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발

                                                         - 유치환 -
                                                       

 

 

 

이것은 소리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海原)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

순정은 물결같이 바람에 나부끼고

오로지 맑고 곧은 이념(理念)의 푯대 끝에

애수(哀愁)는 백로(白鷺)처럼 날개를 펴다.

아! 누구인가?

이렇게 슬프고도 애닯은 마음을

 

 

 

맨 처음 공중에 달 줄을 안 그는.

 

              -<조선문단>(1936)-

 

해             설

[개관 정리]

성격 : 감상적, 허무적, 낭만적, 상징적, 역동적, 의지적

표현

* 비유적 구조

     (중심 이미지 '깃발'에 '아우성, 손수건, 순정, 애수, 마음'의 보조관념이 연결된 확장 은유의 형태)

* 공감각적 심상, 역동적 이미지, 모순형용 - '이것은 소리없는 아우성' 

* 색채의 대조 - 푸른 해원과 백로

* 의인화, 도치법

 

중요 시어 및 시구풀이

*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 깃발의 거센 움직임을 형상화한 것으로, 침묵하는 가운데서도 내적인 몸부림이 매우 강렬함을 나타냄.(은유, 모순형용)

* 푸른 해원 → 도달하고자 하는 이상향

* 영원한 노스탤지아 → 끝끝내 도달할 수 없는 향수

       ° 노스탤지아(nostalgia) : 미래나 아직 가 보지 못한 장소에 대한 그리움)

       ° homwsickness : 과거나 자기가 일정 기간 살았던 고장에 대한 향수

* 순정 → 이상세계에 대한 동경은 소년적 순수한 그리움에 바탕함.

* 이념의 푯대 → 이상향에 집념하는 의지의 상징(*푯대가 고정되어 있는 땅 - 현실적인 구속이나 제약)

* 애수 → 영원한 이상에 도달할 수 없는 슬픔

* 아! 누구인가? → 특정한 개인을 염두에 둔 질문이 아니라, 모든 인간이 그 대상이며, 결국 인간 존재의 근원적 본질을 파악한 질문임.

* 슬프고도 애닯은 마음

    → 이상세계에 도달할 수 없는 인간적 한계(가고자 하나 갈 수 없는 인간의 비극적 모습)

 

'깃발'의 이미지

  → "인간성"의 한 상징으로, 비극적 세계관의 근원이 되고, 자아와 세계, 이상과 현실, 현상과 초월이라는 근원적 조건을 표상

주제 이상향에 대한 향수와 그 좌절

[시상의 전개(짜임)] 

■ 1∼3행 : 이상적 세계에 대한 향수 

■ 4∼6행 : 이상적 세계에 대한 좌절감 

■ 7∼9행 : 역설적 상황에 대한 질문과 좌절의 아픔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깃발>은 1939년에 나온 『청마시초』에 수록된 작품으로, 시적 배경이 바닷가임을 볼 때 어린 시절부터 자란 시인의 고향 체험이 이 시를 쓰게된 계기가 된 듯하다.    

<깃발>에서 우리는 인간 본성과 인간의 존재 양식이 띤 모순과 부조리를 재발견할 수 있다.  이상향(영원)에 도달할 수 없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시지프스 신처럼 무모하게 이상향에 도달하려는 모순과 부조리를 <깃발>은 인간 존재의 양식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깃발>의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초월적이고 이상적인 세계에 대한 근원적 그리움을 지닌 인간은 힘차게 나부끼며 그곳에 도달하고자 내적 몸부림을 쳐보지만, 이념의 푯대 끝에서만 나부낄 수밖에 없는 숙명을 어찌할 수 없는 비극적 존재로 인식된다. 그래서 가고자 하나 갈 수 없음을 인식한 후에는 그 마음이 '애수'가 되고 '슬프고도 애닯은 마음'이 되어, "하강"의 이미지로 치닫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두 가지 마음 상태는 변증법적인 통일을 이룩하지 못하고 대립적 갈등 그 자체로 머물러 있게 된다. 더구나 이상향에 대한 동경이 의지로까지 발전하면서도 결국 좌절의 비애로 귀결지어지게 된다.     

한편으로 이 시가 주는 의미를 생각해 보면, 오늘날 일상적인 삶이 우리에게 주는 구속은 견디기 힘들 때가 많다. 그러한 구속으로부터 벗어나 영원한 세계, 죽음이 없는 세계, 제약받지 않는 평화의 세계, 갈등이 없는 세계 등을 그리워하는 것이 인간의 조건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한 조건이 해결될 수 없기에 인간의 존재는 비극적이지만, 그러한 조건으로부터 탈피할 수 없는 것 또한 인간의 비극이다. 이 시는 시인이 지니고 사는 높고 그윽한 이념이 한없이 외롭고 애달픈 것임을 형상화해 놓은 작품인지도 모른다.

 

■ 청마 유치환 친일 산문 첫 발견

                      - 만선일보에 '대동아전쟁과 문필가의 각오' (2007. 10. 19. 한겨레신문)

시인 청마(靑馬) 유치환(柳致環.1908~1967)의 친일성이 강한 산문(散文)이 발견돼 그를 둘러싼 친일논란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지금까지 청마의 작품 가운데 시 <들녘>, <전야>, <북두성> 등에 대한 친일성 논란을 빚은 적이 있었지만 산문 형식의 친일 글이 발견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경남대 국어국문학과 박태일 교수는 19일 "지난 1942년 2월 6일 만선일보(滿鮮日報)에 '대동아 전쟁과 문필가의 각오'라는 제목으로 실린 청마의 산문은 그의 친일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대표적인 글"이라며 당시 신문에 실린 글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박 교수가 찾아낸 청마의 친일 산문은 네단락으로 이뤄진 짧은 글이다.

'오늘 대동아전(大東亞戰)의 의의와 제국(帝國)의 지위는 일즉 역사의 어느 시대나 어느 나라의 그것보다 비류없이 위대한 것일 겝니다. 이러한 의미로운 오늘 황국신민(皇國臣民)된 우리는(중략)..오늘 혁혁(赫赫)한 일본의 지도적(指導的) 지반(地盤) 우에다 바비론 이상의 현란한 문화를 건설하여야 할 것은 오로지 예술가에게 지어진 커다란 사명이 아닐 수 업습니다.'

만선일보는 1937년 만주에서 발행된 친일성향의 조.석간 한국어 일간신문으로 1945년 광복때까지 만주지방에서 유일하게 한국어 신문으로 발행됐다.

박 교수는 이 같은 청마의 친일성 산문 등을 중심으로 오는 27~28일 영남대에서 열리는 2007년도 한국어문학회 전국학술대회에서 '청마 유치환의 북방시 연구-통영 출향과 만주국, 부왜시문'을 주제로 발표하게 된다.

박 교수는 "이미 오래전 청마의 친일문학에 대한 논란이 있었지만 이번 글을 통해 보다 구체적이고 정확한 친일성이 드러난 것"이라며 "대표적인 부왜(附倭)문인으로 친일인명사전에 오른 형 유치진과 함께 청마도 친일문학인이 분명해진 셈"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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