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

                                                                              -김진경-

                                                       

 

 

 

새벽이 가까이 오고 있다거나

그런 상투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겠네.

오히려 우리 앞에 펼쳐진

끝없는 사막을 묵묵히 가리키겠네.

섣부른 위로의 말은 하지 않겠네.

오히려 옛 문명의 폐허처럼

모래 구릉의 여기저기에

앙상히 남은 짐승의 유골을 보여 주겠네.

 

때때로 만나는 오아시스를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

그러나 사막 건너의 푸른 들판을

이야기하진 않으리.

자네가 절망의 마지막 벼랑에서

스스로 등에 거대한 육봉을 만들어 일어설 때까지

일어서 건조한 털을 부비며

뜨거운 햇빛 한가운데로 나설 때까지

묵묵히 자네가 절망하는 사막을 가리키겠네.

 

낙타는 사막을 떠나지 않는다네.

사막이 푸른 벌판으로 바뀔 때까지는

거대한 육봉 안에 푸른 벌판을 감추고

건조한 표정으로 사막을 걷는다네.

사막 건너의 들판을 성급히 찾는 자들은

사막을 사막으로 버리고 떠나는 자.

 

이제 자네 속의 사막을 거두어 내고

거대한 육봉을 만들어 일어서게나.

자네가 고개 숙인 낙타의 겸손을 배운다면

비로소 들릴 걸세.

여기저기 자네의 곁을 걷고 있는 낙타의 방울소리

자네가 꿈도 꿀 줄 모른다고 단념한

낙타의 육봉 깊숙이 푸른 벌판으로부터 울려나와

 

 

 

모래에 뒤섞이는 낙타의 방울소리.

      -<별빛 속에서 잠자다>(1996)-

 

해           설

[개관 정리]

성격 : 비유적, 의지적, 우의적

특성

① 비슷한 통사 구조의 반복

② 대비적 시어의 사용

* 공간의 대비 : 사막 ↔ 푸른 들판

* 주체의 대비 : 자네 ↔ 낙타

* 행위의 대비 : 성급히 ↔ 묵묵히,  걷는다 ↔ 떠난다.

③ 2인칭 화자를 설정하고 일방적으로 대화하는 방식 : 하게체 사용

④ 사막과 인생을 유추적으로 설정함.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새벽 → 희망

* 상투적인 이야기 → 희망이 있다는 식의 섣부른 위로의 이야기

* 끝없는 사막 → 고난의 현실

* 모래 구릉 → 사막, 고난의 땅

* 짐승의 유골 → 사막을 가다가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

* 앙상히 남은 ~ 보여 주겠네 → 죽을 각오로 가라는 메시지

* 푸른 들판 → 희망

* 절망의 마지막 벼랑 → 암담한 현실

* 거대한 육봉 → 낙타가 사막을 헤쳐갈 힘의 원천

* 뜨거운 햇빛 → 고난

* 사막이 푸른 벌판으로 바뀔 때까지는 → 고통의 현실을 극복할 때 이상향은 찾아온다.

* 건조한 표정으로 사막을 걷는다네 → 묵묵히 현실을 극복하라.

* 사막 건너의 들판을 성급히 찾는 자 → 과정의 고통을 싫어하고 달콤한 결과만 기다리는 사람

* 사막을 사막으로 버리고 떠나는 자

   → 앞의 사막은 극복하면 이상적 공간이 되는 곳, 뒤의 사막은 고통의 공간을 의미함.

* 이제 자네 속의 사막을 거두어 내고 → 고통과 시련을 극복하고

* 여기저기 자네의 곁을 걷고 있는 낙타의 방울소리 → 고통을 극복하는 희망적인 소리

 

관련 작품 : 이육사의 <절정>, 도종환의 <담쟁이>

주제고통에 적극적으로 맞서 더욱 값진 삶을 살고자 하는 의지

[시상의 흐름(짜임)]

◆ 1연 :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서는 태도

◆ 2연 : 고통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자세의 중요성

◆ 3연 : 고진감래의 자세로 고통을 극복할 수 있다는 깨달음

◆ 4연 : 절망적 상황에서 도움의 손길이 존재함을 드러냄.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이 작품은 상한 갈대, 뿌리 없이 떠돌면서도 질긴 생명력을 보이는 부평초의 이미지를 통해 시련과 고통에 대처하는 바람직한 삶의 태도를 노래하고 있다. 화자는 고통을 피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삶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고통을 함께 극복할 존재가 있다는 확신을 갖고 시련을 감내하면 우리의 삶이 더욱 견고해질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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