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길

                                                                              -천양희-

                                                       

 

 

 

가마우지새는 벼랑에서만 살고

동박새는 동백꽃에서만 삽니다.

유리새는 고여 있는 물은 먹지 않고

무소새는 둥지를 소유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새들은 날아오릅니다.

새들은 고소 공포증도 폐쇄 공포증도 없습니다.

공중이 저의 길이니

제발 그대로 놓아두시지요.

외길이 나의 길이니

 

 

 

제발 그대로 내 버려 두시지요.

 

  -<그리움은 돌아갈 자리가 없다>(1998)-

 

해           설

[개관 정리]

성격 : 실존적, 의지적, 관념적

특성

① 시적 대상의 명칭을 이용한 언어유희가 사용됨.

② 유사한 종결 어미의 반복을 통해 시상을 집약함.

③ 자연물(새)을 통해 화자가 희망하는 삶의 자세를 효과적으로 표현함.

④ 화자의 삶에 대한 자세 → 자신이 추구하는 삶의 방식 혹은 자기에게 주어진 숙명적 삶 이외에는 어떠한 것에도 한눈 팔지 않으며, 동시에 어떠한 개입도 원하지 않는다. 즉 자신의 오롯하고 숙명적인 삶의 방식은 자신의 실존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 시의 화자는 자신의 실존적이고 숙명적인 삶 혹은 삶의 방식을 지켜나가기를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다.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가마우지새는 ~ 소유하지 않습니다.

   → 제시된 새들이 가지고 있는, 다른 새와 구별되는 독특한 삶의 습성을 열거함.

* 동박새는 동백꽃에서만 삽니다. 

   → 이름이 지닌 음운적 유사성을 활용한 언어유희

* 무소새는 둥지를 소유하지 않습니다.

   → 시어가 지닌 의미를 활용한 연상과 언어유희

* 그래도 새들은 날아오릅니다. / 새들은 고소 공포증도 폐쇄 공포증도 없습니다.

   → 저마다 다양한 습성을 가진 새들이지만, 날아올라야 하는 새의 숙명을 변함없이 유지하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새가 날아오르는 것은 새에게 주어진 숙명적 실존의 방식이며 어떠한 두려움에도 변하지 않는 삶의 방식이자 외길이다.

* 그래도 새들은 날아오릅니다. → 시상의 전환. 새의 존재론적 · 본질적인 속성

* 외길이 나의 길이니 / 제발 그대로 내 버려 두시지요.

   → 새들이 날아올라야 한다는 숙명을 지닌 채 변함없은 삶의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것처럼, 시적 화자 역시 자신의 삶의 길을 아무런 간섭 없이 고수하며 살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낸 부분이다.

 

제재 : 삶의 방식

주제주체적이고 실존적인 삶의 의지

[시상의 흐름(짜임)]

◆ 1 ~ 6행 : 새들이 지닌 다양한 삶의 습성

◆ 7 ~10행 : 자신의 길을 고수하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이 시는 '새'의 존재 방식과 같이, 자신이 선택한 오롯한 삶의 길을 지키며 살아가고자 하는 시인의 삶의 자세가 형상화된 작품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삶의 방식과 복잡한 영향 관계를 물리치고 자신이 선택한 삶의 길을 고수하며 살아가려는 시인의 태도는 시인 자신의 실존적인 삶을 지켜내려는 의지이기도 하다.

이 작품에서는 이러한 시인의 의지를 드러내기 위해 새들의 다양한 삶의 방식을 열거하며 시상을 전개한다. 나열된 새들은 새의 이름을 통해 짐작해 볼 수 있듯이 저마다 독특하고 다양한 삶의 습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다양하고 독특한 삶의 습성은, 5행에서 새를 실존케 하는 본질적 습성 앞에 모두 무력해진다. 다양한 삶의 습성에도 불구하고 '새'는 날아오름으로써 존재의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고, 그것은 그들의 숙명적인 삶의 방식이자 실존의 방법인 것이다. 한편 7~10행은 앞서 제시한 '새'의 존재 방식을 토대로 시인이 지닌 삶의 자세와 의지가 구체화된다. 특히 9행과 10행에서는 시인이 선택한 삶의 길을 '외길'로 지칭하며 그러한 삶의 길을 지켜가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내며 시상을 마무리하고 있다.

 

◆ '외길'과 '길찾기'의 의미

천양희의 시에는 '길', '길찾기' 등의 이미지가 자주 등장한다. 그녀에게 '길'이란 내가 찾아야 하고 살아 내야 할 삶의 여정이고, '길찾기'란 내가 살아야 할 삶의 여정을 발견하고 찾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 시에 등장하는 '외길'이란 오랜 시간 동안 삶의 고통과 절망을 경험하고 인생에 대한 진지하고 존재론적인 성찰을 통해 발견하게 된 시인의 유일한 삶의 방향이자 경로인 것이다.

 

◆ '진지하고 존재론적인 삶의 성찰', 천양희의 작품 세계

1965년 '현대문학'에 '정원', '아침' 등의 시가 추천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던 천양희는 1969년 결혼 이후 1982년까지 13년간 작품 활동을 중단한다. 작품 활동을 중단한 기간 동안 천양희는 남편과 이별하고 의상실을 경영했으며 결핵과 심장병을 앓기도 했다. 1983년 "신이 우리에게 묻는다면"을 통해 문단으로 돌아온 천양희는 외부 세계의 꿈이 좌절된 것에서 비롯된 정신적 위기와 자기 방어의 시를 발표하며, 외부 세계로부터 철저히 단절된 비사회적 태도로 일관한다. 이러한 시적 경향은 1994년 발표된 "마음의 수수밭" 이후 큰 변화를 맞이한다. 천양희는 이 시집에서 지난 세월 경험했던 고통과 절망의 세월에 대한 존재론적 성찰을 통해 세상과 화해하고 낙관주의적 전망을 보이게 된다. 그리고 1990년대 이후 많은 시를 발표하며 삶에 대한 진지하고 존재론적인 성찰을 통해 삶을 너그럽게 수용하는 경지를 보이게 된다. 그녀의 이러한 작품 세계는 삶의 질곡을 힘겹게 걸어가고 있는 많은 독자들의 호응을 받으며 큰 위안과 희망을 안겨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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