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김종삼-

 

 

 

1947년 봄

심야(深夜)

황해도(黃海道) 해주(海州) 바다

이남(以南)과 이북(以北)의 경계선(境界線) 용당포 

 

사공은 조심조심 노를 저어 가고 있었다.

 

 

 

울음을 터뜨린 한 영아(영兒)를 삼킨 곳

스무 몇 해나 지나서도 누구나 그 수심(水深)을 모른다.

 

                       -<현대시학>(1971)-

 

해          설

[개관정리]

성격 : 묘사적, 객관적, 상징적, 회상적, 서사적

표현

* 과거시제의 사용 →시의 구체성과 설화적 요소 부여

* 주관성이 배제된 스케치풍의 묘사 중심

 

중요 시어 및 시구

* 용당포 → 38선이 그어진 곳, 월남하는 사람들에 대한 감시와 경계가 삼엄한 곳.

* 울음을 터뜨린 한 영아를 삼킨 곳

   → 삼엄한 경계 속에서 남하를 감행하던 사람들이, 느닷없이 터진 아이의 울음소리에 당황해서, 그 아이를 바다 속에 집어넣어야 했던 잔인하고 비정한 비밀이 숨어 있는 곳.

* 스무 몇 해나 지나서도 → 역사적 비극이 세월의 흐름에도 잊혀지지 않고.

* 수심(水深) → 분단으로 인한 비극의 깊이를 암시하는 말로서, 통곡의 깊이로 짜릿한 여운을 울림

 

제재 : 월남 체험

주제 ⇒ 민족 분단의 비극성

◆ 제목 " 민간인 " → 군인도 관리도 아닌 '보통사람'이라는 뜻으로, 전쟁과 분단으로 인해 겪어야 하는 비극적 상황을 민간인들의 시각에서 바라보고자 하는 뜻에서 마련된 의도적 제목

[시상의 흐름(짜임)]

◆ 1연 : 배경제시 (구체성, 현장성 확보.  독자의 관심 집중 효과 )

◆ 2연 : 사건진술 (분단으로 인해 겪어야 했던 잔인하고 비극적 사건 소개)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제2회 ' 현대시학 작품상(1971) ' 수상 작품이다. 6.25동란의 민족적 비극을 전면이 아닌 민간인이라는 측면에서 간결한 수법으로 표현하여 성공한 작품이다. '영아 살해'라는 끔찍한 비극을 형상화하면서도 일체 자신의 판단이나 가치 평가를 유보한 채 냉정하고 객관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시인은 단지 소재를 선택해서 그것을 되도록 객관적으로 기술하는 역할만을 담당하고 있을 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독자에게 맡기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독자의 상상력을 통하여 더 깊은 생각과 느낌을 갖도록 유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전쟁은 시인에게 기억하기조차 끔찍했던 공포의 사건으로, '용당포'라는 지명과 '1947년 봄'이라는 시간을 통해 더욱 구체화됨으로써 장장 '스무 몇 해나 지나서도' 여전히 그를 괴롭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무서운 사건은 다름아닌, 전쟁이 발발하기 전, 북한 주민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남북 왕래가 금지된 38선을 넘어 월남을 감행하는 극한 상황에서, 우는 젖먹이 아이까지 바다 속에 던져 넣던 비극적 모습으로 나타나 있다. 그러므로 '누구나 그 수심을 모른다'라는 구절의 '수심'은 바로 분단이 가져다 준 비극의 깊이요, 그의 가슴에 각인된 고통과 슬픔의 깊이라 하겠다.                                                           

 ( 양승국의 "한국 현대시 400선"에서)

김종삼 시인은 실향민이다. 그의 초기 시에는 전쟁의 비극적 체험을 회상 형식으로 노래한 것들이 많다. <민간인>은 그 대표작으로 다른 전쟁 시들과는 달리, 상황 자체가 묘사적으로 담담히 서술되어 있다. 시인은 울부짖거나 한탄하거나 분노하지 않으며, 자기 감정을 적절히 통제하고 시적 상징을 고도화시킨다. 그의 시에 자주 나오는 '소년'의 이미지는 현실에 대한 순진무구한 열정을 담은 것이 아니라, 실현 불가능한 꿈에 대한 낭만주의적 현실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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