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

                                                                                            - 황동규 -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

자전거 유모차 리어카의 바퀴

마차의 바퀴

굴러가는 바퀴도 굴리고 싶어진다.

가쁜 언덕을 오를 때

자동차 바퀴도 굴리고 싶어진다.

 

길 속에 모든 것이 안 보이고

보인다, 망가뜨리고 싶은 어린날도 안 보이고

보이고, 서로 다른 새떼 지저귀던 앞뒷숲이

보이고 안 보인다, 숨찬 공화국이 안 보이고

보인다, 굴리고 싶어진다. 노점에 쌓여 있는 귤,

 

 

 

옹기점에 엎어져 있는 항아리, 둥그렇게 누워 있는 사람들,

모든 것 떨어지기 전에 한 번 날으는 길 위로.

 

  -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1978) -

 

해           설

 

[개관 정리]

성격 : 현실 비판적, 미래 지향적, 상징적, 진보적

표현 : 시어 및 통사 구조의 반복을 통해 시상을 강화해 나감.

              행간걸림을 통해 일부 두운적 효과를 나타냄.

              다양한 사물을 통해 주제를 상징적으로 형상화함.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

        → 바퀴가 지닌 본래의 속성에 따라 바퀴를 굴리고 싶다는 것으로 이는 정체된 현실을 변화시키고

                     싶은 화자의 소망을 나타내고 있다.

    * 굴리고 싶어진다.

        → 1연에서 3번 반복됨.

            소망형 종결어미의 반복을 통해 이상주의를 향해 전진하고자 하는 의욕을 드러냄.

    * 안 보이고 / 보인다

        → 반복과 역설적 표현

            부정적 현실(어린 날, 앞뒷숲, 숨찬 공화국)이 바퀴가 굴러가고 있을 때에는 안 보이고,

                   바퀴가 멈췄을 때에는 보인다는 의미

             화자는 바퀴를 굴림으로써 부정적 현실을 극복하고자 함.

    * 망가뜨리고 싶은 어린 날 → 부정하고 싶은 과거의 불행한 역사

    * 서로 다른 새떼 지저귀던 앞뒷숲 → 남북의 이념적 대립과 갈등

    * 숨찬 공화국 → 독재와 부패로 얼룩진 군사 독재 정권

    * 노점에 쌓여 있는 귤, 옹기점에 엎어져 있는 항아리, 둥그렇게 누워 있는 사람들

         → 억압된 현실에서 정체되어 있는 무기력한 존재들의 모습(멈춰 있는 바퀴)

             바퀴와 같이 모두가 둥근 모양이므로, 정지 상태에서 벗어나게 해서 역동적으로 움직이게 하고

                           싶다는 의미임.

   * 모든 것 떨어지기 전에 한 번 날으는 길 위로 

         → 너무 늦기 전에 무기력한 존재들을 자유로운 세계로 되돌리고 싶다는 의미임.

    * 모든 것 떨어지기 전에→ 완전한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기 전

   * 한 번 날으는 길 위 → 정의롭고 자유로운 세계(진보의 세계)

  

제재 : 바퀴(역사의 변화 · 발전 · 전진 상징)

화자 : 바퀴를 굴림으로써 존재의 본질을 회복하기를 원하는 사람

주제이상적인 삶을 향해 전진하기를 소망함

 

[시상의 흐름(짜임)]

◆ 1연 : 모든 바퀴를 굴리고 싶은 마음

◆ 2연 : 정체된 모든 것을 굴리고 싶은 마음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이 시는 '바퀴'라는 사물을 통해 삶의 진실성과 당위성을 부각시키고 있는 작품이다. '바퀴'는 당연히 굴러가야 하는 것으로 이 시에서는 존재의 본질을 상징한다. 그런데 화자가 바퀴를 굴리고 싶어한다는 것은 마땅히 굴러가야 할 세계가 제대로 구르지 않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존재의 본질을 가로막는 부조리한 현실 때문인데, 화자는 그 부조리와 정체에 대한 저항의 의미로 '바퀴를 굴리고 싶어진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 말은 곧 본질을 잃은 채 멈춰 있는 모든 것을 다시 움직여야 한다는 의미이다.

1연에서는 어떠한 바퀴든 굴리고 싶어진다는 사람의 자연스런 심리를 열거한다. 바퀴는 둥근 것이기에 굴리고 싶어지고 굴려야 한다는 타당성을 편승시킴으로써 쾌적한 느낌을 주고 있다.

2연에서는 보이는 것, 안 보이는 것을 막론하고 모든 것을 굴리고 싶어진다는 것을 통해 시의 깊이를 더해주고 있다.

이 시는 국가와 사회의 어떤 '정체되어 있는 상태'에 대한 신랄한 시인의 자의식이 기조가 되고 있다. '숨찬 공화국이 안 보이고'에서 보듯이, 시대의식이 표출된 시이면서도 시적인 포괄성을 유지하고 있는 데서 이 시의 장점이 있다고 할 것이다. 개인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거대한 사회 조류에 대한 시인 의식이 바퀴라는 한 물체를 통하여 삶의 진실성과 당위성을 선명하게 부각시키고 있다. 굴러가야 할 바퀴처럼 삶의 세계도 너무 당연하게 굴러가야 할 것임을 강조한다.

바퀴는 굴러서 바퀴다. 구른다는 것은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변한다는 것이다. 우리도 바퀴처럼 굴러서 나아가고 변해야 한다. 사회도 굴러서 나아가지 않으면 퇴보하고 만다. 굴러가면 (보이는 것이 안 보이게 되고 안 보이던 게 보이게 되는) 놀라운 변화를 만나게 된다. 이것이 바퀴의 힘이다. 역사도 바퀴처럼 굴러가는 힘을 가졌다. 그러므로 역사는 늘 변한다. 잠시도 구르기를 멈추지 않는다. 흐르지 않는 물은 썩고 말 듯 변하지 않는 개인이나 국가는 도태되고 만다. 이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늘 바퀴처럼 역사처럼 굴러야 한다, 변해야 한다, 진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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