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두진 -

                                                       

 

 

     

    이는 먼

    해와 달의 속삭임.

    비밀한 울음.

     

    한 번만의 어느 날의

    아픈 피 흘림.

     

    먼 별에서 별에로의

    길섶 위에 떨궈진

    다시는 못 돌이킬

    엇갈림의 핏방울.

     

    꺼질 듯

    보드라운

    황홀한 한 떨기의

    아름다운 정적(靜寂).

     

 

 

 

    펼치면 일렁이는

    사랑의

    호심(湖心)아.

     

      - 시집 <거미와 성좌>(1962) -

 

해               설

[개관정리]

성격 : 상징적, 비유적, 관조적, 감각적

표현

* 장황한 수식과 서술적 묘사를 배제하고 최대한 단조롭게 형상화함으로써, 생명의 신비 그 자체를 절제된 감정과 감각으로 조형해 냄.

* 은유의 활용 → 각 연마다 꽃의 은유를 반복, 확장함으로써 생명의 신비가 지닌 복합적 의미를 자연스럽게 중첩시킴.

* '-의'라는 형태의 반복과 각 연의 명사형 종결 형태라는 구문상의 특징 → 리듬 효과와 더불어 각 은유들끼리의 자연스러운 결합과 간결하고 압축적인 느낌을 이끌어냄.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이 → 꽃('생명'의 대유)

    * 해와 달의 속삭임

        → 생명 탄생(꽃의 개화)의 신비로운 순간에 대한 은유

            해와 달은 온갖 '자연의 순행'을 의미하며, 속삭임은 그러한 자연의 합일과 조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와 달의 만남과 사랑으로 꽃이라는 생명이 탄생되었다고 봄.

    * 비밀한 울음 → 생명의 신비로움과 경건함을 나타냄

    * 한 번만의 ~ 아픈 피 흘림

        → 엄숙하고 거룩한 생명이 유한적이고 일회적일 수밖에 없다는 화자의 아픈 인식을 드러냄.

    * 3연 → 영원한 시간의 교차 위에서 단 한 번 피어나는 생명의 고귀함

    * 황홀한 한 떨기의 / 아름다운 정적

        → 꽃을 가장 구체적으로 형상화한 부분으로, 우주의 신비로움을 안으로 잉태하고 있는 꽃(생명)의

                        황홀함과 아름다움.

    * 사랑의 / 호심아 → 생명 속에 내재하고 있는 호심(순결함과 고요함)같은 사랑의 아름다움

                                   생명의 실체가 사랑이라는 사실을 말함.

주제생명의 신비로움과 경이와 아름다움

[시상의 흐름(짜임)]

◆ 1연 : 생명 탄생의 신비로움(청각적)

◆ 2~3연 : 생명 탄생의 고통과 고귀함(시각적)

◆ 4연 : 생명 탄생의 아름다움(촉각적)

◆ 5연 : 생명에서 배태되는 사랑의 모습(생명의 아름다움)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이 시는 꽃이 피어나는 과정을 통해 신비로운 생명의 근원과 생명 탄생의 경이로움을 우주적 관점에서 노래하고 있다. 개화하기까지 꽃이 겪는 고통과 그것을 이겨 낸 결과 피게 된 꽃의 아름다움을 통해 생명의 신비함과 아름다움을 말하고 있다. 삶과 죽음의 정신적 가치를 자연물(꽃)을 통해 재발견하며, 살아있는 생명체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제1연은 우리가 먼 하늘의 해와 달의 속삭임을 모르는 것처럼 인간 생명도 신비롭고 경건한 존재임을 보여준다. 해와 달이라는 시적 제재가 밝음이나 근원의 의미를 표상하고 있을뿐더러 이들의 합일에 의해 형성된 생명의 실체는, 보통 인간이 감히 알 수 없는 자연의 섭리인 셈이다.  제2연에서 생명은 '피 흘림'으로 비유된다. 여기서는 '한 번만'이라는 표현에 주목해야 하는데, 이것은 생명의 일회성 내지 유한성을 암시한 것이다. 그래서 제3연에서 생명을 '떨어지면 다시는 돌이키지 못할 핏방울'이라고 표현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가 제4,5연에 오면 시인은 자신의 원래의 생명관으로 돌아오는데, 황홀함과 아름다움을 이 두 연에 교차시켜 배치한 것이 그렇다. 다시금 생명은 고귀한 것이고 이런 생명에서 배태되는 사랑은 호수 같은 정적과 깨끗함, 순결함을 잉태하는 것이다.

사랑은 시인에게 우주 만물의 근원인 동시에 생명의 궁극적인 귀결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시인이 갈구하고 신비롭게 노래했던 생명의 실체는 결국은 자연과 인간의 황홀하고 아름다운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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