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꽃

                                                          -조지훈-

 

 

 

까닭없이 마음 외로울 때는

노오란 민들레꽃 한 송이도

애처롭게 그리워지는데

 

아 얼마나 한 위로이랴

소리쳐 부를 수도 없는 이 아득한 거리(距離)에

그대 조용히 나를 찾아오느니

 

사랑한다는 말 이 한마디는

내 이 세상 온전히 떠난 뒤에 남을 것

 

 

 

 

잊어버린다. 못 잊어 차라리 병이 되어도

아 얼마나한 위로이랴

그대 맑은 눈을 들어 나를 보느니.

 

                 -<풀잎단장>(1952)-

 

해        설

[개관 정리]

성격 : 여성적, 연가적, 독백적

◆ 표현 : 기승전결의 한시적 구성방식. 의인법

 

중요 시어 및 시구

   * 까닭없이 마음이 외로울 때는 → 화자의 처지를 생각해 볼 때 화자의 마음이 외로운 것은 결코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닐텐데,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수 없는 먼 거리에 두고 그리움에 젖어 있을 때는 특별한 이유 없이도 모든 것이 외롭게 여겨지는 상황을 말하는 듯함.

   * 민들레꽃 → 시적 화자의 정서(외로움과 그리움)이 투영된 소재

                        화자와 사랑하는 그대를 연결시켜 주는 매개체

   * 이 얼마나한 위로이랴

        → 아득한 이별의 거리로 인해 볼 수 없는 그대를 민들레꽃을 통해서나마 볼 수 있기에

   * 아득한 거리 → 이별의 거리.  정서적 거리감.

   * 내 이 세상 온전히 떠난 뒤에 남을 것

        → 화자는 임에 대한 사랑을 말로 표시하지 않아도 사랑의 영원성을 다짐함.

            죽은 임이 아니라도, 내가 죽고 나서도 사랑하는 마음이 남음(사랑의 영원성, 절대성, 무한성)

   * 잊어 버린다, 못잊어 차라리 병이 되어도 → 앞으로 그대를 잊어 버린다 해도, 못잊어 병이 된다해도

   * 그대 맑은 눈을 들어 나를 보느니

        → 임의 현신인 민들레꽃을 통해 그대와 나의 만남이 이루어짐.(의인화)

            민들레꽃을 통해 그대와 나의 아득한 거리를 극복

 

주제 ⇒ 임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 외로움 속의 위안.

◆ 소재로 ' 민들레꽃 '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

   → 민들레는 국화과 식물로 노란색과 흰색이 있다. 국화가 절개를 상징하는 관습적 소재라는 점에서, 시적 자아가 지닌 영원한 사랑을 암시하는데 적합할 수 있다. 또한 민들레는 한 송이씩만 피어나는 특성을 지니고 있는데, 이것은 자아의 외로움을 부각시키는 데에 효과적인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시상의 흐름(짜임)]

◆ 1연 : 외롭고 그리운 마음

◆ 2연 : 민들레꽃을 통해 받는 위로

◆ 3연 : 영원한 사랑의 다짐(불멸의 사랑)

◆ 4연 : 그대(=민들레꽃)와의 만남

 

[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

민들레꽃 한 송이를 보면서 그것을 임의 모습으로 여기고 애틋한 사랑의 심경을 독백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강렬한 애정의 호소보다는 잔잔한 그리움을 노래하고 있다. 그리움의 대상이 되는 그대가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알 수가 없다. 분명한 것은 그 '그대'는 '소리쳐 부를 수도 없는 아득한 거리' 를 두고 멀리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그대'에 대한 그리움과 외로움을 자기 앞에 피어있는 민들레꽃을 보고 위로를 받게 된다. 그대와 민들레꽃을 동일시한 것이다. 4연에서는 마침내 민들레를 의인화함으로써 님의 부재로 인한 외로움을 위로받고,님이 나를 바라보듯 맑은 눈을 들어 보게 되는 것이다. 민들레꽃을 의인화해 가면서까지 님의 모습을 확인하고 싶어한다는 것은 ,님을 향한 그리움이 그만큼 절실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이러한 절실한 그리움과 애정은 3연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시적자아는 비록 육신이 소멸되는 한이 있더라도 영원히 남을 애정을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불멸의 애정을 짧은 시형 속에 응축시킴으로써 시인은 시적 긴장감을 유지하는 데 성공한다.   

이 작품의 시상 전개에서 특이한 것은 화자가 위로의 대상으로 그저 '바라본 민들레꽃'이 오히려 화자를 '바라보는 민들레꽃'으로 전화(轉化)되어 만남을 이루는 상황이다. 이것은 물론 시인의 문학적 상상력의 소산이다.

 

[ 감상을 위한 읽을거리 ] : 박명용, <한국 현대시 이해와 감상>에서 

서정적 자아는 임과 이별한 상태이다. 소리쳐 부를 수도 없는 아득한 거리에 떨어져 있으면서도 사랑하는 마음은 변치 않는 절대적인 것이다. 임의 육신이 보이지 않는 곳으로 갔다지만 나는 임을 보내지 아니하였기 때문에 사랑은 계속 존재할 수 있는 가치를 지닌다. 전혀 가까울 수 없는 간격이라면 임을 사랑하는 마음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임을 잊고자 무한히 애를 써 보아도 임에 대한 그리움이 사라지기는커녕 더욱더 또렷이 떠올라 병이 될 지경이다. 내가 이세상을 온전히 떠난 뒤에도 사랑만은 남으리. 이런 애타는 그리운 사랑을 위로해 주는 것이 한 송이의 노오란 민들레꽃이다. 이 한송이의 노오란 민들레꽃이 서정적 자아의 임에 대한 절대적인 사랑에 커다란 위로를 가져다 준다. 임의 부재에서 나타나는 그리움의 샘솟음은 다른 어떠한 매개체로도 대체하기 어려운데 민들레꽃은 그런 부분을 해내고 있다. 민들레꽃의 순수하고 맑은 아름다움이 내 마음에 안정을 가져다주고 민들레꽃의 맑은 눈이 마음을 순화시켜 준다.

 green37_up.gif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