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이 피기까지는

                                                         - 김영랑 -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문학>(1934)-

 

해        설

[개관정리]

◆ 성격 : 낭만적, 상징적, 유미적(탐미적), 여성적, 역설적

◆ 표현

* 기승전결의 전통적인 구조

* 수미상관의 구조를 통한 주제 강조

* 독백체의 그윽하고 정감어린 어조

* 사투리와 여성적 시어를 사용하여 정겹고 부드럽고 섬세함을 적절히 표현함.

* 역설적 표현을 통한 비애미

* 짧은 행과 긴 행의 교차, 호흡의 고저와 의미의 강약이 대응되면서 시상의 변화를 꾀함. 

   → 화자의 감정의 변화와 완벽하게 호응함.

 

시어 및 시구 풀이

* 모란 → 지상의 꽃 중 아름다움을 대표하는 상징성을 지님.

* 모란 = 봄  = 보람 → 시인이 추구하는 절대 가치의 미(美)

* 모란이 지고 말면 그 뿐, 내 한해는 다 가고 말아

   → 모란이 짐으로써 희망과 기대는 소멸되고, 한해의 나머지는 삶의 의미가 없어진다는 의미

*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 모란이 지고 없는 날들에 대한 섭섭함이 크다는 의미

              (삼백 예순 날 : 화자의 서러운 정감의 깊이를 나타내는 시어)

* 찬란한 슬픔의 봄

   → 역설적 표현(모순형용),  비애미(悲哀美)

       감상이나 통곡의 세계가 아닌, 슬픔을 찬란하게 승화시킨 경지

       봄(美, 소망)에 대한 기쁨과 그것의 소멸로 인한 슬픔이 한데 어우러진 표현

 

주제 → 모란(보람, 아름다움)에 대한 기다림 = 소망 성취에 대한 기다림

[시상의 흐름(짜임)]

◆ 기(1 ∼ 2행) : 모란(=봄)을 기다림

◆ 승(3 ∼ 4행) : 모란이 지고 난 뒤의 슬픔

◆ 전(5∼10행)  : 슬픔의 구체화 및 절망감

◆ 결(11∼12행) : 슬픔을 극복한 기다림 →시련의 체험을 통한 자아의 소망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모란을 소재로 하여 영원할 수 없는 지상적 아름다움에의 기다림과 비애를 노래했다. 지상의 아름다움이란 우리가 그것을 아무리 아끼고 보존하려해도 영원할 수 없다. 태어난 것은 언젠가 죽어야 하며, 피어난 것은 마침내 떨어져야 한다. 태어남과 피어남이 기쁨이라면 죽음과 떨어짐은 슬픔이다. 산다는 것은 이러한 기쁨과 슬픔을 모두 맛보며 주어진 시간을 누리는 일이다.  이러한 문제를 이시의 주제로 삼고 있는 것이다.   

모란이 피기까지 봄을 기다리며 소망과 기대감을 가지며 살다가, 모란이 지고 나면 슬픔과 좌절감에 빠지고 만다. 그러나 이 슬픔에도 불구하고 그는 또 다시 봄을 기다린다. 물론 그는 다시 돌아오는 봄도 곧 지나가야 하며 새로 피어날 모란도 얼마 있지 않아 떨어지고 만다는 것을 안다. 그러기에 그 봄은 보람과 환희로만 가득한 계절이 아니라, 슬픔의 봄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이 슬픔을 맛보아야 하는 줄 알면서도 아름다움을 삶의 가장 높은 가치로 삼는 그에게 봄은 삶의 유일한 보람이다.  

'찬란한 슬픔의 봄'이라는 모순 형용은 아름다움에의 환희와 그 소멸로 인한 슬픔이 한데 엉킨, 달리 말하면 아름다움에의 도취와 그 덧없음에 대한 슬픔이 결합된 시적 화자의 심경을 잘 보여준다. 이 작품에는 슬픔과 비애까지도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키는 김영랑 초기시의 유미주의적 태도가 잘 드러나 있다.

[교과서 학습활동 풀이]

1. 이 시를 소리 내어 읽고, 다음 활동을 해 보자.

⑴ 시의 전체적인 느낌에 대해 말해 보자.

→ 여성적이고 낭만적이고 부드러운 느낌, 간절한 기다림과 더불어 그것이 사라졌을 때의 상실감과 절망감이 잘 나타남.

⑵ 시를 네 단락으로 나누어 보고, 중심 내용을 써 보자.

* 기(1~2행) → 모란(=봄)을 기다림(기다림)

* 승(3~4행) → 모란이 지고 난 뒤의 슬픔(설움)

* 전(5~10행) → 슬픔의 구체화 및 절망감(절망)

* 결(11~12행) → 슬픔을 극복한 기다림(기다림, 소망)

⑶ 다음 시어의 의미를 생각해 보고, 시의 주제를 파악해 보자.

* 모란 → ‘봄’과 ‘보람’의 등가어로, 아름다움을 대표하는 상징성을 지니며, 기다림의 대상이며, 화자가 추구하는 절대적인 가치를 상징한다.

* 뚝뚝 → 화자의 오랜 기다림은 아랑곳하지 않고 모란이 떨어져 사라져 버리는 순간을 나타내는 것 같아.

* 나의 봄 → 모란이 피는 시기로 그만큼 기다려지는 시간이며, 삶의 의미와 보람을 찾을 수 있고 소망이 이루어지는 시간이다.

* 삼백 예순 날 → 모란이 지고 없는 날을 표현한 말로, 화자의 서러운 정감의 깊이를 나타내는 시어라고 할 수 있어.

* 설움, 서운케, 섭섭해 → 소중한 존재를 잃어 버렸을 때의 느낌을 담고 있는 시어들이야.

* 주제 → 모란(보람, 봄, 아름다움)에 대한 소망과 기다림

 

2. 이 시의 내용이 어떻게 형상화되었는지 살펴 보자.

⑴ 이 시에서 운율을 형성하는 요소를 찾아보자.

* '~ㄹ 테요'를 반복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 'ㄴ,ㄹ,ㅁ,ㅇ'의 울림소리를 많이 사용하여 운율을 형성함.

* 시행의 길고 짧음을 교차함으로써 호흡의 완급을 조절하면서 리듬감을 부여함.

⑵ 이 시는 짧은 행과 긴 행을 교차하고 있는데, 이것이 화자의 감정 변화와 어떠한 관계를 맺고 있는지 말해 보자.

이 시에서 화자의 감정은 ‘기다림 → 설움 → 절망 → 기다림’으로 교차 반복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이러한 감정의 변화와 기복을 짧은 시행과 긴 행의 교차(감정의 응축과 이완)를 통해 나타냄으로써 시적 의미 구조를 탄탄하게 함.

⑶ '찬란한 슬픔의 봄'의 의미와 표현 효과를 말해 보자.

* 의미 → 모란(보람)이 피어나는 기쁨과 그것의 소멸로 인한 슬픔이 한데 어우러진 상태를 의미함

* 표현 효과 → 역설법(모순형용)을 통한 비애미를 표현하여, 기다림이 일시적 상실감을 준다 해도 기다림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는 절박한 마음을 효과적으로 드러냄.

 

3. 이 시를 '한국인의 애송시'라는 블로그 게시판에 올려 소개하고자 한다. 다음 <조건>에 따라 글을 써 보자.

<조건>

* '한국인의 애송시'라고 할 수 있는 이유를 쓴다.

* 가장 인상적인 시구를 선택하여 자신만의 해석을 덧붙인다.

* 시를 읽고 떠오른 노래나 그림 또는 사진을 함께 제시한다.

 

<한국인의 애송시>

* 한국인의 애송시라고 할 수 있는 이유 → 사람들은 모두 무언가를 기다리면서 산다. 기다린 것을 얻지 못하기도 하고, 자기가 기다린 것을 얻은 순간에 기뻐하면서 또 새로운 것을 기다리기도 한다. '모란이 피기까지는'은 이러한 기다림을 기본 정조로 담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 시를 언제 읽어도 공감할 수 있고, 감동을 받게 되는 것이다.

* 인상적인 시구 →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에서 모란이 피기를 기다리는 동안의 초조함, 설렘, 기대감, 좌절감 등을 느낄 수 있었다. 기다리던 '봄'이 와서 설렘과 기대감을 느끼지만, 아직 자신이 바라는 '모란'이 꽃을 피우지 않아 초조감과 좌절감을 동시에 느끼는 것이다. 동시에 여기에는 계속 꽃이 피기를 기다리는 인고의 태도도 드러나 있다.

* 떠오른 노래나 사진 →  이루마의 'River Flows In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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