으로써 시상의 안정 및 의미 강조에 기여하고 운율감도 획득함.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1연 → 묵은 사랑은 반드시 벗겨 내야만 먹을 수 있는 계란의 껍질 같은 존재이다. 벗겨 내는 데 힘이 들고 아픔이 있을지라도 그것은 껍질이기에 새로운 사랑이라는 알맹이를 얻을 수 있는 기쁨을 맛보기 위해서는 그 모든 것을 감수해야만 하는 것이다.

    * 삶은 계란의 껍질 = 묵은 사랑 → 경직된 의식, 기존의 낡은 가치

    * 붉은 파밭 → 묵은 사랑

    * 푸른 새싹 → 새로운 사랑

    * 얻는다는 것은 곧 잃는 것이다. → 역설적 표현, 주제의식 함축

                                                        새로운 사랑을 얻기 위해서는 묵은 사랑을 버려야 한다.

    * 먼지 앉은 석경(돌거울) → 고루한 전통, 묵은 것,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

    * 너의 그림자 → 실존이 아닌 허위

    * 묵은 사랑이 / 움직일 때 → 묵은 사랑에 대한 추억이 자꾸 떠오를 때

    * 묵은 사랑이 / 뉘우친 마음의 한복판에 / 젖어 있을 때

        → 묵은 사랑을 뉘우치면서 쉽게 떨쳐내지 못할 때

 

화자 : 일상 생활에서의 체험을 통해 깨달은 바를 의지적으로 정리하고 결심하는 단호함을 보임.

주제새로운 사랑(삶)을 위한 의지

[시상의 흐름(짜임)]

◆ 1연 : 묵은 사랑을 떨쳐 내려는 마음

◆ 2연 : 묵은 사랑의 힘을 떨쳐 내려는 의지

◆ 3연 : 묵은 사랑에 대한 뉘우침과 극복 의지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이 시는 '묵은 사랑'이 아닌 '새로운 사랑'을 원하면서 이전과 다른 삶을 살기 위해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가 무엇인지 말하고 있다.

우리는 살면서 내일이 오늘보다 나아지리라고 희망하면서 살아간다. 이 시에서 시인이 삶을 대하는 태도도 동일하다. 시인은 '묵은 사랑'이 아닌 '새로운 사랑'을 희망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기 위해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가 무엇인지 말하고 있다.

이 작품은 '새로운 사랑을 얻는다는 것은 곧 묵은 사랑을 잃는 것이다.'를 주제로 하고 있다. 특히 '묵은 사랑이 ~ 얻는다는 것은 곧 잃는 것이다.'를 연마다 동일하게 구성함으로써 주제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일상 생활 속에서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소재를 통해 사람들의 삶에서 소중한 가치라고 생각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성찰이나 깨달음을 노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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