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 신석정 -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깊은 삼림 지대를 끼고 돌면

고요한 호수에 흰 물새 날고

좁은 들길에 들장미 열매 붉어,

멀리 노루새끼 마음놓고 뛰어 다니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그 나라에 가실 때에는 부디 잊지 마셔요.

나와 같이 그 나라에 가서 비둘기를 키웁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산비탈 넌지시 타고 내려오면,

양지밭에 흰 염소 한가히 풀 뜯고

길 솟는 옥수수밭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먼 바다 물 소리 구슬피 들려 오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어머니, 부디 잊지 마셔요.

그때 우리는 어린 양을 몰고 돌아옵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오월 하늘에 비둘기 멀리 날고

오늘처럼 촐촐히 비가 내리면,

꿩 소리도 유난히 한가롭게 들리리다.

서리가마귀 높이 날아 산국화 더욱 곱고,

 

노란 은행잎이 한들한들 푸른 하늘에 날리는

가을이면 어머니, 그 나라에서

 

 

 

 

양지밭 과수원에 꿀벌이 잉잉거릴 때,

나와 함께 그 새빨간 능금을 또옥 똑 따지 않으렵니까?

 

                       -<촛불>(1939)-

 

해        설

[개관 정리]

성격 : 낭만적, 목가적(현실의 삶이나 현대 문명에 대한 간접적 비판), 전원적

표현

* 동일한 통사적 구조의 반복

* 간절한 소망형(호소적) 어조

* 의문형의 종결 → 산문체 시의 리듬을 살려줌.

중요 시구

   * 어머니 → 현실의 갈등을 벗어난 근원적 평화의 상징(김흥규)

                     사랑으로써 뒷바라지를 해 주고 걱정해 주는 존재(문덕수)

                     대지의 어머니, 시신(詩神)의 어머니, 우주의 어머니(정태용)

   * 먼 나라 → 순수한 자연 그대로의 이상 세계

   * 비둘기 → '평화'의 상징

   * 어린 양 → '순수함'의 상징

   * 새빨간 능금 → '보람과 충실'의 이미지

                            '자유와 해방'의 이미지(빌헬름 텔의 사과)

 

◆ 주제 : 이상향에 대한 동경

[시상의 전개(짜임)]

◆ 1∼3연 : 자유롭고 평화로운 삶에 대한 동경

◆ 4∼6연 : 순수한 자연적 삶에 대한 동경

◆ 7∼9연 : 자유와 충실한 삶에 대한 동경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현실의 고통이 때로 견디기 어려울 만큼 힘들 때, 실재하지 않는 이상의 세계를 그려 본다.  이상향을 제시한 작품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이 있지만, 이 작품은 그 이상향을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작품과 차이를 보여 준다.

시인이 그리워하는 이상향은 한마디로 현실의 시끄러움과 어수선함을 벗어난, 아무런 갈등도 싸움도 없는 평화의 세계이다.  그 평화의 세계는 현실과는 너무도 동떨어진 상상의 세계일 뿐이다. 그래서 '아무도 살지 않는' '먼 나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오로지 '고요한 호수, 흰 물새, 들장미, 노루 새끼, 흰 염소, 옥수수, 바다 물소리, 어린 양, 꿩, 서리 까마귀, 산국화, 은행잎, 과수원, 꿀벌, 샛빨간 능금' 등이 어우러져 있는 세계이다.  이 세계로 함께 가고자 하는 대상은 바로 '어머니'이다. 그 모든 것이 용납되고 수용되는, 넓고 깊고 편안한 안식의 대상인 어머니만이 그 나라에 함께 가고 싶고 또한 갈 수 있는 존재이다.

 

[시인 장만영의 말]

신석정에 대해서 ⇒ "대나무처럼 키가 크고 눈썹이 시커먼 이 사나이는 그렇게밖에는 식민지 치하를 살아갈 수 없는, 어린애같은 꿈과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정이 있을 뿐 아무런 생활 능력도 야심도 없는 천성적인 시인이다."

 

[더 읽을거리(최승범 『목가적 세계와 모성에의 회귀』)]

전 연이 9연으로 된 이 시는 '어머니 /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의 물음이 반복으로 된 1,4,7연과 '비둘기를 키웁시다'의 3연, '어린 양을 몰고 돌아옵시다'의 6연, '새빨간 능금을 또옥 똑 따지 않으렵니까'의 9연을 제외한 2,5,8연에 그 신비경의 '먼 나라' 풍경을 구체적인 이미지로 펼쳐주고 있다.

2연에서 보여 준 '먼 나라'는 노루새끼 같은 약한 초식동물도 마음 놓고 뛰놀 수 있는 '아무런 구속도 없는 자유로운 세계'요, 5연에서 보여 준 '먼 나라'는 인적이 드물어 쓸쓸하기도 하나 흰 염소 한가히 풀을 뜯는 순수한 자연의 세계요, 8연에서 보여 준 '먼 나라'는 자연의 질서로 아름답게만 전개되는 세계로 구상화되어 있다.  이러한 나라에서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를 키우고, 죄지음 없이 순량하기만 한 '어린 양'을 치면서, '어머니'와 함께 '새빨간 능금'을 따고 싶다는 시인의 기원이요 희망이다.  이 '새빨간 능금'은 파피니가 말한 '빌헬름 텔의 아들의 머리 위의 능금'을 상징하는, 곧 자유에의 해방을 고취하는 능금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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