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목

                                                         - 이육사 -

 

 

     

    푸른 하늘에 닿을 듯이

    세월에 불타고 우뚝 남아서서

    차라리 봄도 꽃피진 말아라.

     

    낡은 거미집 휘두르고

    끝없는 꿈길에 혼자 설레이는

    마음은 아예 뉘우침 아니라.

     

 

 

 

    검은 그림자 쓸쓸하면

    마침내 호수(湖水) 속 깊이 거꾸러져

    차마 바람도 흔들진 못해라.

     

            -<인문평론>(1940)-

 

해        설

[개관정리] 

■ 성격 : 남성적, 의지적, 저항적, 상징적 

■ 표현

* 간결하고도 강인한 어조를 띤 구절로 인해, 이육사 시의 특유한 분위기를 형성

* '차라리, 아예, 차마' 등 강한 의지를 나타내는 시어 사용

* '말아라, 아니라, 못해라' 등 자연스럽지 못한 표현 → 격정적인 의지를 일상적인 어법만으로는 만족하게 드러낼 수 없기에 다소 과격한 시어를 사용한 게 아닌지…….

■ 제목 : 자신의 의지를 굽히지 않는 시인의 삶의 모습 비유

             시인의 신념이 구체화되어 투영된 소재

             시인의 미래의 소망이 아니라, 현재의 시점에서 자신의 태도를 표현한 사물

             나라와 운명을 같이 하려는 지사의 정신 표상 

 

■ 중요시구

   * 교목 → 국어사전 : 줄기가 곧고 굵으며 높이 자라며 위쪽에서 가지가 퍼지는 나무(소나무 따위)

                '신념을 향한 절대적이고 치열한 지향 의식'을 상징하는 제목

   * 푸른 하늘 → 교목이 지향하는 이상세계(조국 독립, 일체의 장애가 제거된 해방된 삶)

                        교목이 뿌리박고 있는 지상 세계는 '부정적 현실'임을 간접적으로 나타냄.

   * 세월에 불타고 → 교목이 겪은 세파(시련과 고난의 세월)

   * 봄도 꽃피진 말아라 → 세월의 불길을 피해서 피울 수 있는 꽃이라면, 차라리 그것을 거부하고 결의를                       누그러뜨리지 말라는 자기를 향한 강한 채찍질과 명령

   * 낡은 거미집 → 현실적 조건

   * 끝없는 꿈길 → 새로운 세계를 희구하는 마음

   * 검은 그림자 → 죽음과 파멸의 이미지

   * 바람 → 의지를 흔들고 굽히려는 외부적인 힘과 유혹

 

■ 주제 : 삶의 이상을 위한 단호한 의지,  절대의 저항 의지

[시상의 전개(짜임)]

◆ 1연 : 교목이 우뚝 서 있는 모습

◆ 2연 : 교목의 내면세계  

◆ 3연 : 부동의 정신자세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교목은 수직의 곧은 이미지를 준다. 바람도 흔들지 못하는 의연함을 주는데, 키는 하늘에 닿아 있다. 지상에서 꿋꿋이 바람에 항거하고 있는 교목의 지향점은 푸른 하늘이다. 세월에 불타 버린 교목과 푸른 하늘이 대조된다. 그것은 교목이 서 있는 지상이 어둡고 부정적이라는 인식에서 연유한다. 하늘을 향하고자 하는 치열한 의식 때문에 교목은 불타 버렸고(죽어갔고), 또 그렇게 절망적이었기에 푸른 하늘로 더 오르고자 하는 가열한 의지가 솟구친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냉혹한 세월에 찢겨 버렸지만 우뚝 서 있는 교목의 모습에서 시적 자아의 의지를 읽을 수 있고, 저항시적 요소를 발견할 수 있다. 그리하여 봄이 와 꽃 피지 않아도 좋다는 단호한 결의가 표명된다. 절대의 절망 속에서만 그 절망을 이길 수 있다는 역설이다. 육사는 <절정>에서도 극단의 절망을 부둥켜 안고 그 절망에 몸서리칠 때, 극복의 의욕이 더욱 솟는 변증법적 지양을 보여 준다. <교목>도 이런 설명이 가능해진다. 절망의 끝에서만 절망을 끝낼 수 있다는 치열성은 육사 시의 한 원리라고 보겠다.

[더 읽을거리] : 교과서 수록시 평설 : 배두섭

우선 1연에서는 '푸른 하늘에 닿을 듯이 / 세월에 불타고 우뚝 남아서서 / 차라리 봄도 꽃피진 말아라.'라는 선언적 표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전체 3연 모두 '말아라, 아니라, 못해라'라는 강한 어조를 사용하고 있네요. 이러한 강한 어조는 '확신, 의지, 신념, 명령'의 표현인 경우가 많습니다. 1연에서의 '말아라'는 명령형의 어조이네요.

1행은 교목의 우뚝 서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문제는 '세월에 불타고'라는 표현입니다. 누가 '세월에 불타'는 겁니까? 3행의 '꽃'이라는 시어를 통해 교목임을 알 수가 있습니다. 그럼 '세월'은 어떤 존재입니까? 교목을 불태워 버리는 존재이죠. 즉 화자는 당대 현실 즉 세월을 불태워 버리는 존재, 파괴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부정적 현실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러한 부정적 현실에도 불구하고 '우뚝 남아서서'라고 표현함으로써 교목이 부정적 현실을 극복하는 기상을 가진 존재이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또한 그러한 부정적 현실 속에서 즐거움과 아름다움을 표현한다는 것은 현실에 대한 굴복을 의미하므로, 봄이 와도 '꽃피진 말아라'라는 표현을 통해 결코 항복할 수 없음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나무로 하여금 꽃을 피우지 말라는 표현 속에서 화자는 부정적 현실 속에서 비굴하게 사느니 차라리 죽음을 택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럼 교목은 무엇을 바라고 죽음까지 불사하는 것인가? 답은 1행의 '푸른 하늘'에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푸른 하늘'은 교목이 뻗어 나가고자 하는 지향점이며, 이는 화자의 이상과 염원의 세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2연을 보면, 화자의 의지가 아무리 굳다 할지라도 현실과 타협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 수는 없나봅니다. '낡은 거미집 휘두르고 / 끝없는 꿈길에 혼자 설레이는 / 마음은 아예 뉘우침 아니라.'라는 표현에서 우리는 '끝없는 꿈길에 혼자 설레이는'이라는 구절을 눈여겨 보아야 할 것 같네요. 왜냐하면 1연에서 본 화자의 어조로 보아 '설레이'다라는 표현은 어쩐지 어울리지 않다는 느낌을 받거든요.

사실 이 연은 '푸른 하늘'로 향하고자 하는 이상과 모든 것을 태워 없애는 '세월'이라는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끝없는 꿈길' 속에서 '혼자서' 내면의 갈등을 하고 있는 모습을 '설레이는'이라는 시어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죠. 하지만 바로 다음 구절에서 화자는 마음을 다시 굳게 합니다. 화자는 스스로 얘기합니다. 내가 이렇게 고민하고 갈등할 필요는 없다고, 내가 선택한 이 길은 올바른 길이기에 그 어떤 후회도 아쉬움도 없다고……. 이렇듯 2연의 4 ~ 5행에서 화자의 내적 갈등을 보여주어, 화자가 가는 길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보여주다가, 6행에서 보여지는 화자의 각오를 통해 굳은 신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3연은 '검은 그림자 쓸쓸하면 / 마침내 호수 깊이 거꾸러져 / 차마 바람도 흔들진 못해라.'라고 하여 시의 마무리를 하고 있습니다. 우선 '검은 그림자'라는 시어가 눈에 띄네요. 흔히 '그림자'라고 하면 분신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승훈의 『문학상징사전』엔 다음과 같이 풀이가 되어 있네요.

    그림자Shadow

    태양이 정신의 빛을 상징한다면 그림자는 육체의 부정적 이중성, 혹은 육체가 표상하는 악의 비열한 측면을 상징한다. 원시인들 사이에는 그림자가 또 하나의 자아, 혹은 영혼이라는 사고가 보편화되어 있다. 민담이나 현대 문학 작품 속에서도 이런 인식이 드러난다. 프레이저가 말했듯이 원시인들은 물이나 거울에 비치는 그의 그림자를 자신의 영혼, 혹은 살아 숨쉬는 일부로 간주한다.

'그림자'의 의미가 위와 같다면, 하필이면 '검은' 그림자인가? 그것은 화자가 인식하는 세계가 부정적 세계이고, 나를 암담하게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검은 그림자'는 내가 검은, 즉 부정적 인물인 것이 아니라, 내가 검은 현실 속에 있다라는 암담한 현실 인식을 보여주는 시어이다.

다음으로, 3연에서 주의 깊게 보아야할 시어는 '바람'에 대한 화자의 태도이다.. 흔히 '바람'은 외부적 상황, 시련, 고통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러한 바람에 의해 '거꾸러져' 죽는다 하여도, 흔들리지 않겠다라는 표현은 화자의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것도 평서형이 아닌, '명령형' 어미를 사용하여, 자신의 결의가 얼마나 단호한가를 보여주고 있다.

[생각해 볼 문제]

1. 이 시의 각 연에서 강조 효과를 지닌 시어를 쓰고 그 효과의 구체적인 내용을 쓰시오.

→ 1연 : 차라리 (역설적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시적 화자의 단호한 태도를 엿볼 수 있음)

    2연 : 아예 (고난의 길이 결코 뉘우침이 될 수 없음을 강조하며, 자신의 신념을 확인하고 다짐하는 태도를 엿볼 수 있음)

    3연 : 차마 (참담한 상황, 즉 극한 상황이 도래하더라도 자신의 의지를 굽히지 않고, 오히려 호수 속에 거꾸러져 사라지는 교목과 같이 시적화자는 자신의 삶을 버림으로써 현실적 자아를 초월하려는 결연한 태도를 지니고 있음을 엿볼 수 있음)

 

2. 이 시에서는 비극적 순간에도 자아를 잃지 않고 오히려 자아를 객관화하고 응시하는 시인의 태도가 엿보이는데, 이러한 태도를 가능하게 하는 시인의 정신적 바탕을 작가의 전기적 사실에서 찾아 설명하시오.

→ 육사의 정신적 바탕은 우선 그가 살아간 삶의 내용과 질에서 추출할 수 있다. 즉 전통적 선비 의식을 지닌 가문에서 출생하고 성장한 사실과 독립 투사로서 살아간 사실에서 볼 수 있듯이, 선비 정신과 주체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는 비극적 순간에도 스스로를 극화할 수 있는 정신의 여유를 남긴 한시를 통해 드러내고 있는데, 이것은 높은 경지의 풍류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육사의 정신적 바탕은 남달리 강인한 의지력과 인간적인 순결성을 요구하는 선비 정신과 민족적 주체성, 그리고 풍류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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