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

                                                         - 김영랑 -

 

 

     

    '오매 단풍 들 것네'

    장광에 골불은 감닙 날러오아

    누이는 놀란 듯이 치어다보며

    '오매 단풍 들 것네'

     

 

 

 

    추석이 내일모레 기둘리니

    바람이 자지어서 걱정이리

    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

    '오매 단풍 들 것네'

     

        -<시문학>(1930)-

 

해        설

[개관 정리]

성격 : 낭만적, 토속적, 서정적

표현 : ① 토속적 언어의 시적 활용

              ② 반복에 의한 음악적 효과

              ③ 4행시 형식의 활용

              ④ 대조에 의한 시상 전개

 

시어의 의미

   * 오매 : 어머나(전라 방언)

   * 장광 : 장독대

   *자지어서 : 잦아서, 빠르고 빈번하여(전라 방언)

 

주제 ⇒ 가을을 느끼는 감회

[시상의 흐름(짜임)]

● 1연 : 날아온 감잎을 보고 놀란 누이

● 2연 : 누이의 모습을 보는 나의 마음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오매 단풍 들 것네'라는 전라도 말씨를 묘미 있게 써서 '토속 언어의 시적 활용'이라는 면에서 자주 거론되는 작품이다. 짧은 시형식이지만 해석만은 분분하여 만만치 않은데, 대표적인 두 견해를 소개하는 것으로 대신해 본다. 

 

⑴ 양승준, 양승국 공저 [한국현대시 400선-이해와 감상]에서

세월 가는 줄 모르고 정신 없이 일상사에만 매달렸던 '누이'는 어느 날 장독대에 오르다 바람결에 날아온 '붉은 감잎'을 보고는 가을이 왔음에 깜짝 놀라 '오매, 단풍 들것네'라고 소리지른다. 그 놀라움이 누이의 얼굴을 붉히고 마음까지 붉힌다. 그러므로 '단풍 들것네'란 감탄은 '감잎'에 단풍이 드는 것이 아니라, 누이의 마음에 단풍이 든다는 의미로 보아야 한다. 그러나 가을을 발견한 놀라움과 기쁨도 잠시일 뿐, 누이는 성큼 다가온 추석과 겨울이 걱정스럽기만 하다. 추석상도 차려야 하고 월동 준비도 해야 하는 누이로서는 단풍과 함께 찾아온 가을이 조금도 즐겁지 않다.

누이의 이런 모습을 바라보는 화자는 누이가 왜 '오매, 단풍 들것네'라고 소리쳤는지, 누이의 얼굴과 마음이 왜 붉어졌는지 모두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둘째 연의 1·2행은 누이의 걱정을 헤아린 화자가 누이를 대신해서 누이가 외치는 탄성을 설명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는 '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며 소리지른다. 호칭의 대상이 '누이'가 아닌 '누이의 마음'으로 나타난 것은 바로 첫 연의 '오매, 단풍 들것네'의 주체가 감잎이 아니라 누이의 마음임을 알게 해 주는 것이다. 따라서 화자가 소리친 '오매, 단풍 들것네'의 주체도 화자 자신의 마음이 된다. 다시 말해, 누이의 마음이 화자에게 전이됨으로써 누이의 걱정이 화자의 걱정과 하나가 되는 일체화를 이루게 된다. 결국 '누이'의 마음을 단풍 들게 한 것은 '감잎'이었지만, '나'의 마음을 단풍 들게 하는 것은 '누이'가 되는 것이다. 첫 연이 누이가 자연을 통해서 느끼는 생활인의 마음을 표현했다면, 둘째 연은 화자는 누이에 대해 느끼는 인간적인 감동의 마음을 보여준 것이다. 또한 '오매, 단풍 들것네'라는 감탄은 첫 번째 것이 누이가 가을이 왔음을 알고 반가워하는 의미이라면, 두 번째 것은 누이가 가을로 인해 갖게 된 걱정스러워하는 마음을 담고 있으며, 세 번째 것은 화자인 동생이 누이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의미라 할 수 있다.

 

⑵ 김흥규 [한국 현대시를 찾아서](한샘, 1993) 에서  

시의 핵심은 천진난만한 누이와 '나'의 대조적 심리에 있다. 누이는 장독대 위의 감나무를 쳐다보고 아름다움에 도취하여 '오매 단풍 들것네'(어머나 단풍이 들었네)라는 감탄을 연발한다. 반면에 나는 며칠 남지 않은 추석에 할 일을 생각하고 가을 바람이 잦아지니 더 추워지기 전에 해야 할 일을 걱정하고 있다. 즉, 누이는 자연의 아름다움에 마음을 빼앗기는 순진한 영혼이요, 천진한 감성의 인물임에 비해, 나는 그러한 심성으로부터 멀어진 생활인이요, 성인(成人)이다.

이러한 대조적 모습 속에서 이 시가 드러내고자 하는 것은 누이의 맑고도 천진한 감성의 아름다움이다. 이런저런 일거리나 걱정을 모두 잊어 버리고 단풍의 아름다움에 놀라고 기뻐하는 누이의 소박하고도 순진한 모습 - 그 모습 속에서 '나'는 스스로 잊고 있었던 아름다운 심성의 반짝임을 발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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