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월

                                                                              -김영랑-

                                                       

 

 

 

들길은 마을에 들자 붉어지고

마을 골목은 들로 내려서자 푸르러졌다.

바람은 넘실 천(千) 이랑 만(萬) 이랑

이랑 이랑 햇빛이 갈라지고

보리도 허리통이 부끄럽게 드러났다.

꾀꼬리는 엽태 혼자 날아 볼 줄 모르나니

암컷이라 쫓길 뿐

수놈이라 쫓을 뿐

황금빛 난 길이 어지럴 뿐

 

 

 

얇은 단장하고 아양 가득 차 있는

산봉우리야 오늘밤 너 어디로 가 버리련?

 

                    -<문장>(1937)-

 

해                설

[개관정리]

성격 : 서경적, 묘사적, 시각적, 유미적, 역동적

표현 : 시선의 이동에 의한 시상 전개(들길→마을→들→바람→햇빛→보리→꾀꼬리→산봉우리)

              섬세한 시어와 구체적이고 감각적인 이미지 제시

              남도 지방의 토속어에서 느껴지는 향토적 색채

              맑은 서정성과 색채의 대조

             사물의 의인화(자연을 여성적인 아름다움으로 노래)

             역동적 이미지를 통해 봄의 생동감을 강조함.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들길은 마을에 들자 붉어지고 / 마을 골목은 들로 내려서자 푸르러졌다

          →붉은 꽃이 핀 마을길과 푸른 들길의 모습을 동적으로 표현함(오월의 생동감 강조)

             마을길과 들길의 선명한 색채 대비

    * 보리도 허리통이 부끄럽게 드러났다.

          → 보리가 막 패기 시작하는 모습을, 시골 처녀의 속살로 의인화하여 봄의 건강함을 매혹적이고

                             관능적으로 표현함.

    * 꾀꼬리는 엽태 혼자 날아 볼 줄 모르나니

         → 꾀꼬리는 푸른 들판, 수양버들과 색채의 대조를 이루며 암수가 늘 짝을 이루고 다니기에 다정한

                             연인에 비유된다.

    * 얇은 단장하고 아양 가득 차 있는 / 산봉우리야,

        → 고운 물감으로 채색한 산봉우리는 곱게 단장하고 교태를 부리는 새색시의 모습으로 의인화되어,

                        당장이라도 사랑하는 이를 찾아 떠날 것 같은 아름다운 모습으로 제시되고 있음

    * 오늘 밤 넌 어디로 가 버리련?

       → 화자의 감정이 표출된 부분으로, 이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이 밤이 되어 사라져 버리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숨어 있음.

 

주제 오월에 느끼는 봄의 생동감(오월의 아름다운 자연)

[시상의 흐름(짜임)]

◆ 1 ∼ 2행 : 봄이 가득한 마을과 들길의 정경(들길과 마을 길의 대비)

◆ 3 ∼ 5행 : 바람부는 모습과 바람에 흔들리는 보리의 모습(바람 부는 오월의 들판)

◆ 6 ∼11행 : 꾀꼬리의 정겨운 모습과 산봉우리의 자태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이 작품의 시적 자아는 오월의 들길을 걸어가는 사람이다. 그 봄 들판을 자아는 여러 가지 감각 기관을 통해 받아들인다. 그가 인식하는 들판은 밝고 생기가 넘친다. 봄날의 온갖 자연 현상이 주는 생명감이 시 전편에 넘쳐 흐른다. 불과 11행으로 이루어진 짧은 시가 이처럼 활기로 가득찬 분위기를 제공해 주고 있는 것은 작품 속에 등장하는 사물들이 역동적인 심상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날로 푸르러 가는 보리밭 위로 햇살이 가득하다. 햇살 환한 들판 위로 바람이 불어간다. 그 바람의 손길을 느끼기라도 하듯 보리가 가볍게 흔들린다. 바람에 보리가 흔들리는 것은 아무데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인데도 이 시에서는 신비감과 매혹적인 느낌을 전해준다. 막 패어나는 보리의 모습을 그는 성숙한 여인으로 인지하고 있는 것이다. 넘실대는 바람과 햇살 속에서 시적 자아가 발견한 관능적인 아름다움은 꾀꼬리로 이어진다. 오월의 대지가 시적 자아에게 전해주는 생명의약동감을 가장 잘 나타내주는 소재가 꾀꼬리다. 푸른 보리밭과 투명한 햇살을 배경으로 다정하게 날고 있는 꾀꼬리의 움직임 속에서 시적 자아는 허리통이 환기시켜 주는 관능미와 약동하는 생명의식을 동시에 드러내고 있다.

이 시 김영랑의 주된 장기인 음악성을 통한 시 구성법이 아니라, 회화성을 강조한 시풍이 이채롭다. 그렇다고 시문학파 고유의 음악성에의 경도, 섬세하고 뛰어난 언어의 조탁 등의 특성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유독 보기 드물 게 회화적 이미지가 앞서 구사되고 있다는 말이다. 붉음과 푸름의 대비를 통해 5월의 한낮에 느끼는 생명의 약동감을 감각적으로 잘 마무르고 있다.

 green37_up.gif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