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초

                                                         - 이병기 -

 

 

                         

                  4

빼어난 가는 잎새 굳은 듯 보드랍고

자짓빛 굵은 대공 하얀 꽃이 벌고,

이슬은 구슬이 되어 마디 마디 달렸다.

 

본디 그 마음은 깨끗함을 즐겨하여,

정한 모래틈에 뿌리를 서려두고,

미진(微塵)도 가까이 않고 우로(雨露)받아 사느니라.

 

 

 

 

 

 

            - <가람시조집>(1936) -

 

 

 

 

해        설

 

[개관 정리]

성격 : 관조적, 회화적, 묘사적

형식 : 연시조, 현대시조, 장별 배행 시조

 

주제 ⇒ 난초의 고결한 성품 예찬

 

[시상의 흐름(짜임)]

◆ 제 1수 : 난초의 외양

◆ 제 2수 : 난초의 성품(깨끗함)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난초를 소재로 한 4편 7수의 연시조로, 난초가 지닌 청아한 모습과 맑고 고결한 성품을 예찬하고 있다. 난초를 깊은 애정과 예리한 통찰력으로 묘사하고 있는 이 작품은, 작가가 추구하는 고결한 삶의 방식을 통해 현대인이 지향해야 할 삶의 자세를 제시해 준다.

첫째 수에서는 사실적이고 회화적인 표현으로 난초의 청초한 외모를 묘사하고 있다. 그것은 '자줏빛 대공 / 하얀 꽃/과 같은 표현에서 보듯 대조법으로 시각적인 미를 강조하는 데서도 나타난다. 그런데 첫째 수의 이런 표현은 둘째 수의 의미 내용 제시를 위한 예비 작업이라 할 수 있다. 둘째 수에서는 의인법, 감정 이입적 표현을 통해 난초의 내면적 본성을 고고한 심성으로 나타내고 있다. 특히 동일한 의미 내용을 초장에서는 직서적으로 표현했다가 종장에서는 상징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의미를 강조하면서도 표현의 다양성을 꾀하고 있다.

 

       [ 참고 ] : "난초"1,2,3
     
                          
    1 (난초의 개화)
       한 손에 책(冊)을 들고 조오다 선뜻 깨니

    드는 볕 비껴가고 서늘바람 일어오고

    난초는 두어 봉오리 바야흐로 벌어라

     

                    2  (난초의 시련과 향기)

     새로 난 난초잎을 바람이 휘젓는다.

    깊이 잠이나 들어 모르면 모르려니와

    눈뜨고 꺾이는 양을 차마 어찌 보리아

    산듯한 아침 볕이 발틈에 비쳐들고

    난초 향기는 물밀 듯 밀어오다

    잠신들 이 곁에 두고 차마 어찌 뜨리아.

     

                    3  (난초의 생명력)

    오늘은 온종일 두고 비는 줄줄 나린다.

    꽃이 지던 난초 다시 한 대 피어나며

    고적(孤寂)한 나의 마음을 적이 위로하여라.

    나도 저를 못 잊거니 저도 나를 따르는지

    외로 돌아 앉아 책을 앞에 놓아두고

    장장(張張)이 넘길 때마다 향을 또한 일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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