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 김광섭 -

 

 

 

나의 마음은 고요한 물결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고

구름이 지나가도 그림자 지는 곳.

 

돌을 던지는 사람

고기를 낚는 사람

노래를 부르는 사람

 

이리하여, 이 물가 외로운 밤이면

별은 고요히 물 위에 뜨고

숲은 말없이 물결을 재우나니

 

 

 

 

행여 백조가 오는 날

이 물가 어지러울까

나는 밤마다 꿈을 덮노라.

 

                 -<문장>(1939)-

 

해           설

[개관정리]

성격 : 관조적, 고백적, 여성적, 시각적, 낭만적

표현

① 적절한 은유와 상징 구사

② 공감각적 이미지 사용

 

중요 시어 및 시구 

* 바람, 구름 → 세속적인 인간사

* 고요한 물결 → 잔잔한 이미지를 주지만 주변으로부터 영향을 받기 쉬운 대상

* 돌을 던지는 사람 → 충격을 주거나 마음의 상처를 주는 사람

* 고기를 낚는 사람 → 나의 이익을 빼앗아 가지려는 사람

* 노래를 부르는 사람 → 달콤하게 유혹하거나 마음의 고요함을 방해하는 사람

* 물가 → 마음

* 별, 숲 →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 주는 환경

* 백조 → 희망과 이상, 평화로운 마음 속에만 깃들일 수 있는 깨끗하고 맑은 시심

* 꿈 → 번잡한 생각들을 가라 앉히고 백조를 기다리는 마음

* 꿈을 덮노라 → 정신적 순결을 지키려는 태도

 

주제 ⇒ 고요하고 평온한 마음에 대한 동경

◆ 창작 배경 < 시인의 말 >

    ⇒ " 마음은 간단히 말하자면 '느낌'이다. (중략) 물욕을 버리자는 것이 내 일생의 양심이었다. 일생동안 나에게 변하지 않는 진리는 이 한 가지 뿐이다. 물욕을 버리고 내 마음을 순수하게 지키는 것이 이 풍파많은 세상에 나를 오래 살게 한데 대한 보은(報恩)이라 생각하고 있다. 그만큼 이 시 '마음'은 내게 중요한 작품이다 "

[시상의 흐름(짜임)]

◆ 1연 : 마음의 본래 상태(잔잔한 이미지를 주지만, 외계의 사물에 의해 영향받기 쉬운 존재)

◆ 2연 : 속세의 현실적 상황(내마음에 영향을 주는 이들)

◆ 3연 : 마음이 평온해지는 밤

◆ 4연 : 마음의 평화를 갈망(주제연)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이 시는 곱고 부드러운 격조와 적절한 은유로 아름다운 언어의 조화를 이룬다. 은유와 상징이 잘 구사되어 세련미와 함께 지적 관조도 보인다. 자기의 마음을 고요한 물결에 비유하여, 심리적 갈등과 함께 파문을 일으키기 쉬운 마음을 지키려는 경건한 자세를 잘 드러내고 있다. 초기 작품에 속하는 이 시는 자기의 꿈을 잃지 않고 '밤마다 덮음'으로써 시인 자신이 견지하고 있는 지적 관조를 곱게 다루고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참고] : 김흥규의 <한국 현대시를 찾아서>에서

'물'이라는 사물을 통해 마음의 민감한 흔들림과, 그 평온함에 대한 소망을 노래한다. 그러나 그의 소망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사람과 일이 있어서 마음의 평화를 끊임없이 흔들어 놓기 때문이다. 둘째 연에는 세 종류의 사람들이 등장한다. 마음의 평화에 충격을 주어 깨뜨리는 사람(돌을 던지는 사람), 어떤 현실적 이득을 취하고자 접근하는 사람(고기를 낚는 사람), 그리고 고요함을 어지럽게 하는 사람(노래를 부르는 사람) 등이 그들이다. 작중 화자는 이러한 사람들과의 얽힘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한다. 그리하여 그는 고요히 자신의 내면 세계에 고립되어 침잠하는 길을 택한다. 여기에 등장하는 `별, 숲'은 앞에 등장한 방해자들과 달리 그의 평화를 돕고 지켜주는 자연의 사물들이다. 이 작품에 암시된 바에 의하건대, 세속적 욕망과 이해관계에 사로잡힌 인간들은 마음의 평화를 어지럽히기만 할 따름이며, 사람은 오직 자연 속에서 마음의 고요함을 지킬 수 있다.

그리하여 그는 밤마다 아무도 모르게 그의 꿈을 덮어서 고이 간직한다. 이처럼 하는 이유는 `백조'가 오는 날 그를 맞이하기 위해서이다. 여기서 `백조'가 어떤 의미를 가진 은유인가를 단정하여 말하기는 어렵다. 바람직한 것은 억지로 의미를 따지기보다 백조의 모습을 상상함으로써 그 분위기와 느낌을 파악하는 일이다. 한번 상상해 보자. 고요한 물결 위에 흰 백조가 고요히 떠온다. 그 얼마나 고고하고 순백하며 평화로운 모습인가? 이러한 모습의 백조는 이 작품에서 어떤 드높은 순결과 평화의 경지를 상징한다. 그것이 이 시에 나타난 시인의 간절한 소망이다. 현실의 어려운 굽이를 살아가면서 우리가 그런 세계를 찾아 떠나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때때로 이와 같은 경지를 소망하여 잠시 황홀한 도취의 상태에 잠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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