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위하여

                                                                              -신경림-

                                                       

 

 

 

어둠이 오는 것이 왜 두렵지 않으리

불어 닥치는 비바람이 왜 무섭지 않으리

잎들 더러 썩고 떨어지는 어둠 속에서

가지들 휘고 꺾이는 비바람 속에서

보인다 꼭 잡은 너희들 작은 손들이

손을 타고 흐르는 훔죽인 흐느낌이

어둠과 비바람까지도 삭여서

더 단단히 뿌리와 몸통을 키운다면

너희 왜 모르랴 밝는 날 어깨와 그슴에

더 많은 꽃과 열매를 달게 되리라는 걸

산바람 바닷바람보다도 짓궂은 이웃들의

비웃음과 발길질이 더 아프고 서러워

산비알과 바위너설에서 목 움츠린 나무들아

다시 고개 들고 절로 터져 나올 잎과 꽃으로

숲과 들판에 떼 지어 설 나무들아.

 

 

 

 

     -<쓰러진 자의 꿈>(1993)-

 

해           설

[개관 정리]

성격 : 상징적, 민중적, 의지적, 희망적, 낙관적

특성

① 의인화된 청자(나무)에게 말을 건네는 방식을 활용함.

② 설의적 표현을 활용하면서 시상을 전개해 나감.

③ 화자의 태도 : 작은 존재들의 연대와 단합에 대한 믿음을 드러냄.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어둠, 비바람, 짓궂은 이웃들 → 민중들을 힘들게 하는 시련과 역경의 요소들

* 보인다 꼭 잡은 너희들 작은 손들 → 사회적 약자들의 단합을 발견함. 희망적 요소

* 밝는 날 → 민중이 승리하는 날

* 산비알 → 산비탈의 충청도 방언

* 바위너설 → 바위가 삐죽삐죽 내밀어 있는 험한 곳

* 다시 고개 들고 ~ 떼 지어 설 나무들아 → 민중이 승리하여 자유와 행복을 쟁취한 라에 대한 희망

 

주제단합과 연대를 통한 민중들의 고난 극복

[시상의 흐름(짜임)]

◆ 1~4행 : 민중이 겪어야 할 시련과 고난

◆ 5~10행 : 단합과 연대로 시련을 이겨나갈 민중

◆ 11~15행 : 시련을 이기고 승리할 민중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어둠'과 '비바람'과 같은 고난과 시련의 상황 속에서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보이는 나무도 속으로 두려움에 떨고 있음을 시적 화자는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그 나무들이 손을 잡고 서로 의지하고 있음을 발견하는데, 이에서 시적 화자의 나무에 대한 깊은 이해를 느낄 수 있다. 시적 화자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그런 고난과 시련의 과정이 곧 꽃과 열매를 맺기 위한 전 과정임을 꽃 자신도 이미 알고 있다는 사실을 기정사실화한다. 이는 곧 나무가 고난과 시련을 견딤으로써 내적으로 성숙하고 결실을 얻을 수 있음에 대한 확신을 드러낸 것이다. 작품 말미에서는 고난과 시련이 자연 현상인 어둠과 비바람을 넘어서서 '짓궂은 이웃' 즉 인간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이는 인간의 자연에 대한 파괴적인 행위에도 나무가 꿋꿋이 살아남기를 바라는 시적 화자의 소망을 드러내는 것이다. 인간을 나무의 '이웃'으로 전제함으로써 자연과 인간은 이웃으로서 함께 살아가야 하는 존재임을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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