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밭의 독백
-사소단장

                                                                                                - 서정주 -

                                                       

 

 

     

    노래가 낫기는 그 중 나아도

    구름까지 갔다간 되돌아오고,

    네 발굽을 쳐 달려간 말은

    바닷가에 가 멎어 버렸다.

    활로 잡은 산돼지, 매로 잡은 산새들에도

    이제는 벌써 입맛을 잃었다.

    꽃아, 아침마다 개벽하는 꽃아.

    네가 좋기는 제일 좋아도,

    물낯 바닥에 얼굴이나 비취는

    헤엄도 모르는 아이와 같이

    나는 네 닫힌 문에 기대섰을 뿐이다.

    문 열어라 꽃아. 문 열어라 꽃아.

    벼락과 해일(海溢)만이 길일지라도

 

 

 

    문 열어라 꽃아. 문 열어라 꽃아.

     

            -<신라초>(1960)-

 

해           설

[개관 정리]

성격 : 상징적, 구도적, 전통적, 독백적

표현 : 고대 설화에서 모티프를 차용하여 창조적으로 변용함.

              독백의 형식과 반복적 표현을 통해 화자의 정서를 표출함.

              한국의 전통적인 자연관과 종교 의식을 독특한 미적 표현으로 보여 줌.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사소 → 중국 황녀로, 후에 신라의 시조 박혁거세를 낳은 것으로 알려진 전설상의 인물

                  시인이 달아놓은 원주(原註)에는, 사소는 신라 시대 박혁거세의 어머니로 처녀의 몸으로 잉태하여 산으로 신선 수행을 간 일이 있는데, 이 글은 그 떠나기 전의 그의 집 꽃밭에서의 독백이라고 적혀 있음.

    * 단장 → 한 체계로 묶지 아니하고 몇 줄씩의 산문체로 토막을 지어 적은 글

                   완전한 체제를 이루지 못한 단편으로, 시인 자신의 시에 대한 겸손한 표현임.

    * 노래, 말(타기), 활(쏘기), 매(사냥) 

        → 이상 세계를 열망하는 화자가 이미 경험한 존재(현실 세계에서만 가치 있는 유희)

    * 되돌아오고, 멎어 버렸다. → 이상 세계를 추구하는 화자의 노력과 좌절

    * 구름, 바닷가, 물낯 바닥, 문

        → 유한과 무한의 경계면(현상과 본질, 이승과 저승, 인간과 우주, 현실과 초월적 세계 사이의 경계)

    * 입맛을 잃었다. → 인간 세계의 유한성과 물질적 삶에 대한 회의

    * 아침마다 개벽하는 꽃 → 사소가 추구하는 새로운 구도 정신의 표상(자연, 영원)

                                           소멸과 생성, 죽음과 부활의 방식으로 거듭 태어나는 영원한 생명

    * 헤엄도 모르는 아이 → 이상 세계에 도달하고자 하나, 그 본질을 알지 못하는 화자의 모습

    * 문 열어라 꽃아. 문 열어라 꽃아. → 영원의 세계를 향한 뜨거운 열망

    * 벼락과 해일 → 영원의 세계에 이르기 위해 화자가 극복해야 하는 온갖 고통이나 형벌

    * 문 열어라 꽃아. 문 열어라 꽃아.

       → 반복을 통해 열망과 안타까움을 심화하고, 끝없는 구도의 자세을 나타냄.

          이상 세계에 도달하고자 하나 그 본질이나 내면을 아지 못하는 화자의 모습임.

 

제재 : 사소 설화

화자 : 나(사소)

주제 : 초월적 세계에 대한 갈망]

           영원하고 절대적인 세계를 갈망하는 구도적 정신

[시상의 흐름(짜임)]

◆  1  ~   6행 : 인간 세계의 유한성에 대한 좌절과 회의

◆  7  ~ 11행 : 인간의 본질적 한계와 영원의 세계에 대한 동경

◆ 12 ~ 14행 : 영원의 세계에 대한 갈망과 구도의 자세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이 시는 '사소 설화'를 모티프로, 인간 세계의 유한성과 인간 본질의 한계성을 뛰어넘어 영원의 세계를 지향하는 화자의 열망과 구도의 정신을 노래하고 있다.

이 시는 전 14행의 단연시로 내용상 3단락으로 나눌 수 있다. 1단락은 1~6행으로 인간 세계의 유한성을 제시하고 있다. 노래가 좋기는 가장 좋아도 그 소리는 구름까지 갔다가는 돌아올 수밖에 없고, 힘차게 달리는 말도 바다에 이르면 멎을 수밖에 없음을 인식하게 된 화자.  즉 '사소'가 산돼지나 산새들에게 입맛을 잃어버렸다는 독백을 통하여 인간 세계의 유한성을 말하고 있다.

2단락은 7~11행으로 자연과 동화될 수 없는 인간 본질의 한계성을 드러내고 있다. 핵심적 이미지인 '개벽하는 꽃'은 소멸과 생성, 죽음과 부활이 반복됨으로써 거듭 태어나는 영원한 생명을 상징한다. 화자는 '꽃'으로 상징된 자연의 세계, 곧 영원의 세계에 합일되려 하지만, 결국은 '네 닫힌 문에 기대섰을 뿐'인 자신의 한계만을 자각할 뿐이다.  다시 말해, 신선이 되고 싶어하는 '사소'는 열심히 선(仙)의 세계를 꿈꾸고 있으나, 그때마다 영원할 수 없는 인간 존재의 한계성을 확인하고 절망하는 것이다.

3단락은 12~14행으로 영원의 세계를 갈망하는 화자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벼락'과 '해일'은 영원의 세계에 이르기까지 화자가 극복해야 할 온갖 고통이나 형벌을 의미하며, '문 열어라 꽃아. 문 열어라 꽃아.'라는 주술적 성격의 반복되어 나타나는 절규 속에는 영원의 세계를 향한 뜨거운 열망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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