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도 할머니의 오징어

                                                                              - 유하 -

                                                       

 

 

     

    오징어는 낙지와 다르게

    뼈가 있는 연체 동물인 것을

    죽도에 가서 알았다.

    온갖 비린 것들이 살아 펄떡이는

    어스름의 해변가

    한결한결 오징어 회를 치는 할머니

    저토록 빠르게, 자로 잰 듯 썰 수 있을까

    옛날 떡장수 어머니와

    천하 명필의 부끄러움

    그렇듯 어둠 속 저 할머니의 손놀림이

    어찌 한갓 기술일 수 있겠는가.

    안락한 의자 환한 조명 아래

    나의 시는 어떤가?

    오징어 회를 먹으며

 

 

 

    오랜만에 내가, 내게 던지는

    뼈 있는 물음 한 마디

     

          -<무림일기>(1989)-

 

해           설

[개관 정리]

성격 : 자기반성적, 역설적

표현 : 역설적 표현

              설의적 표현

              대조적 상황 설정(할머니 ↔ 화자)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오징어는 낙지와 다르게 / 뼈가 있는 연체 동물인 것을  

   → 진리(연체동물에는 뼈가 없음)와 어긋나는 진술을 함으로써,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음을 역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화자가 오징어를 써는 할머니의 솜씨에 경외감을 느끼고 그로 인해 자신의 시작(詩作)에 대해 반성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즉, 화자는 오징어를 통해 자신에게 뼈 있는 물음을 던져 새로운 반성과 깨달음(뼈)을 구하게 된 것이다.

* 죽도 → 화자에게 새로운 깨달음을 주는 장소

* 옛날 떡장수 어머니와 / 천하 명필의 부끄러움

   → 한석봉 일화를 인용하여 오징어 회를 치는 할머니를 한석봉의 어머니에, 기계처럼 시를 쓰는 화자 자신을 명필 한석봉에 비유하고 있다. 한석봉이 어머니의 떡 써는 솜씨에 부끄러움을 느꼈듯, 자신도 할머니의 회 써는 솜씨에 부끄러움을 느꼈다는 것이다.

* 할머니의 손놀림 → 그동안의 삶에 대해 반성을 하게 되는 계기

* 어찌 한갓 기술일 수 있겠는가 → 기술이 아니라 혼을 담은 예술가의 면모와 같다는 의미(설의적 표현)

* 안락한 의자 환한 조명 아래

   → '어둠 속'과 대비되는 모습으로, 화자가 시를 쓰는 환경이 치열하지도 열악하지 않음을 의미

* 나의 시는 어떤가? → 기교와 기술을 부리는 것에 불과한 자신의 시 쓰기에 부끄러움을 느낌.

* 오랜만에 내가, 내게 던지는 / 뼈 있는 물음 한 마디

   → 기계처럼 시를 쓰는 화자(시인) 자신에 대한 반성을 드러내고 있다.

 

제재 : 죽도 할머니의 오징어

화자 : 죽도 할머니가 오징어를 써는 모습을 보고 자신의 시 쓰기가 치열하지 않음을 반성하며 부끄러워 하고 있는 시인

주제기계처럼 시를 쓰는 자신의 삶에 대한 반성

[시상의 흐름(짜임)]

◆   1 ~   3행 : 오징어에 뼈가 있다는 깨달음

◆   4 ~ 11행 : 오징어 회를 써는 죽도 할머니의 솜씨

◆ 12 ~ 끝행 : 자신의 시작(詩作)에 대한 반성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이 시에서 화자는 죽도에서 오징어 회를 먹으며, 기계처럼 시를 쓰는 자신의 삶에 대해 반성하고 있다. 화자는 오징어 회를 써는 데에도 혼을 다하는 할머니의 솜씨를 보고, 그것이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예술가의 면모와 같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기계처럼 시를  써 온 자신의 태도에 대해 반성하고 자신이 지향해야 할 바를 고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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